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대란]① 교육부의 280억원 연구비 지원사업, 명칭혼란부터 총체적 부실 우려
김연주 기자 | 기사작성 : 2019-08-15 07:17   (기사수정: 2019-08-15 07:17)
591 views
201908150717N
▲ 지난 6월 11일 강사공대위와 대학별 공대위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강사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시간강사 처우 개선에 관한 고등교육법개정안(강사법)'이 8월부터 발효되면서 대학사회에 대혼란이 몰아닥치고 있다. 강사법은 고급인재인 대학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3년 재임용’ 보장을 법제화했지만, 현실은 거꾸로 흘렀다. 대학들이 재정난을 앞세워 시간강사들을 대거 해고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급하게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위기라는 점이다. <편집자 주>



교육부, 강사법으로 해고된 시간강사 실태파악도 안돼

교육부 관계자 "직장잃은 시간강사 8000~1만4000명 추산 "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강사법 시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강사들의 연구 지원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주먹구구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해고된 강사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지원책을 확정한 것부터 그렇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간강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소 8000 명에서 최대 1만 4000 명의 시간강사가 직장은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현재 공식통계가 없는 이유는 시간강사가 기간제 근로자인 만큼 매년 현황이 바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데이터는 8월 말에 공식 집계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급하게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11일 이미 확보된 추경을 통해 2000명의 연구자에게 개인당 연구지원비 14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28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을 실시해왔다. 예술·체육학을 포함해 인문사회 분야 전·현직 강사가 연구경력 단절 없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부터 시행해 온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은 '현직 시간강사'가 주 대상

추가된 2000개 과제는 '전직 시간강사'만을 지원해

교육부는 아직도 '명칭 혼란' 상태

하지만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에 추가되는 2000개 연구과제는 그 대상이 다르다. 강사법 시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비전임 연구원'들만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기존에는 현직 시간강사에게 혜택이 대부분 돌아갔다면, 이번 지원사업은 ‘전직’ 시간강사만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 지원사업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이라는 기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본지와 통화한 교육부 관계자는 "엄밀하게 표현하면 시간강사가 아니라 비전임연구원이 추가 지원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2000명에게 추가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비전임연구원 연구지원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명칭을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사업과 성격이 다르지만 달라진 선발 기준 제시 못해

‘최근 5년 내 강의 경력 있는 박사급 비전임연구자'만 신규 조건

고용된 시간강사 제외하고 해고된 시간강사만 대상으로

추가되는 비 전임연구원 2000명의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기존의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은 연구 역량이 우수한 박사급 비전임 연구자가 해고 등을 이유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발표된 교육부 사업이다. 대상은 인문사회 분야(예체능 포함)에서 최근 5년 내 강의 경력이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다.

이번에 2000명의 연구자가 혜택을 받으면 이미 선발된 1282명의 시간강사들을 포함해 올 한해에만 3282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실업자가 된 시간강사들인 2000명의 선정 기준이 기존의 시간강사연구지원 사업에 비해 차별화된 선발기준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5년 간 강의 경력이 있는 실업 상태의 비 전임연구원'이라는 조건만이 달라진 사항이다.


소속기관·추천기관 없이 신청 가능


교육부 관계자, "1인 유튜버 및 연구자 시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지원 제도 개선"

선발인원 2배로 증가, 객관적 선발 안되면 '공정성 '논란 불가피

이에 따라 신청 연구자는 소속기관이나 추천기관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되는 시간강사 연구지원비 사업에는 ‘소속기관이나 추천기관’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지원사업에 신청하고 싶어도 소속기관이나 추천기관이 없어 신청할 수 없었던 잠재적 수요가 존재한다”며 “1인 유투버, 연구자 시대인 만큼 박사학위가 있고, 연구 결과가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자에 대한 평가는 요건심사, 전공평가, 종합평가의 3단계로 이뤄진다. 신청자격만 충족되면 선정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은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토대로 한 전공평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 연구 내용은 보지 않는다”며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통해 연구과제 타당성 등을 평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에 1800여명을 선발했던 연구지원사업이 두배가 넘는 규모로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심사인력 및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에 실직한 시간강사가 1만 4000명이라면 대부분이 신규연구비 지원사업에 응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많은 숫자의 연구계획서를 객관적으로 심사해서 수혜자를 선발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는 격렬한 '부실 심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기존의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은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전임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탈락해도 감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전임연구원들은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불공정 심사논란이 불붙는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교육부의 강화된 심사체계와 친절한 홍보 전략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석사급’ 시간강사는 포함 안 돼

이번 지원사업 자격조건에는 ‘박사급’ 연구자만 해당한다. 석사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 담당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업의 핵심은 강사법으로 직업을 잃고 학문연구 단절이 된 인재를 위한 대책”이라며 “연구지원이 핵심인 만큼 범위를 ‘박사급’으로만 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담당자는 이어 “석사급에 대한 조치는 교육부에서 논의 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 곳을 잃은 석사급 연구자들은 또 다른 불씨인 셈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