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 리더] LG그룹 구광모 회장(하) ‘LG 황금시대 재현’ 위한 3대 과제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9-17 07:11   (기사수정: 2019-09-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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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주얼 복장을 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서울 중구 후암동에 위치한 LG 서울역 빌딩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 오세은 기자] 주요 대기업, 재벌그룹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有名無實)’ 그 자체다. 전경련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도 관여,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한 사실 등이 드러나는 등 ‘재벌 적폐’의 상징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힘이 약화된 또다른 이유로는 설립(1963년) 이후,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 최 상위 재벌 오너가 회장을 맡는 관행이 언젠가부터 사라진 것도 지적된다.

전경련 대신, 최근에는 행사별로 주요 그룹 오너들이 모여 재계를 대표하는 모습이 만들어진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이 모이는 행사들이다.

SK 최태원 회장은 나이상 이 모임의 ‘맏형’이다. 그래서 재계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사실상 전경련 회장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년 여전,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그룹을 승계받은 구광모 회장은 재계의 가장 어린 총수다.

그에게는 재계 순위 4위 LG를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LG 황금시대’를 재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유지(遺志)이자 그룹의 숙원이기도 하다.

최근 LG가 평소 기업 이미지와 달리, 삼성과 SK 등 경쟁기업들을 상대로 잇달아 거친 ‘공세’를 벌이는 것은 구광모 회장 앞에 놓인 무거운 과제와 더불어 이같은 재계 상황, 질서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LG그룹의 중흥, 황금시대 재현을 꿈꾸는 구광모 회장 앞에는 세가지 과제가 놓여있다. 기업문화 혁신, 미래 먹거리 창출, 계열 분리 리스크 극복과 리더십 확립이다.

첫째 ▶ 인화(仁和)의 그늘, 보수적 기업문화 혁신

1990년대 후반, 재계에는 재벌그룹의 분위기, 기업문화를 잘 설명해주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골프장에 가보면 A그룹의 임원들은 정·관계 인사 등, 주로 ‘갑(甲)’을 모시는, ‘접대골프’를 치고, B그룹 사람들은 하청업체 등 ‘을(乙)’로부터 접대받는 골프를 하고 있고, LG그룹 임원들은 대부분 자기들끼리 골프를 치고 있더라”

오랫동안 인화를 강조했던 LG그룹의 분위기를 극단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다.

‘인화경영’은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이래,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家風)이자 리더십의 근원이었다. 인화는 기업의 위기가 주로 동업자, 내부자들의 ‘배신(背信)’에 의해 초래되던 1960, 70년대, 유교적 가치관을 앞세운 경영전략으로 평가된다.

LG그룹이 창업한 이래 70년 이상, 허씨 가문과의 동업 관계 하에서도 별다른 갈등이나 위기를 겪지 않고 LG전자가 국내 대기업 중 사실상 유일한 노사상생기업으로 꼽히는 등 노사분규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인화경영’의 큰 성과다.

하지만 인화의 뒤편에는 보수적이고 의사결정이 느려서 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는 옛말일 뿐이다.

현대적 기업, 첨단경영의 핵심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행동’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는 옛말일 뿐
외부인사 영입, ‘순혈주의 타파’ 시도?

구광모 회장의 최우선 과제 또한 LG의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것이다.

오랜 전통,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리더의 꾸준한 노력과 상징적 행동들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전체가 청바지와 반바지 등 완전자율복장제로 바뀐 것은 대표적인 모습이다. 보수적인 조직에 실용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어 기업문화의 DNA를 바꾸려는 시도로 보인다.

상부에서 의사결정을 한 뒤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소통방식이 아니라 직급에 상관없이 토론하고 소통함으로써 더 나은 의사결정과 기업문화 혁신을 꾀하고 있다. LG는 그동안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임원진이 회장에게 사업보고를 하고 회장이 코멘트하는 방식에서 토론으로 개편했다. 회장의 지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현 가능성, 예상되는 난관 등을 점검하는 자리로 변한 것이다.

조직 전반의 토론과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LG전자는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연구원들이 소속과 직급에 관계없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도록 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혁신이다.

LG그룹은 1947년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이 1947년의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을 설립한 이래,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4세 경영자에 이른 기업이다. 구 회장이 아직 취임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룹의 고위 임원 대부분은 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고위 임원 인사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구광모 회장의 ‘물갈이’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그룹 모태인 LG화학 신임 대표이사(부회장)에 3M 출신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발탁했는데 외부인사가 LG화학의 CEO로 임명된 것은 회사 창립 이후 처음이다. 또 지주회사인 ㈜LG의 경영전략팀 사장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의 홍범식 대표가 영입됐다.

