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일자리](2) LG화학-삼성SDI 등 화학 빅3, 구미형 일자리 15개 창출 가능?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08-07 07:37   (기사수정: 2019-08-07 07:37)
1,377 views
201908070737N
▲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5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 장세용 구미시장, 문 대통령,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김동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구미지부 의장. (왼쪽부터) [사진제공=연합뉴스]

일본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한국의 산업계는 1100개 이상의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를 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차제에 핵심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을 딛고 ‘기술한국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 그동안 모든 정부가 외쳐왔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현실화될 수 있다. 뉴스투데이는 일본의 경제보복인 화이트 리스트 제외조치를 계기로 새롭게 생겨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지도를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주>


화공제품은 대일의존도 높은 '가마우지', 배터리만 '팰리컨'

LG화학 구미형 일자리는 직접 고용 1000명 기대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지난 7월 25일 경상북도 구미 LG화학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핵심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 과제인 지금, 구미형 일자리 협약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바라는 산업계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1000여 개의 직접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라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범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은 '가마우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특히 지금의 현실은 우리 앞에 놓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모두가 합심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간의 ‘가마우지’를 팰리컨’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애써 잡은 먹이를 손쉽게 남에게 빼앗기는 가마우지에서 대어를 낚는 포식자 펠리컨으로 변신하는 조건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일 의존도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화학공업 분야에서 홀로 펠리컨의 자질을 갖춘 업종은 배터리다.

LG화학은 최근 5000억원을 투자해 ‘구미형 일자리’ 방식으로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약 1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해외 공장을 증설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내리면서 구미 공장은 국산화 전략 모델로 부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 달 26일자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학 분야는 수입 의존도 면에서 일본에 “절대 열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일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민·관이 전략적 국산화를 추진하는 배터리 분야는 오히려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자료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화학 분야 대일 의존도 '高', 배터리 홀로 완전 국산화 가능성 'GO'

화학산업 전반의 대일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화학 분야 대일 순수출액으로 총 무역량을 나눈 무역특화지수(TSI)는 -0.474으로 -0.5 내외의 절대 열위에 있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완전 수입의존에 가깝다.

다만 대일 2018년 대일 수출액은 48억 2000만 달러로 2000년 수출액 13억 4000만 달러의 3.6배다. 같은 기간 수입액이 49억 4000만 달러에서 2.3배인 114억 7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보다 수출액이 더 빨리 늘어나는 추세다. 적자폭도 지난해 66억 5000만 달러까지 줄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배터리 소재 분야의 대일 의존도가 낮아 국산화 또는 일본이 아닌 대체 수입처를 찾는 데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연료전지 쪽이 아닌 이상 배터리 분야는 (일본의)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라며 "국산화가 많이 됐을 수도 있고 국산화하기 쉬울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소재 중 양음극의 전해질을 감싸 격리하는 파우치 필름(분리막)은 현재 일본의 쇼와덴코와 DNP가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미형 양극재 공장도 일본산 파우치 필름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대체 구매처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분리막은 일본 수입 비중이 83%에 육박하나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중국 업체의 증설로 일본의 수출 규제 적용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즉 완전 열위에 있는 다른 화학 업계가 ‘나홀로 펠리컨’ 배터리 업계와 같은 기술 향상을 통해 전면 국산화를 가시권 안에 두게 된다면 국산화를 통한 ‘탈일본’을 실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입 화공 제품 전량 국산화, 일자리 1만 5000개 가능 추정

국내 업계의 기술력과 정부의 체계적 지원에 따라 실제 고용창출 규모는 달라져

지난해 화학공업 분야 전체의 일본 수입물량인 114억 7000만 달러(한화 약 13조 9475억원)를 모두 국내 생산하는 ‘탈일본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산술적으로 LG화학 전지부문 3개에 달하는 1만 5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투데이는 지난 6일 LG화학 전지부문을 샘플로 삼을 경우, 실행해 화학공업 분야의 완전 국산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예상치를 도출했다. 구미공장 계획을 통해 국산화 확대 행보를 굳힌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 지난해 기준 소속 근로자 5504명이 5조 221억원의 생산 실적을 냈다.

13조 9475억원 규모의 일본 수입품을 완전 국산화하고, 그에 따른 고용창출 역량이 LG화학 전지부문과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전지부문 2.78개에 해당하는 1만 5286명의 새 일자리가 탄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 15개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업계의 축적된 기술력이나 정부의 체계적 지원등에 따라 국산화 및 일자리 창출의 규모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 "100개 전략 품목 5년내 국산화 가능"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실장, "아니오. 되겠습니까?"

정부의 국산화 청사진이 예상대로 실행된다면 이 같은 일자리 창출 비전이 가시화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업계가 일본을 기술적으로 따라잡아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해 100개 전략적 핵심품목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5년 내 공급 안정을 이루겠다”라며 “소재·부품·장비산업의 항구적인 경쟁력을 반드시 업그레이드하겠다”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나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주원 연구실장은 화학공업 전반에 관해 “(국산화 여지가 충분한 배터리와 달리) 화학 분야는 우리나라가 많이 좀 밀리고 있는 것 같다. ‘절대 열위’라고 적어 놓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5년 내에 국산화’ 주장에 대해서는 “아니오. 되겠습니까?” 여덟 글자로 잘라 말했다.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화공분야의 국산화 및 고용창출은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인 것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