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한일 경제전쟁 흐름 뒤집는 문 대통령과 삼성전자, 수비에서 반격으로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8-12 17:59   (기사수정: 2019-08-1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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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정부, 12일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서 ‘일본 제외’ 발표

일본에 맞서야 한국만 손해라는 ‘자조적 여론’도 풀이 꺾인 모습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한·일 경제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수비에서 반격으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과 맞장을 떠봐야 피 보는 것은 상대적 약자가 될 것이라는 한국사회의 자조적 여론도 완연하게 풀이 꺾인 모습이다.

우선 일본의 연쇄적 경제보복으로 수세에 몰렸던 정부가 12일 첫 번째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성윤모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이번에 백색국가에서 빠진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의 백색국가는 기존의 29개국에서 일본을 제외한 28개국으로 줄었다.

성 장관은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 중,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 고시개정안에는 일본이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는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이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에 적용한 백색국가 제외와 동일한 내용이다.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상품은 그동안 사용자포괄허가를 받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개별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이 속하는 가의 2지역은 제출서류가 5종이고 심사 기간은 15일 이내이다. 일본의 최대 처리기간인 90일에 비하면 훨씬 짧은 편이다.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다음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성 장관은 “20일 간의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 일본의 경제보복과 우리 측의 이번 반격 조치를 포괄적으로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영향받는 물자는 ‘손 한 줌’ 불과"

"삼성전자 D램 생산차질 빚으면 일본도 타격" 강조

공교롭게도 1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의 영향력을 극단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1194개 전략물자 중 검토해보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에게 진정으로 영향을 주는 수출통제 전략물자는 ‘손 한 줌’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이후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돼온 ‘공포’여론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청와대 통상정책의 책임자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나와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우리 정부 핵심 인사가 처음으로 일본 정부측 보복카드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그 효과가 한국경제를 수렁에 빠트릴 정도로 충격적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물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부와 이념적 색깔이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차장이 '취향저격'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김 차장이 중대 사안을 두고 정치적 발언을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추가 대응전략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김 차장은 정부의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우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2.4%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D램 공급이 2개월 정지되면 전 세계 2억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서 "이런 카드가 옵션으로 있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지목한 것이다.

'국산화'전략이 장기적 해결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차장은 "가장 좋은 조치는 4차산업혁명 기술 면에서 우리가 일본을 앞장서는 것"이라며 "유능한 기술자들을 많이 데려오고 인센티브도 많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등과 같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자기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는 공격적 논리인 것이다.


삼성전자도 강력한 반격 개시, 일본 규제 속 시스템반도체 역사 다시 써

중국 샤오미와 손잡고 ‘1억 화소’ 이미지센서 개발, 소니 추월은 시간 문제

삼성전자도 12일 강력한 반격을 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중국의 샤오미와 손잡고 세계최초로 ‘1억화소’ 벽을 깬 이미지센서(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지 센서는 스마트폰의 눈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연초에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던 것이 공언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규제 와중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일본 측에 심리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모바일 이미지센서 시장의 1위는 26.1%를 점유한 일본 기업 소니이다.

삼성전자는 23.3%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번 신제품 개발을 계기로 조만간 소니를 왕좌에서 밀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반도체 소재의 ‘공급선 다변화’도 예상보다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지난 11일 "삼성전자가 일본의 화학회사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추정되는 업체에서 포토레지스트를 6~10개월 분량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소스로 지목된 한양대 박재근 교수는 "나는 인터뷰 한 적도 없는 사실무근의 보도"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아베 총리의 수출규제 조치가 ‘자충수’였다는 일본 내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보도이다. 그만큼 삼성전자 등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정황증거이기도 하다.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의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산 에칭가스가 한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이지만 앞으로 더욱 줄어 들 것"이라면서 "지난 달 2일 이후 경제산업성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나지 않았다"고 초조감을 피력했다. 아베 총리의 조치로 일본 기업만 손해를 본다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흐름만을 근거로 삼아 한일 경제전쟁으로 누가 가장 큰 타격을 볼 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현종 차장의 발언이 '공언'이 아니라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의 위기 대응력은 당초 기대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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