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로 한일무역전쟁 이긴다]①문 대통령의 아베 응징이 성공하는 3가지 이유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23 13:54   (기사수정: 2019-07-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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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원욱 수석부대표, 문 대통령, 이인영 원내대표, 서삼석 부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사진 제공=연합뉴스]
한일무역전쟁이 격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산화’를 근본 해법으로 선택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삼아 과거사 문제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더욱이 대일무역 누적적자가 7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왜곡돼 있는 한일경제구조를 차제에 혁신하기 위한 신호탄으로도 풀이된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구축, 국민적지지 등을 이끌어내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 및 부품에 대한 ‘국산화’를 이뤄낸다면, 문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뤄낸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다. <편집자 주>


문 대통령, 아베 총리의 ‘정치적 항복’ 요구에 ‘정공법’ 선택

한일무역구조와 글로벌 분업체제 감안할 때, ‘국산화’는 승률 높은 ‘합리적 선택’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는 22일 사실상 한국 측의 정치적 항복선언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맞서 정부, 기업은 물론 전 국민이 동참하는 ‘국산화’를 통한 ‘극일'(克日)운동’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국산화’ 전략이 일본을 자극해서 한국기업만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일무역구조와 글로벌 분업체제 등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의 승부수는 성공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석·보좌관 회의에서 8분여간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산업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T산업의 소재와 부품분야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뿐만 아니라 추가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장기적 해법은 국산화에 있다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하면서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기술 패권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신기술의 혁신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인 역동성을 최대한 살려 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행태를 ‘기술 패권’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가 ‘주마가편’의 자세로 대기업과 중소 및 중견기업의 신기술 개발노력을 적극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 [도표=뉴스투데이]


문 대통령의 ‘국산화’ 전략은 3가지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①아베가 제기한 ‘신뢰의 문제’는 제국주의 연상시키는 ‘패권적 발상’

어떤 정치지도자도 ‘협상’ 아닌 ‘굴복’을 요구하는 아베와 타협 어려워

첫째, 아베 총리가 국제관행상 수용이 불가능한 ‘비상식적 요구’로 일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경제보복의 배경으로 제기한 2가지 ‘신뢰의 문제’는 과거 제국주의를 연상시키는 패권적 발상이다. 아베는 22일 자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질문을 받고 “최대의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신뢰의 문제이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다. 한일간 위안부 합의 파기도 거론했으나 이는 휴면기에 들어간 이슈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이 미쓰비시 등 일제 전범기업에 대한 개인적 손해해상 청구소송에 대해 한국 대법원은 지난 해 10월 30일 1인당 1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은 정치적 해석이며 개인의 청구권에 적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미쓰비시 등은 이 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이에 피해자 법정 대리인들은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 현금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제보복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의 논리는 한국의 ‘3권 분리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이다. 국제법 및 사법관행을 감안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한국 정부가 부정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것은 ‘바세나르체제’ 위반 의혹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바세나르체제란 재래식 무기와 전략물자 및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협의체이다. 따라서 한국이 위반 의혹이 있다면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을 통해 확인된 후 규제를 취할 수 있는 사안이다.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무역보복 조치를 위한 뒤, “한국이 바세나르 체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일무역전쟁 초기에는 문 대통령이 협상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으나, 아베 총리가 이처럼 ‘패권주의’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협상’은 곧 ‘굴복’으로 직결되는 구조로 전환됐다. 어떤 정치 지도자라도 아베 총리에게 “네 말이 맞다”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실정이다.

②대일 누적 무역적자 704조원, 기술의존도만 낮추면 무역전쟁 승자는 한국

자동차불매운동 가상 시나리오, 일본기업은 한국의 304배 손실

둘째, 대일무역적자로 점철된 한일경제관계를 전면 개선할 경우 일본기업이 치명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결단을 뒷받침해주는 요소이다.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춘다면 한일무역전쟁이 재발한다해도 큰 손해를 보는 측은 일본기업이다. 아베 총리와 같은 극우성향의 지도자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카드가 된다.

한일 간 자동차 무역만 봐도 핵심 기술의 국산화만 이뤄진다면 전쟁의 패자는 일본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수입자동차 협회 등에 따르면, 렉서스와 토요타 브랜드를 판매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의 2018 회계연도(2018.3∼2019.3) 매출액은 1조 1976억 원이다. 2015년 매출액 5969억원이었다. 3년 만에 3배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 해 한국 내 일본차 판매량은 총 1조 4000억 원에 달하지만 한국차의 일본 수출 물량은 46억 원에 불과하다. 한일자동차 교역에서 한국은 지난 해에만 1조 3954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일 양국 국민들이 상대방 자동차 ‘완전 불매운동’에 성공한다고 쳐보자. 현대자동차의 손실은 46억원에 불과하지만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의 손실은 1조 4000억원이 된다.

일본기업의 손실이 한국의 304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되면 아베 총리가 아무리 보수여론의 지지가 확고한다고 해도 감히 ‘도발’할 꿈도 꾸지 못한다.

③문 대통령은 원칙론 고수한 이래 지지율 급등

서방 주요 언론들 ‘아베 비판’으로 방향 정립

셋째, 국내 및 국제여론이 아베의 무리수를 비판하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아베의 공세에 맞서 과거사에 대한 양보없는 원칙론을 강조한 이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의뢰를 받아 지난 15~19일 전국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 주보다 4.0%포인트 오른 51.8%로 집계됐다. 최근 8개월만에 최고치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지지는 국내에 국한된 게 아니다. 침묵하던 국제사회도 서서히 ‘아베 비판’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다. 글로벌 분업체제 속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 피해는 미국, 중국을 포함한 경제강국들의 손실로 직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 사설을 통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아베 총리가 외교적 불만을 무역보복이라는 방식으로 표출하는 행위는 위선적이고 어리석다”는 취지로 일본의 경제보복을 정면비판했다. 미 LA타임스도 21일 칼럼에서 “아베가 경제와 관련 없는 문제로 다른 나라를 벌 주기 위해 무역 제재를 사용해 세계 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근시안적 결정이자 무모한 자해행위’라고 꼬집었고, 미 월스트리트저널도 “한일무역갈등은 '루즈-루즈 게임(lose-lose game)'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바세나르체제 위반이라는 거짓말을 명분으로 삼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추가보복을 취할 경우, 한국경제는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 중국, 유럽의 경제도 시차를 두고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글로벌 분업체제 속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은 그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더욱이 아베 총리의 경제보복 조치는 갈등이 진정되면 접어야 할 카드인 반면에, 문 대통령의 ‘국산화’ 전략은 무역 갈등 해소이후에도 합법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꽃놀이패’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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