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296) ‘살리지 마세요’ 심폐소생 거절하는 노인들 급증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9-09-06 15:19   (기사수정: 2019-09-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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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는 쓰러진 환자를 눈앞에 두고도 구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응급환자의 심폐소생 중지요청에 대응방침 고심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5월 말에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서 열린 제 42회 전국 소방직원 의견발표회에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山口県 下関市) 소방국을 대표하여 기무라 히로코(木村 紘子) 구급대원이 참여해 자신의 출동사례를 소개하였다.

어느 날 60대 남성이 심폐정지로 가족들 앞에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서둘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려던 찰나 귀를 의심할 법한 요청이 가족들로부터 들려왔다. ‘그만하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순간 굳어버린 기무라 씨에게 노년의 부인은 사실 남편이 말기 암 환자여서 다시 의식을 되찾더라도 별다른 희망이 없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면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다’고 부인을 설득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구급대원으로서 법령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엇이 당사자를 위한 것인지, 혹시나 자신이 누군가의 선택과 존엄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그 후에도 계속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녀가 의견발표회에 해당 사례를 들고 나온 결정적 이유였다.

말도 안 되는 극히 일부의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택과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노년층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심장마사지 등의 구명조치를 거부하는 경우가 일본 내에서 급증하고 있다.

구급대원들로서는 심폐정지가 발생하였을 때는 설령 가족들이 구명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하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 출동한 구급현장에서 가족들의 구명중단 요청을 받는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급대원들의 입장이다.

결국 이와 같은 상황에서 판단기준으로 삼을만한 국가나 소방당국의 법규와 방침이 별도로 없다보니 대응방법은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전국 52개 소방본부를 대상으로 5월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방본부 중 75%에 해당하는 39개 본부만이 환자 가족들의 구명조치 거부에 대한 구급대원들의 대응방침을 설정해놓았었다.

이 중 26개 본부는 가족과 주변인을 현장에서 설득해서라도 반드시 구명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었고 나머지 13개 본부는 현장에서 환자 주치의의 판단과 지시가 있다는 조건 하에 구명조치를 중지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구명조치 중지방침을 검토 중인 본부들이 추가로 있어 가족들이 원할 경우 쓰러진 환자를 구조하지 않는 출동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방대원이 되었음에도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지 않은 채 바라만 봐야하는 것이 법도 아닌 방침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현장대원들의 갈등과 스트레스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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