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의 작심 발언? 한국서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아베의 경제보복 비판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9-09 11:59   (기사수정: 2019-09-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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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9일 서울의 ‘KSP 컨퍼런스’서 기조연설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철강산업 피해”

‘편들기’보다는 ‘미중간 균형 노선’조언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미국에서 대중적 명성을 얻고 있는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한국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피해자라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또 글로벌 가치사슬망의 붕괴가 국제적 부의 재분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함으로써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한국 경제보복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인종차별적 정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트럼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과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 최대 노동단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만약 당신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의 충고를 따랐다면 매우 형편없이 하고 화나고 상처받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자신의 경제 및 노동정책을 비판해온 트럼카 위원장이 크루그먼 교수처럼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논리는 편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과 이처럼 껄끄러운 사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발언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오전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벌임으로써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를 낳고 있다"면서 "이 전쟁으로 인해 한국 철강산업도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한국은 미중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해법은 최대한 무역 분쟁에서 떨어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계속 교역을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중 어느 편을 선택하기보다는 ’균형 노선‘을 선택하는 게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초세계화’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약화로 인한 성장동력 한계 지적

미 경제단체들도 아베의 '보복조치'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 비판
크루그먼은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에 의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산'을 통한 기술 이전이 국제적 부의 재분배를 촉진시켜왔으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성장동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산 과정에서 기술이전이 나타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성장해왔으나,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전 세계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봤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상품 설계, 원재료와 부품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세계 각국에 걸쳐서 이뤄지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산으로 기업은 비용을 절감했고, 이 과정에서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기술·지식 이전이 활발하게 나타났고 이는 개도국만이 아니라 선진국의 경제개발에 기여했다"면서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브라질은 그러지 못해 생산성 향상을 누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만 최근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초세계화의 혜택이었던 지식 이전이 멈추면 세계 경제는 성장 추동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에 대한 대 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취하자 미국의 6개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가치 사슬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들이 타격을 입어 미국경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공동서한을 한국과 일본 정부의 통상 당국자 명의로 보내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6개 미국의 경제단체는 지난 7월 23일(현지시간)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 앞으로 공동서한을 보내 한일무역갈등의 중단을 요청했다. 서한은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가치사슬망 속의 중요한 주체들(players)"이라면서 "수출규제정책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 (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change)'는 공급망 붕괴 출하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크루그먼이 글로벌 가치사슬망의 약화를 지적한 것은 공동서한을 보냈던 미 경제단체들의 인식을 재차 강조했다는 해석도 낳는다.

초세계화 시대 이후의 대안으로 ‘공공투자’ 조언, 국내 시장론자들과 견해 차이?

크루그먼은 “지식 이전이 성장에 중요한 만큼, 초세계화가 한계에 달한 상황 속에서 지식공유를 제도화하고 정부는 공공투자를 늘려야 한다”밝혔다. 한국 경제가 1960년대 이후 급 성장해왔으나 2010년 이후에는 성장엔진이 둔화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과거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나가려면 정부의 공공투자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인 셈이다.

국내 시장경제주의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동투자 및 복지지출에 대한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해왔으나 크루그먼 교수의 관점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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