재계에서는 LG그룹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순혈주의(純血主義)’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으로 승진한 ‘LG맨’이 중용되는 인사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둘째 ▶ 미래 먹거리 발굴…과감한 취사(取捨)선택

▲ 지난해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한순간이다.

삼성의 오늘을 설명할 때 전자, 특히 반도체산업에 대한 이병철 회장의 선택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를 빼놓고는 말하기 힘들다.

LG그룹은 어느 기업보다 미래 먹거리,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9월 외부에 공개되는 취임 후 첫 공식 활동으로 LG의 융복합 R&D 클러스터인 서울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명이 집결해 있는 곳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연구개발을 통해 그룹의 미래를 찾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구 회장이 주목하는 신성장동력은 올레드(OLED), 전장, 로봇 사업이다.

LG화학은 올레드 분야 강화를 위해 미국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듀폰으로부터 차세대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 관련 특허와 공정기술 인수를 추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모듈 생산라인인 베트남 법인에 2263억 원을 출자했다.

전장 사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2013년 설립된 LG전자 전장부품(VC, 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의 명칭을 전장(VS, 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꿔 ‘솔루션’을 강조하고 부품뿐 아니라 자율주행 등 관련 서비스를 아우르겠다는 의지다.

LG는 지금까지 투자를 지속해 온 전장 사업과 로봇 사업에서 곧 의미있는 영업이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사업과 관련, LG CNS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추후 LG전자의 로봇사업센터가 맡게 될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1조 원 규모의 LG CNS 매각대금으로 로봇관련 인수합병(M&A)이 예상되기도 한다.

지난 4월 LG그룹는 미국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 1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자율주행차,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먹거리 분야다.

올레드(OLED), 전장, 로봇 ‘3대 먹거리’ 육성
스마트폰 생산라인 이전, LG CNS 등 매각

반면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 국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정부나 정치권, 지자체, 국민 여론을 생각하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앞서 지난 2월엔 ㈜LG와 LG전자, LG CNS가 차세대 연료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투자했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했다.

5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수소연료 분야에서 기대한 것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LG CNS는 미국 병원 솔루션 사업을 정리했고, ㈜LG는 LG CNS 지분 37.3% 매각을 진행 중이다.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투자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대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분야는 미련없이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광모 회장에 대해 LG 인사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녔다”고 말한다. 실용주의자답게 사업의 취사(取捨)선택 또한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 또다른 계열분리?…지배구조 개편과 리더십 확립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사진제공=LG그룹]

최근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의 추가적인 계열분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희성그룹(1996년), LIG그룹(1999년), LS그룹(2003년), GS그룹(2005년) 등으로 계열분리를 해온 바 있다.

동업자였던 GS그룹 분리를 제외하고는 장자가 새 총수로 선임되면 형제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독립하는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3월 LG상사는 (주)LG에 여의도 트윈타워를 매각했다. 그동안 LG에서 계열분리가 된 회사들은 모두 트윈타워를 떠났던 관례, 구광모 회장 취임 전까지 경영을 맡아온 구 회장의 삼촌 구본준 부회장이 한때 LG상사의 대주주였기에 LG그룹의 추가 계열분리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LG그룹이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추가적인 계열 분리 여부에 따라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본준 부회장의 ㈜LG 지분율은 7.72%로 구광모 회장(15.0%) 다음으로 높고 지분가치는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LG그룹 안팎에서는 구 부회장이 LG를 떠나면서 가져갈 계열사를 놓고 LG상사에서부터 LG화학, LG유플러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구 부회장의 경영기여도와 지분가치를 감안하면 섭섭지 않을 규모, 전망을 가진 회사가 떨어져 나간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로 인해 구광모 회장과 LG그룹에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계열사가 모여 만드는 시너지 효과가 없어지고, 재벌기업의 장점으로 꼽히는 ‘선단식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궁극적으로 구광모 회장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LG가(家)가 보여준 우애를 보면 ‘윈-윈’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동안 현장점검이나 경영현안을 챙기는 대신 주로 일가친척을 만나며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의 추가적인 계열분리가 임박한 가운데 및 지배구조 개편 등 리더십 확립 차원에서 구광모 회장의 ‘추석구상’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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