[관점뉴스]문재인표 정년연장의 최대 걸림돌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둘러싼 세대전쟁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9-19 11:39   (기사수정: 2019-09-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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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맨 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정부의 ‘정년 후 계속 고용제도’는 사실상 정년 연장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문제없어

생산연령인구 줄어도 양질의 일자리는 여전히 ‘인력공급 초과’

‘대기업-공공기관-금융권’은 청년층과 중년층 간의 격렬한 전쟁터 될 듯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정부가 사실상 65세로 정년연장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에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호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망하고 연봉이 높은 중소기업의 CEO들도 “청년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륜있는 중장년층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노년을 맞이한다고 청년들이 손가락질할 까닭이 없다.

격렬한 전쟁터는 대기업, 공공기관, 금융권등과 같은 고연봉 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표현을 빌리자면, 중장년층은 ‘꿀 빠는 직장’에서 5년 더 근무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청년층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더 높아지게 된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추세를 반영한 선제적 정책을 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아무리 줄어든다고 해도 대기업, 공기업, 시중은행과 같은 1급 직장에 관한한,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기 마련이다. 희소한 가치인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년연장이 기득권 옹호로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같이 강력한 노조를 가진 기업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사실상 정년연장 효과를 누릴 확률이 높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흙수저 청년들의 분노 대상이 될 게 분명하다.

물론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정년연장’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범부처 '인구정책TF'는 1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정년 후 계속 고용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의무화하고 그 전에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정년 연장’은 공식적인 검토의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계속 고용제도’ 자체가 실질적인 정년 연장이다. 방법만 다양화했을 뿐이다.

정부가 제시한 ‘계속 고용제도’의 방식은 3가지이다.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이다. 퇴사후에 의무고용기간까지 재고용하거나, 정년연장 혹은 정년폐지를 하는 것 등은 개별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을 겪었던 일본 모델이다. 일본은 현재 고용의무기한이 65세이다.

정부도 유사한 트랙을 추진중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과 연계해 기업의 고용의무 기한을 연장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수급 연령은 현행 62세이다.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기업이 60세 정년 이후 계속고용해야 연령도 이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2022년 계속 고용 의무화 이전에도 대대적인 ‘인센티브’ 제공

정부는 2022년 계속 고용을 의무화하기 전에도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60세 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지원기준율(1∼23%)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분기별로 지원하는 '고령자고용지원금'을 올해 27만원에서 내년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를 위해 편성된 내년 예산안은 192억원이다. 올해보다 20억원 증가한 수치이다.

추가적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한 사업주에게는 내년부터 근로자 1인당 월정액 방식으로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도 신설했다. 내년 예산안에 296억원이 포함됐다. 대기업·공공기관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년층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이다.

신중년에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주를 대상으로 근로자 1인당 최대 1년간 매달 최대 80만원을 지원하는 '신중년적합직무 고용장려금'도 확대한다. 내년부터 지급 대상이 1000명에서 6000명으로 6배나 늘어난다.

재계 반발은 누를 수 있지만 세대갈등은 정권의 큰 부담

정년연장 혜택 못 보는 20대와 60대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최저

핵심지지층인 30~40대가 가장 큰 수혜자?

재계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년연장을 시행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고가 어렵고 호봉제가 견고한 한국적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년연장이 이루어질 경우, 기업의 경쟁력은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적인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후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한다해도 시장에서 임금삭감이나 해고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법적인 정년은 없다. 고령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비해 직무능력이나 회사 사정등을 이유로 해고가 자유롭다.

재계의 반발은 정치권의 입장에서 큰 변수는 아니다. 역대 정부가 그랬다. 하지만 세대전쟁은 그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청년층의 민심이 떠나면 정권의 부담은 커진다.

최근 쟁점인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60대 이상은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년연장에 의해 불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20대와 정년연장과 무관한 60대 민심은 이미 이반해 있다.

반면에 30,40대는 가장 높은 지지를 보내는 세대이다. 이들은 이미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업의 진입여부가 결정된 세대이다. 정년연장은 ‘청년-노인’ 대 ‘중장년’ 간의 세대갈등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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