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37)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 단초는 연봉차이?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9-17 18:14   (기사수정: 2019-09-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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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 신학철(오른쪽)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전격회동한지 하루만인 17일 양사는 격렬한 여론전을 벌였다. 핵심쟁점은 LG화학직원들의 'SK이노베이션 이직 방식'과 '영업비밀 유출여부'였다. [그래픽=뉴스투데이]

은인자중하던 SK이노베이션, 17일 LG화학 겨냥해 조목조목 반박

같은 날 서울지방경찰청산업기술유출 수사팀은 SK이노 압수수색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격화되는 와중에 SK이노베이션이 17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LG화학에 의해 인력과 기술의 유출자로 지목된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신중모드였다. LG화학의 날선 공격에 대해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우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양사의 소송전이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논리를 폈다. 입장문은 “최근 많은 언론과 여론에서 우려하는 소송의 결과가 가져 올 '어부지리'론(論)도 걱정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다른 산업과 전혀 달리 산업 태동 초기부터 '치킨게임'이 시작된 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경쟁의 과실은 더더욱 쏠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UB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글로벌 Top5가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면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파우치 방식의 제품은 두 회사 외에 외국 경쟁사 한 곳 등 3개사에 불과하므로 누가 그 과실을 갖고 갈지 언론과 시장의 우려는 매우 근거가 있다고 생각된다” 주장했다.

양사가 소송전에 힘을 쏟으면 동일 기술을 지닌 외국회사가 어부지리를 거둘 것이라는 설명이다.LG화학이 소송을 철회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SK이노, “경력공채 중 10%는 LG화학 출신, 빼오기 아니라 자발적 이직자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직자들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 취득”

민감한 대목은 '인력 유출‘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의 인력들이 채용된 사실을 인정했다. 특정 인력을 표적으로 정해놓고 스카우트를 한 것이 아니라 경력직 공채과정에서 다수의 LG화학측 직원이 지원해 합격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는 LG화학 측이 제기한 영업비밀 유출 의혹 자체를 부정하는 ‘역공 논리’이다. 핵심 기술 유출은 인력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소송 명칭도 ‘인력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돼 있다. 따라서 원고는 LG화학과 LG화학 미시간, 피고는 SK이노베이션과 SK배터리아메리카(SKBA)로 기재된 LG화학 측의 소장은 “피고와 모든 대리인들이 허가없이 기밀 정보와 독점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사용하거나 유출하는 것을 막는 법원 명령을 요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동종업계에서 이루어진 인력 유출이 정당한 방식에 의한 것이라면 영업비밀 침해라는 법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핵심 기술자가 기밀서류 등을 절취해 경쟁사에 팔아넘긴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더 많을 보수 등을 받기 위해 이직을 한 후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한다면 막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바로 이점을 공략했다. 입장문은 “LG화학은 그간 소장 및 여러 번 밝힌 입장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부당하게 채용해 왔다고 주장한다”면서 “(우리가)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뻬오기 채용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인력을 타게팅해서 1명도 채용한 적 없고, 100% 공개채용 원칙아래 진행되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채용해 간 경력직원이 1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SK의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입장문은 “헤드헌팅 회사들에는 특정 배터리 기업 출신 인력들의 이직 희망 신청이 넘쳐난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이 '16년부터 진행해 온 경력사원 채용에 LG화학 출신 지원자들 규모는 실로 엄청나지만 LG화학의 입장을 고려해 그 규모는 별도로 밝히진 않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SK에 이직해 온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분야 출신 중에서 대리/과장급이 95%이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젊은 인재들이 LG화학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이직한 것을 ‘인력유출’로 매도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사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1999년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상업화에 성공한 후,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따라서 LG화학이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재유출은 상당부분 ‘자기 책임’이라는게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을 겨냥해 들이댄 핵심적인 칼날이다. ‘보수와 복지’, ‘비전’ 등에서 우월한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데 경쟁사로 이직할 직장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SK이노가 이처럼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17일은 공교롭게도 서울지방경찰청산업기술유출 수사팀이 LG화학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종로구 서린동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등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 측의 입장문 중에서 특히 인력유출 부분에 대해 재반박했다. 형식적으로는 공개채용 절차를 밟았으나 채용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의 이직자들에게 영업비밀관련 질의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또 배터리 제조기술과 관련된 문서를 열람하거나 프린트한 이직자들도 확인됐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 [자료출처=각사 2018년 사업보고서 / 그래픽=뉴스투데이]

누가 진실을 말하나, 한국경찰과 미국법원이 판단할 몫

LG화학 직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 연봉 수천만원 높아져
그렇다면 양측의 주장 중 어느쪽이 사실에 가까울까? 한국경찰의 수사와 미국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양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평균연봉은 SK이노베이션 측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LG화학의 직원이 거액의 스카우트비를 받지 않고 경력직 공채를 통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더라도 가장으로서 큰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남녀직원 평균 연봉은 8800만원이다. 남성의 경우 기초 소재 1억 900만원, 전지 8300만원, 정보전자소재 및 재료 8500만원 등이다. 이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전체 평균 연봉은 1억 2800만원이고 남성 평균연봉은 1억 4200만원이다.

LG화학 직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수평 이직한다해도 매년 수천만원의 급여 인상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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