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41) DMZ작전소대의 마지막 임무는 아찔한 지뢰제거 작전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8-14 15:56   (기사수정: 2019-08-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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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내 지뢰지대 표식과 2018년 10월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전 중인 국군장병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시근종태 인지상정 종근여시(始勤終怠 人之常情 終勤如始)"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서 맡겨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의 숙명!

DMZ근무 끝내고 후방철수 직전에 '새 임무' 부여받아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조선 성종 때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날 무렵인 권신 한명회에게 그의 사위인 성종이 신하를 보내 “내가 앞으로 왕을 하는데 무엇을 좌우명으로 삼아야 되느냐?”고 물었더니 한명회는 “시근종태 인지상정 종근여시(始勤終怠 人之常情 終勤如始)”라고 답했다고 한다.

시작할 때는 부지런하고 끝에 태만해지는 것은 인간의 상정이니 마지막까지 부지런하기를 시작처럼 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하늘이 마지막까지 태만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DMZ작전 근무를 끝내고 후방으로 철수하기 얼마전에 소대에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었다.

DMZ내 고지 정상에 위치한 GP의 울타리 철책은 고지 경사로 인해 울타리 철책 밖의 흙이 깍여 흘러내려 울타리 철책 내부 순찰로 하단이 자주 침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타리 철책 밖의 지뢰지대에서 철책하단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울타리와 근접한 지뢰지대의 지뢰는 제거해야 했다.

결국 DMZ작전소대 근무를 마치고 후방으로 철수하기 전에 필자가 담당했던 GP 울타리 철책주변에 근접한 지뢰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소대원들과 GP로 다시 투입하게 되었다.

GP울타리 철책에서 수류탄 투척이 가능한 거리까지는 불모지로 형성되어 있는데 고지라 매우 급경사였다. 그곳에는 M16대인지뢰와 M14폭풍지뢰가 매설되어 있는데 울타리 철책 근접에는 지뢰가 흘러 내리지 않도록 실로 연결하여 M14폭풍지뢰로 매설되어 있었다.


▲ GP 및 GOP 철책 순찰 모습 [사진출처=국방홍보원]

GP 담당소대는 주야간 등 기본 임무에만 전념하고 필자가 지휘한 작전소대가 아침에 GP로 들어가 일몰전까지 지뢰제거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됐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임무이다. GP 및 GOP불모지대에는 일부 M16지뢰의 삼각뿔이 지표면 위로 튀어 올라와 있어 “죽음의 사자들이 어서 오라”고 부르는 듯 했다.


지뢰제거 임무를 설명받은 소대원들, 손톱을 잘라 유서 봉투에 담아


지뢰제거 임무를 설명들은 소대원들은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유서와 함께 편지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소대원들에게 세부적인 작업 계획을 제시하고 토의했다.

울타리 철책으로부터 불모지대 끝까지는 전체가 지뢰지대임으로 작업 구간을 울타리로부터 1m로 제한했다. 결국 선두만이 모든 위험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지뢰 매설한 지도 오래됐기 때문에 겉에 것을 탐지해 캐내더라도 그 밑에 또 지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무 깔판을 준비했다. 먼저 선두가 최초 탐지하여 제거하면 바로 뒷조가 나무 깔판을 전달하고, 다시 선두는 그 나무깔판을 딛고 다음 지역을 탐지 제거하며, 제거된 지뢰는 즉시 뇌관을 제거하고 후미에 전달하면 마지막 조는 뇌관과 지뢰몸통을 분리하여 보관하도록 작전을 세웠다.

그때 분대장이 자신이 선봉에 서서 탐지를 하고 지뢰를 수거하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필자는 가장 위험한 선두를 부하에게 맡길 수 없었다.


지뢰제거 첫날, 식은 땀을 흘리며 M14폭풍지뢰 제거


지뢰제거 작전 첫날, 소대원들과 DMZ통문에 도착하여 현장 지도하겠다는 중대장과 함께 GP로 들어 갔다. 항상 모든 일은 첫발이 중요하다. 필자가 먼저 지뢰탐지기를 들고 울타리 철책으로 접근했다.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었고 탐지기만을 믿을 수 없었다. M14폭풍지뢰는 플라스틱으로 지뢰탐지기로는 탐지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탐지 지역을 다시 대검으로 찔러보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필자의 바로 뒤에 있는 분대장에게서 나무깔판을 받아 탐지한 지역에 깔고 다시 대검을 45도 각도로 찌르자 무언가 딱딱한 감촉이 손끝에 전달되어 왔다. 야전삽으로 살살 흙을 퍼내자 파란 플라스틱이 보였다. 손으로 흙을 걷어내고 M14폭풍지뢰를 꺼냈다. 뇌관을 제거하고 안전핀을 재결합한 뒤에 뇌관과 몸통을 분리해서 뒷조에게 전달했다.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첫날 작전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자 대대 통신대장 안철주중위(육사동기)와 인접 GP장(학군동기)에게서도 안전을 기원하는 전화가 왔다. 격려 전화를 받으면서 나의 버켓리스트(The Bucket List)가 떠올랐다. 죽기전에 개인전 한번은 할 수 있을까?


일주일 동안 105발의 지뢰를 캐내고 임무 완수

첫날 12발을 캤다. 둘째날은 7발을…..
지뢰를 캐어낼 때마다 섬짖하게 스쳐가는 사자(死者)의 휘파람 소리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고 생사(生死)의 기로(岐路)를 넘기면서 105발의 지뢰를 캐내어 GP관리에 안전을 확보하면서 임무는 완료되었다.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서 나에게 맡겨진 임무를 위해 강행해야 하는 군인!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명령하는 상급자, 위험 속에 빠져들면서도 임무를 수행하는 하급자, 이 모두가 군인다운 군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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