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 리더] LG그룹 구광모 회장(상) ‘젊은 피, 강한 지배력’으로 ‘LG 황금시대 재현’ 꿈꾼다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9-03 09:01   (기사수정: 2019-09-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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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레 회장에 올랐지만, LG가(家)의 전통대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은, 육성된 경영자이다.[사진제공=LG]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N세대’이자 Y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LG그룹 4세, 구광모 회장(42)은 재계에서 가장 젊은 총수다.

201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위 20개 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 현황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가장 젊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43), 삼성 이재용 부회장(50),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56), CJ 이재현 회장(58)이 뒤를 이었다.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갑자기 별세함에 따라 그룹을 승계한지 1년여.

구광모 회장은 창업 3, 4세 재계 뉴리더 중 가장 확고한 지배구조와 안정적 지분 등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LG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뛰고 있다. 구 회장이 안고있는 LG그룹의 과제는 옛 영광, ‘LG 황금시대’의 재현이다.


▲ 2019 기해년 신년회가 열린 지난 1월 국내 4대 대기업그룹의 총수들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 재계 최연소 총수에게 맡겨진 LG그룹 ‘명예회복’

LG그룹은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구자였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설립된 것은 1958년으로, 1965년에 창립된 삼성전자보다 7년이나 빨랐다. 금성사는 대한민국 최초로 선풍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을 생산했고, 1979년 11월에는 국내 최초의 반도체 생산 회사인 금성반도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구상의 산업지도를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명한 ‘동경선언’. “삼성이 반도체, DRAM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것이 4년 뒤인 1983년 2월의 일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 LG가 큰 차이 없이 1~3위를 다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현재 LG그룹의 자산기준 재계 순위는 삼성과 현대차, SK에 이어 4위다. 3위 SK와는 약 90조 원 차이로 상당한 간격이 벌어져 있다. LG그룹이 SK에 3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재계 순위 8위인 GS그룹(자산규모 63조)의 분리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뼈아픈 사연이 있다.

자산규모가 63조 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원 소유주는 LG그룹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은 대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사업교환, ‘빅딜’을 압박했고 그 결과,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고(故) 정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고, 결국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LG-SK 배터리전쟁 이면의 ‘아픈 역사’

재계에서는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에 ‘배터리 기술’을 놓고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런 역사와 무관치 않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전기차 배터리는 향후 반도체를 대신할 중요 먹거리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KABC(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 2019’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200조 원대 선에 정체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는 현 성장세를 이어가면 2025년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64조 원으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전기차 시장과 함께 배터리 시장도 함께 폭발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상반기 전기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 출하량에서 LG화학은 4위(12.8%), SK이노베이션은 8위(2.4%)였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야말로 LG그룹의 ‘명운’이 달린 주요 사업부문 중 하나로 결코 SK에게 추월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 2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초청 인재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 현장수업 12년, ‘육성된 경영자’

구광모 회장은 짧지 않은 기간 LG그룹의 미래를 위해 육성된 경영자이다.

구 회장은 1978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친아버지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으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첫째 동생인데, 구 전 회장이 2004년 그를 양자로 입적, 후계를 맡긴 것이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레 회장에 오르기까지 LG가(家)의 전통대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았다.

서울 경복초등학교와 영동고등학교를 나와 미국으로 유학, 뉴욕의 로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일반사원과 같이 과장 근무연한을 모두 채우고 차장으로 승진했다.

부장 시절이던 2014년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3개월 동안 현장체험을 했고, 2017년 임원인사에서 LG화학 전무로 승진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상무로 계속 근무하기도 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공장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같이 근무했고 구본무 회장이 과장으로 입사해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았던 것과 같은 길을 걸었다.

구본무 전 회장이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일 때, LG그룹의 미래가 달린 일인 만큼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조카(구광모)의 품성과 자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구 회장은 학창시절 검소하고 부잣집 아들 티를 내지 않아 그를 LG전자 대리점 아들로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상무로 일할 때도 직장 선후배들과 야구장을 같이 다니는 등 격의 없이 지내는 등 평판이 좋았다.

구본무 전 회장은 평소 그에게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해라.”고 당부하는 등 겸손과 배려를 주문하는 등 그룹을 이끌 리더십을 갖추게 했다.

안정적 지분, 지배구조로 리더십 확보

취임 1년을 막 지났지만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은 안정적인 지분 및 지배구조를 통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대기업집단 중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안착시킨 이래 국내 대기업 그룹 중 가장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율을 보면, 구광모 회장은 본인 15% 정도를 비롯 가족 지분 23.1%, 친척까지 합치면 46.5%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다. 1조 원에 가까운 구 회장의 상속세 납부 문제도 매끄럽게 해결됐다.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LG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말 그룹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 19.9%를 전량 매각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은 아니지만, 오너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의무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매각을 결단했다.

매각 대금은 구 회장이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LG 주식(8.8%)에 대한 상속세금(7200억원)을 내는 데 쓰였다. 역대 최고액이다. 일부 지분의 공익재단 출연 등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됐지만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버릴 것은 버린다” 사업구조 개편 박차

지난 1년 간 구광모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LG의 변신을 주도해왔다.

지난날 LG그룹은 ‘인화경영’라는 구호 아래 보수적이고 느린 경영행태와 기업문화를 보여왔다. 그룹 총수로서 구광모 회장의 행보는 선대 회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룹 관계자들은 ‘의리’나 ‘인정’ 보다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과정에서 내외부 협업을 강조하는 것이 구광모 회장의 스타일이라고 전한다.

현재 LG그룹이 추진 중인 매각 작업은 10여 건에 달한다.

LG그룹은 올초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했고 LG전자는 하이엔텍, LG히타치솔루션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 경영권 혹은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며 LGU 는 결제사업부(PG) 매각을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평택의 휴대폰 공장을 베트남 생산기지로 이전하기로 했다.

(주)LG의 LG CNS 지분을 35% 이상 매각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부문 매각도 추진되고 있다. 청산과 더불어 신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LGU 는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를 8,000억 원에 인수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 조명업체 ZKW를 1조44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LG그룹의 미래비전과 관련,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전자, 화학, 통신 3대 축으로 LG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전자 계열은 전기차 부품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학솔루션 등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기차 전지사업과 LG화학의 바이오사업에서 박차를 가하겠다. 통신에서는 5G 전환을 앞두고 네트워크 구축뿐 아니라 5G 특화 서비스 등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가치 제공에 주력하겠다. 미디어와 홈 IoT, AI,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화’에서 ‘인재’로…LG 오랜 전통 바뀌나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이 인사 스타일이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LG화학 최고경영자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했다. 과거처럼 ‘인화’에 안주하기보다 외부 수혈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구 회장은 또 지난해 11월 첫 인사를 통해 외부 인사를 대폭 영입했다.

홍범식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주)LG 경영전략팀장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을 자동차부품팀장에, 보쉬코리아 영업총괄 상무 출신 은석현 전무를 LG전자 VS(자동차부품)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 출신 김이경 상무를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영입했다.

LG의 오랜 특징인 순혈주의가 급격히 흐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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