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경제산책] 추가관세폭탄 미국 트럼프, 고도의 전략 vs 광기 어린 분노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8-24 15:02   (기사수정: 2019-08-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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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보복관세를 내놓자 미국이 즉각 추가관세폭탄을 예고했다. [뉴스투데이DB]

중국 보복관세 조치에 즉각 관세율 인상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때리자 트럼프가 곧바로 추가 관세폭탄을 예고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이 난타전으로 흐르면서 글로벌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동시에 ‘적’으로 규정해 피아 구분없이 싸움을 확산시켜 고도의 전략인지 광기어린 분노인지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지지부진 협상에 보복관세폭탄 난타전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5078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5~10%의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실제 관세 부과시점은 미국이 관세부과를 예고한 시점과 동일한 9월 1일과 12월15일이다. 중국은 이와 별개로 관세면제 대상이었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12월1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반격은 트럼프 정부가 9월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맞대응이다. 앞서 미국은 3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부과를 예고하면서 미국인들의 연말연휴 쇼핑시즌을 망치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 랩톱, 비디오게임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인기제품에 대해서는 12월15일로 관세부과를 연기한 바 있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기존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에 이어 나머지 3000억달러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사실상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전제품(5500억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이 관세부과라는 맞불카드를 내놓자 트럼프는 기존에 이미 시행중이거나 예고한 관세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관세폭탄으로 맞섰다. 미국은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10월1일부터 이를 30%로 대폭 올리기로 했다. 또 9월1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새로운 관세를 예고했던 10%에서 15%를 상향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1700억달러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역시 중국에서 수입하는 5500억달러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대공황 당시 관세폭탄과 닮은점, 다른점

1929년 10월28일 월스트리트 증시가 대폭락하며 기록적인 검은 월요일이 발생하자 각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앞세워 수입품 규제에 눈을 돌렸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리드 스무트(재정위원장)와 하원의원 윌리스 홀리(세입위원장)가 1930년 내놓은 스무트-홀리법은 2만여개의 과세 대상 수입품에 평균 59%의 관세를 매겼다.

이에 맞서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경쟁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경제는 길고 긴 대공황으로 접어들었다. 1929~1932년 세계무역은 그 직전연도에 비해 무려 63%나 감소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보복관세는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상대국 평균 관세는 3~4%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지기 전에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평균 3.1%였다. 트럼프가 부과하는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무역을 규제하는 WTO(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없었다면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는 대공황 시절의 관세폭탄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이 WTO 가입국가가 아니라면 보복관세는 최고 4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WTO 탈퇴를 위협하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WTO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월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구다.

트럼프의 보복관세가 대공황 때와 다른 것은 당시는 무차별적으로 국가를 가리지 않고 보복관세를 때린데 비해 지금은 중국을 특정해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 초기에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끌어올려 상대 교역국들이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대공황 초기와 유사하게 흘러갔으나 지금은 중국과의 싸움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준까지 적 규정, 전략인가 광기인가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폭탄을 예고한 23일(현지시간) 시진핑과 파월 연준 의장을 싸잡아서 ‘적’으로 불렀다. 트럼프는 연준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금리인하를 촉구해왔는데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른바 잭슨홀 미팅에서 소극적인 발언을 하자 즉각 “시진핑과 파월 중 누가 더 큰 적인지 모르겠다”고 트위트를 통해 공격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앞서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성장 둔화와 미 제조업 약화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의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 “통화정책이 소비심리와 기업투자를 지지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무역을 위한 규칙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금리인하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트럼프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제롬 파월 미연준의장. [뉴스투데이DB]


파월 의장의 뜨뜨미지근한 발언이 나온 직후 미국 주요언론들은 파월 의장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지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큰 폭 금리인하를 촉구하며 전방위 압박을 펼쳤던 트럼프는 파월의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의장과 시진핑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라며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수장과 무역전쟁 상대국인 중국 시진핑 주석을 같은 ‘적’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트럼프의 트위터 소식이 전해지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 급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2.37% 하락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비난하는 트럼프의 최근 행동을 두고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자 초초함에서 비롯된 분노가 폭발한 것이란 분석과 고도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전략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 여론조사에서 유력후보들 대부분이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의 재선전략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캇 케네디 국장은 트럼프의 협상전략을 미국의 상징인 ‘엉클 샘’과 ‘광인 전략’을 합해 ‘미친 아저씨 전략(Crazy Uncle Strategy)’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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