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 리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하) ‘조원태표 기업문화’ 구축, 시급한 과제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7-17 07:12   (기사수정: 2019-07-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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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조원태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뉴스투데이DB]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대한민국 경제신화를 이룩한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X세대’이자 ‘N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선대가 만든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한항공,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5위 ‘복귀’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2019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한항공이 5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2014년 1위를 차지한 이후, ‘땅콩 회항 사건’ 등의 여파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올해는 재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승무원 직종에 여대생들의 꾸준한 선호를 감안하더라도 1~4위가 네이버, CJ ENM,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첨단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직업과 직장으로서 대한항공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진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대한민국 경제 성공 신화와 더불어 성장해온 국가대표 기업이자 한국문화의 수준과 국격이 스며있는 국가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땅콩 회항’ 같은 사건만으로 대한항공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1970~80년대 한국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의 첫인상이었다.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이 높지 않았던 시대, 대한항공의 서비스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높이는데 기여해왔다.

창사 50년 만에 ‘최대 위기’ 봉착

재도약 위한 ‘조원태표 리더십’ 필요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현대차그룹과 한진그룹 모두 지배구조와 관련해 펀드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만 언론과 시장, 국민과 정부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이 한진그룹에 비해 특별히 국민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는다고 볼 수 없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나쁜 것도,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좋은 것도 아니다. 두 그룹의 ‘오너십’에 대한 국민의 여론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한항공을 재도약시키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리더십과 기업문화 조기 구축이다. 이중 기업문화 혁신이야말로 항공산업 특성상 재도약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키워드다.

싱가포르항공 등이 세계 정상급 항공사로 발돋움한 것 또한 그들만의 고유한 기업문화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 세계 정상급 항공사들이 현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들만의 고유한 기업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표=뉴스투데이 오세은 기자]

세계 최고 싱가포르항공의 경쟁력은 ‘과감성’과 ‘서비스’

사우스웨스트항공, 성공적 기업문화 구축 44년 연속 무적자

항공업계에서 최고의 항공사로 꼽히는 싱가포르항공의 경쟁력은 최신예 기종 항공기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과감성’과 ‘젊고 세련된 고객서비스’이다.

싱가포르항공의 경영진이 공유하는 핵심 리더십은 첫째, 건전한 마음을 가진 건전한 직원을 뽑는다. 둘째, 목표를 공유한 다국적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셋째, 기본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인재를 통해 ‘안전’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기업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결실을 맺은 항공사로는 단연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이 꼽힌다.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강력한 팀워크로 적극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재전략 또한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 전체의 성과, 팀의 발전을 지향한다. 또 종업원의 공동체와 가족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장려하고 사원끼리뿐만 아니라, 사원가족도 포함시킨 관계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사원의 80%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있지만, 항상 회사 시스템이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취업 조건을 교섭하고, 정시 출발률을 유지하기 위해 공항에서 수하물을 실을 때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이 돕는 광경도 벌어진다.

이러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고객 제2주의’, ‘종업원 만족 제1주의’를 내세운다. 불확실한 요소가 존재하는 고객보다는 발전의 원동력이자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쌓아 올릴 수 있는 직원들에게 우선순위를 두고, “종업원을 만족시킴으로써,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종업원 채용에 있어서도 유머와 센스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타계한 창업자이자 CEO였던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 전 회장의 이 같은 기업문화 정착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44년간 무적자 경영, 매년 서비스 만족도, 정시도착률 수위에 오르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 대한항공은 그동안 기업문화를 ‘가족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0월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과 에스티로더의 주최로 열린 유방암 예방 캠페인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유방암 자가진단법이 담긴 홍보물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조양호 시대, “Excellence in Flight” 추구

‘땅콩 회항 사건’으로 기업문화 한계 드러내

대한항공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조양호 전 회장이 만든 회사의 미션은 “Excellence in Flight”, “최상의 운영체계, 변화 지향적 기업문화, 고객감동과 가치창출”이다.

2018년 6월 대한항공 창립 49주년 기념식 당시 조양호 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변화를 주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허울뿐인 프라이드가 아니라 창의적인 혁신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임을 명심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추구해온 ‘적합한 인재상’은 첫째, 진취적 성향의 소유자 둘째, 국제적인 감각, 셋째 서비스 정신과 올바른 예절, 넷째 성실한 조직인, 다섯째 팀플레이어다.

선진국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양호 시대의 대한항공이 구축하고자 했던 기업문화가 무엇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의 기업문화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 경영평론가는 대한항공 기업문화의 문제를 하드문화와 소프트문화의 관점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비교했다. 기계적인 조직구조(Mechanical Structure)를 가진 기업은 하드문화를 만들고, 유기적인 조직구조(Organic Structure) 기업에서는 소프트 문화가 생기는데 대한항공의 하드문화가 ‘땅콩 회항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드문화는 상하관계와 명령계통의 확립에 두는 반면, 소프트문화는 유연한 상하 명령계통,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로 항공업과 같은 서비스산업에 필요한 기업문화다.

IT 혁신으로 기업문화 혁신 시도

‘조원태 경영철학’ 기업문화 조기구축 과제

항공운송업은 특이한 산업이다.

정시성과 안전성이 최우선인 운송업계에서 이에 저촉되는 창의성을 내세우기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수요가 예상되는 시장에 한발 앞서 뛰어들어 독점적인 위치를 구가하다가 경쟁상대가 나타나면 가격을 낮추거나 적절한 시점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노선권 획득 경쟁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결국 항공운송업의 최종무기는 가격과 운항시간대,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항공사간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자신만의 강한 기업문화가 있어야 한다.

기업문화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신념, 의식구조 등으로 지속적인 경영철학, 가치체계 등과 같은 핵심 가치, 당연시 여기고 있는 의견, 느낌 등의 신념체계 등으로 구성된다.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대한항공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기업문화 혁신까지 시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7월부터 사내 업무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의 ‘G스위트’로 전환했다. ‘G스위트’는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문서 도구, 채팅 등 직원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 공동 문서 작성과 협업, 모빌리티에 강점이 있는 서비스다.

이로 인한 업무방식의 변화로 대한항공은 기존의 수직적 문화가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수평적 문화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SNS를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한층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문화에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IT화는 기업문화 혁신의 하드웨어 일뿐, 큰 방향과 철학을 세우고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것은 오로지 조원태 회장 본인의 몫이다.

고객 서비스, 안전비행 향한 ‘행복 바이러스’ 필요

대한항공 재도약을 위한 기업문화 혁신의 핵심은 무엇일까?

싱가포르항공이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확실한 답은 대한항공 내부에 있다.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을 다룬 책, ‘플라이백(회항)’을 출간한 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직원들이 회사 다니기 행복하고 스스로 웃음이 나는 그런 회사가 됐으면 진짜 좋겠어요. 제가 외국 승무원 만나면 가장 부러운 게 자기 회사 자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절대 자기 회사 욕 안 합니다. 직원들을 만족시킴으로써 그 혜택이 고객들에게 돌아가고 안전한 비행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원태표 기업문화’ 혁신은 그의 리더십, 경영권의 조기 확립을 위해서도 더없이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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