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안보 진단](5) 군 수뇌부의 관심 비껴간 사이버작전사령부, 명확한 역할 정립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8-09 13:23   (기사수정: 2019-08-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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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9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장 겸 사이버사령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면담하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마이클 로저스 미국 사이버사령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ICT 인프라가 가장 발달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인식은 낮아 사이버공격을 무기화하는 일부 국가나 해커 조직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사이버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군 차원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는 ‘사이버안보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미 사이버사령부, NSA국장이 사령관 겸직하고 국가 기반시설 보호 조력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미국 사이버사령부(US-CYBERCOM)의 로고에는 매우 작은 글씨체로 ‘9ec4c12949a4f31474f299058ce2b22a’라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호가 새겨져 있다. 사이버사령부의 임무를 암호생성기로 암호화한 것인데, 이를 해독하면 다음과 같다.

“사이버사령부는 명시된 국방부 정보망을 운영하고 보호하기 위해 활동을 계획·조정·통합·동기화하며, 사이버공간에서 미국과 동맹국에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적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군사적 사이버작전을 펼친다.”

미국은 2009년 6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했고, 2010년 2월 ‘국방정책검토서(QDR)’에서 사이버공간을 육·해·공·우주와 함께 작전 영역에 포함시켰다. CYBERCOM 웹사이트에 명시된 사령부의 임무는 국방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방어하고, 전투부대 지휘관의 임무 수행을 지원하며, 사이버공격에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을 강화하는 등 크게 3가지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Cybersecurity and Cyberwar’의 저자이자 사이버전쟁 전문가인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터 싱어’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CYBERCOM의 국가적 임무 수행은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의 보호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초대 사령관은 국가안보국(NSA)을 2005년부터 이끌어온 키스 알렉산더 육군대장이 겸직했다. 즉 NSA 국장과 사이버사령관을 한 사람이 담당하는 체제다. 2014년 2대 사령관으로 마이클 로저스 해군대장이 부임했고, 2018년 5월부터 폴 나카소네 육군대장이 이어 받았다. 2017년 8월 전략사령부 예하의 사이버사령부는 독립적인 10번째 통합사령부로 격상됐다.

한국, 사이버사령부 창설시 역량 보유한 정보기관 정치 논리로 배제

한국도 미국처럼 정보기관장이 사이버사령관을 겸직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2009년 군 내부에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보유한 조직은 기무사와 정보사였다. 당시 기무사 예하에 사이버사령부를 설치하는 안이 기무사 주도로 추진됐으나, 힘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한 정치권의 반대로 2010년 1월 국방정보본부 예하 조직으로 변경돼 창설됐다.

이런 연유로 사이버사령부는 창설 이전에 군 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없이 만들어졌다.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할만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이 미흡했고, 사이버전 임무를 수행할 전문인력 확보 및 양성도 어려웠다. 결국 경험이 부족한 인력들이 배치됐고 그마저도 전문성이 배양되기 전에 타 부서로 보직을 옮기는 일이 빈번했다.

군 내부에서는 ‘사이버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말만 무성할 뿐 누구 하나 책임 있게 업무를 추진하는 리더가 없었다. 변화를 선도해야 할 국방부 최고위층의 관심과 지원이 없다보니 사이버사령부 자체 노력만으로는 부여된 임무를 발전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댓글 사건과 국방망 해킹 사건까지 터지면서 사이버사령부는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역대 사이버사령관들이 소송에 연루되고 징계 대상이 되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지난해 8월 사이버사령부는 국방개혁 차원에서 ‘국방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10대 실행과제를 추진 중이다. 부대 명칭도 ‘사이버작전사령부’로 바뀌었고, 법령도 ‘국군사이버사령부령’을 ‘사이버작전사령부령’으로 전면 개정해 금년 2월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법령, 국가기반시설 보호 등 국가 차원의 임무 불분명

사이버작전사령부령에 명시된 사령부의 임무는 사이버작전의 계획 및 시행, 사이버작전과 관련된 사이버보안 활동, 사이버작전에 필요한 체계개발 및 구축과 전문인력 육성 및 교육훈련, 사이버작전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및 협조체계 구축, 사이버작전과 관련된 위협정보의 수집 분석 및 활용, 그밖에 사이버작전과 관련된 사항 등이다.

명시된 임무를 미 사이버사령부와 비교하면, ‘사이버작전의 계획 및 시행’은 전투부대 지휘관의 임무를 지원하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사이버작전과 관련된 사이버보안 활동’이란 국방 네트워크 및 시스템 방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국가기반시설 보호를 돕는 국가적 차원의 임무는 드러나지 않는다.

‘유관기관과 정보 공유 및 협조체계 구축’이 임무에 포함돼 있지만 국방의 사이버안보를 위한 조항으로 이해된다. 이따금 사이버 상황이 발생하면 국정원이나 경찰청의 요청으로 사이버작전사령부에서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미 사이버사령부처럼 명시된 임무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와 관련, 국방 사이버 분야를 경험한 몇몇 예비역 장성들은 “유사시 국가기반시설이 보호되지 않으면 국방의 사이버안보도 지키기 어렵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시설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하고, 국방이 담당할 역할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의 사이버 역량을 국가가 사용하려면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명환 사이버군협회장, “사이버작전 교리 발전에 합참은 관심 없어”

손영동 한양대 교수, “미래전 담보할 핵심조직...사이버전에 최적화돼야”


이명환 사이버군협회장은 “전투부대 지휘관의 임무를 지원하려면 사이버공격작전과 사이버방어작전을 어떻게 수행할지 교리가 정립돼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군 교리는 작전 전문가 참여 없이 미군의 교리를 번역해 보완한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사이버작전 환경에 부합된 교리가 합참 작전부서 주도하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은 2018년에 신교리가 나와서 이미 적용 중인데, 우리는 사이버작전 교리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사이버군협회가 최근 자체적으로 미군의 신교리 번역을 완료했지만 합참의 어느 부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령에서 특이한 점은 제8조에 사령관이 사이버작전 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예하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를 일시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변재선 前 사이버사령관은 “사령관이 필요하면 각 군의 ‘사이버작전센터’와 ‘사이버방호조직’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근거 조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과 1의 끝없는 전쟁’의 저자인 손영동 한양대 교수는 “사이버작전사령부는 미래전을 담보할 핵심조직이 돼야 하며, 예산 및 인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현재 사이버전에 최적화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정비 중인데, 필요한 사이버무기를 적시에 개발해 사용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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