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 리더]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중) ‘정기선 체제’ 공고히 할 ‘3대 경영과제’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7-30 10:50   (기사수정: 2019-07-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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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사진제공=현대중공업]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대한민국 경제신화를 이룩한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X세대’이자 ‘N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선대가 만든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이원갑 기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거침없고 활달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지만 감수성 또한 풍부한 면모를 보였다.

20, 30대 시절, 신문을 통해 이광수의 연재소설을 탐독하며 문학가의 길을 동경했고, 현대그룹 회장 때는 여성 문인들과 밤새 문학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의 자녀 중 차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이 대체로 정주영 회장의 활달한 성격을 닮았다면, 5남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6남 정몽준 이사장에게서는 선친의 감수성을 볼 수 있다.

동창 등 지인들은 “정기선 부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은 것 같다”라고 평하기도 한다.

정기선 부사장은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권유로 2004년부터 3년간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근무했는데 당시 선·후배 대부분은 그의 신분을 몰랐다고 한다. 언론사 특유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요령을 피지 않고, 사건 현장이나 경찰서를 돌아다니고 철야근무도 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DNA', 리더십 구축에 ‘장점’

조선업은 전후방 효과가 높고 직·간접 고용인원이 30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중추산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등 조선국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국민기업’이자 ‘수출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효자기업’이기도 하다.

경영승계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정 부사장의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에서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 및 정몽준 이사장의 DNA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조선업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의 산업’이다.

그만큼 경영능력이 최우선 자질로 중요시되고, 정기선 부사장은 잠재력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당면한 주요 경영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정기선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최대의 현안으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 합병 문제, 부진한 조선업 실적 제고와 사업다각화. 노동집약산업인 조선업을 첨단화, IT화라는 과제 해결이 급선무다.


① 대우조선해양 합병

조선업계 구조조정 문제는 조선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의 ‘빅 이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이 해외 선박 수주 시장에서 오랫동안 감행해온 공격적 수주, 이른바 ‘덤핑 공세’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조선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대우조선의 부실이 금융권과 국민에게 전가돼 왔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3월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5월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를 두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회사가 4개로 늘어나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한일 무역갈등 속, 日 햡병승인 여부 ‘주목’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매출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각국의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고, 유럽연합(EU)에서도 예비심사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일본과 중국 당국에도 기업결합심사를 곧 신청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로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대해 “한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공정한 세계 무역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했다”라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및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기구는 독립적인 행정위원회로 준사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조선업계와 겹치는 부분이 크지 않아 우리와의 경쟁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조, 지역주민 우려 불식, ‘매끄러운 합병’ 넘어야 할 ‘산’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양사 노조 및 울산 창원 등 지역주민들의 거부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주주총회 저지를 시도한 데 이어 공정위원회의 결합 승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울산 주민과 지역단체들은 현대중공업지주 본사의 서울 이전에 극력 반대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월 치러진 창원 보궐선거 당시 여야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했을 정도로 조선소 주변 지역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이루어진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지배체제 개편이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노조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대우중공업 인수를 얼마나 매끄럽게 마무리짓느냐는 것이 정기선 체제 확립을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다.

▲ 2016년 6월 13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선박 명명식에 참석한 정기선 당시 현대중공업 전무(오른쪽 두 번째)와 현대중공업그룹 1호 고객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오른쪽 세 번째) 모습. [사진제공=현대중공업]

②‘수주전쟁’과 실적개선, 사업다각화

조선업계의 수주경쟁은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치열하다.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입사 후 주로 선박 수주 부서에서 근무했는데, 경영의 최일선에서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 2015년 조선해양영업본부 총괄부문장에 이어 2018년 11월부터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조선업황이 살아나면서 현대중공업의 수주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2018년 조선부문에서 137억 달러를 수주했다.

2017년 조선부문 수주실적보다 23%가량 늘어났는데, 2019년 수주목표로 2018년보다 16% 높은 159억 달러를 제시했다.

▲ 현대중공업그룹 연도별 선박 수주 실적 추이 [자료=한국조선해양/그래픽=뉴스투데이 이원갑]

2016년 6월,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최초의 고객인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의 조지 리바노스 회장(86)을 초청, 원유운반선 2척의 명명식을 가졌다.

그는 “창업자(정주영 회장)를 향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 최고의 선박으로 그 믿음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주전쟁’ 최일선에서 ‘정기선 리더십’ 확립

정 부사장이 앞장서 사업다각화 및 글로벌화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2년까지 매출 2조원, 영업이익 4030억 원, 수주 23억 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유럽과 미국 법인에 이어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콜롬비아에도 신규 법인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발걸음도 분주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선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작년 3월 공사를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드나들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은 그를 두고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창업주 정주영의 주요 사업 무대였던 중동에서의 활약은 한편으로 “정주영의 DNA’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기회로 여겨진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와의 오찬에 정 부사장이 참석한 것은 이 같은 측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 운영에 참여해 여러 부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18년 5월 7일(현지시간) 독일 KUKA 그룹과 로봇 분야 협력 MOU를 맺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③‘중후장대(重厚長大)’ 조선업과 ICT, AI 등 첨단기술의 결합

정주영 창업주는 현대중공업을 만들면서, 유조선과 같은 대형 선박 건조를 “바다에 떠 다니는 아파트를 짓는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주영 회장의 말은 개척자다운 도전 의지, 어려운 일도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업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철판을 용접해서 붙이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벗어나지 못했다.

해양 플랫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등이 조선업의 활로를 찾을 첨단제품으로 각광받기도 했지만 조선업 불황의 탈출구가 되지는 못했다.

정기선 부사장을 비롯한 재계 뉴리더, 창업 3,4세대 젊은 경영인들은 하나같이 IT 등 첨단기술에 밝고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아버지 세대들과 첨단기술의 수용성 및 의식 차이도 확연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의 첨단화를 선언했다.

한국조선해양 권오갑 부회장은 6월 13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선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며 “연구개발인력을 최대 5,000명으로 확대하고, 자회사별 자율경영체제를 지키겠다”라고 밝혔다.

조선산업을 노동집약 산업에서 탈피해 기술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이자, 첨단 IT산업과 인공지능(AI) 등의 가파른 발전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교에 5,000명 R&D센터, ‘스마트쉽’ 등 신개념 선박 개발

향후 조선업은 기술이 뒷받침되는 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혁신의 중심에는 첨단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값싼 인건비로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 등의 후발업체로 전 세계 조선업은 한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조선업 진출을 서두르는 자원 부국과의 경쟁도 무시 못 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판교에 계획 중인 R&D센터는 친환경 선박, ‘스마트쉽’ 등 신개념 선박 개발 등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기술력과 품질을 확보해 조선업황의 부침과 상관없이 안정적 수주기반을 만들어 한국 조선업의 생태계를 지켜나간다는 복안이다.


‘중후장대’와 ‘나노’의 스마트팩토리 R&D 콜라보

현대중공업은 또 KT와 5G 기반으로 로봇·스마트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는 향후 3년 동안 5G 커넥티드 로봇 개발, 호텔·커피로봇 등 서비스 로봇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5G 기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머신비전 및 AI 분야 R&D, 공동 개발 솔루션의 상품화 및 영업도 협력한다.

KT는 양사 협업 R&D에서 5G, AI, 클라우드 등 통신 인프라와 ICT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 자동화 설비 및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 공동 R&D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함께 개척하고 사업도 글로벌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는 5G 기업대기업(B2B) 시장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의 로봇 사업 부문 현대로보틱스를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기반 시스템 사업과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후장대’ 기업의 대명사 현대중공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상징, KT와 협업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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