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업계를 살리자]① 저금리로 역마진 덫에 빠져 생존비상
저금리로 역마진 덫에 빠진 보험업계

과거 고금리 상품에 발목 잡힌 보험회사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보험업계가 초비상이 걸렸다. 설계 자체가 장기로 짜여진 보험상품 특성상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절에 판매한 상품들로 인해 보험업계가 역마진 덫에 빠진 것이다. 경기불황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보험업계는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비상등이 켜진 보험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생존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 일본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을까 두려운 보험업계
[뉴스투데이=김진솔 기자] 한국보다 앞서 저금리 덫에 걸렸던 일본은 1990년대 말 숱한 보험회사들이 줄줄이 역마진에 쓰러졌다. 1997년 파산한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도호생명·다이하쿠생명·타이쇼생명·도쿄생명 등이 줄줄이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1980년대 경제호황에 힘입어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한 회사들이다.
이 기간 일본에서는 8개 생명보험사와 2개 손해보험사 등 총 10개사가 파산했다. 이들의 파산원인은 복합적이다. 고비용 판매구조와 시장경쟁 과열로 고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이 줄줄이 실패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보전해줄 수 있는 여력이 현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역마진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험사들은 앞다퉈 부동산과 해외증권 등 고위험 투자자산에 눈을 돌렸지만 수익창출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선고를 받은 것이다.
국내 보험업계도 최근 수년간 저금리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보다 32.4% 줄었다. 같은 기간 손보사 순익 역시 1조48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5% 줄었다. 과거 연 5%이상 고금리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질 경우 역마진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지속적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보험업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황탈출을 위해 한국은행이 과감하게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보험업계 수익구조는 빠른 속도로 나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 곳곳이 지뢰밭
저금리로 보험회사들의 자산운용 여력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 주요 분야에서 손해율이 치솟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손보험은 국민 33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경쟁적으로 판매전에 뛰어들면서 실손보험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렇게 많이 팔린 실손보험이 지금은 보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손해율이 치솟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보험사들은 하소연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9.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올라갔다. 보통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아 보험사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보험업계는 금액으로 따져 실손보험 적자액이 1조원을 넘겼다고 주장한다. 이 상태라면 올해 전체로는 1조7000억~1조9000억원 적자가 예상되므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도 손해율 악화로 적자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3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는 4184억원으로 무지막지하게 늘었다. 정비요금 인상, 과다수리비용 등으로 원가는 갈수록 치솟고 있는데 보험료 인상분이 미처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인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손해율에 따른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