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분양가 상한제 부활..집값 잡힐까 vs 역효과 클까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8-12 15:00   (기사수정: 2019-08-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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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간사(오른쪽 두번째) 등과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국토부,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재건축·재개발 단지,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시점부터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전매제한기간 5~10년으로 늘려

전문가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vs "분양가 인하 효과로 집값 안정"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집값 잡힌다 vs 역효과 크다." 정부가 이미 예고했던 대로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2015년 사문화됐던 상한제의 4년여만의 부활이다. 일단 최근 집값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공급감소와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동시에 분양가 인하가 집값의 하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10월부터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더해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내려 전체적인 집값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평균 분양가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안에 따르면 기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했는데 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뀐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를 포함해 경기 과천, 광명, 성남, 분당구, 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나머지 3가지 선택 요건은 ▲직전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는 그대로 유지하되, 다만 해당 시·군·구의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 주택건설지역(특별시·광역시)의 분양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기존에는 분양가 상한제 지정 공고일 이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가 적용 대상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일괄적으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토록 명시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후분양 방식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로또 청약' 단지에 유입되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을 기존 3~4년에서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5~10년까지 늘린다. 추가로 국토부는 공공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거주 의무기간(최대 5년)도 올해 안에 민간택지 상한제 주택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후분양 아파트의 기준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지상층 층수 3분의 2 이상 골조공사 완성 수준인 공정률 50~60%에서 지상층 골조공사를 모두 완료한 공정률 80% 수준까지 지으면 분양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 [그래픽=연합뉴스/자료제공=국토교통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투기과열지구 가운데 분양가, 청약경쟁률, 거래량이 높은 지역이 상한제 사정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최근 6, 7월 서울지역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2.42대 1, 18.13대 1로 두달 연속 10대 1을 넘어 청약경쟁률 선택 요건을 충족한다. 6월 분양이 없었지만, 과천시는 지난달 평균 6대 1, 대구 수성구가 7.45대 1, 세종시는 65.32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하면서 정량적 요건은 갖추게 된다.

최근 주택거래가 작년보다 위축돼 거래량 요건은 충족하는 곳은 없지만, 분양가 상승률 요건을 갖춘 곳은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02% 올랐다. 최근 1년간 물가상승률(누적 0.4%)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과천시는 최근 주공1단지 푸르지오 써밋의 후분양 분양가가 3.3㎡당 약 40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분양가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주택법 시행령이 발표되는 10월 초까지 청약경쟁률과 분양가 변동을 다시 검토하더라도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상당수가 정량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정성적 평가에 따라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만큼 집값 급등 우려 지역이 아니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에 따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건축 단지 사업이 중단돼 공급 감소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이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주택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재개발·재건축 초기 사업장은 추진 속도가 상당히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 물량 감소가 동반돼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매제한 등 규제가 동시에 강화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건설업계도 상품 개발이나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주택 사업 위주의 건설사들은 시장 위축으로 자금이 돌지 않아 여러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집값이 상당히 오른 시점에서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결국 현금이 많은 부자들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서울에 분양하는 단지 대부분의 분양가는 전용 59㎡에 10억원이 넘어 현금을 6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청약이나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며 "결국 미분양분은 서민들이나 실수요자들보단 현금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소장은 또 "정부가 분양가 상승이 일반 아파트 시세를 상승시킨다고 하지만, 오히려 아파트 가격 시세 상승이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수준이 강하다"며 "현재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매물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유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막힌 퇴로를 뚫어줘 매물 품귀현상을 줄이고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통제돼 분양가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러랩장은 "상한제 실시로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 대기 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시키고,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하다"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 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 예고되고, 이후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구체적 상한제 지정 지역, 시기에 대한 결정은 시행령 개정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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