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③ 심각한 고통 줘도 '업무상 적정 범위'면 괴롭힘 아니다
김연주 기자 | 기사작성 : 2019-07-17 07:31   (기사수정: 2019-07-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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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부터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정받기 위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상사 등의 지시가 '업무상 적정성'을 벗어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러스트 제공=연합뉴스]

고용부의 직장 괴롭힘 '인정 사례'와 '불인정 사례' 분석해보니...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는 어떤 사례일까?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생긴 사업자와 신고자인 근로자로서는 이 점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15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 교육자료를 게시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는 사업자와 근로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사례와 불인정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본지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판단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교육자료를 토대로 직장내 괴롭힘 '인정사례'와 '불인정 사례'를 분석했다.

고용노동부가 자료에서 제시한 사례는 인권위에 진정된 사건이거나, 법원 판례 중 회사내 괴롭힘에 대한 손해배상 죄·강요죄가 성립된 사례다.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핵심 기준은 '업무상 적정범위 이탈' 여부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은 총 3가지다. 행위자, 행위 장소, 행위 요건 등이다. 이중 불명확한 부분이 '행위 요건'이다. 이는 다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지 여부등의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3개 항목을 모두 충족시켜야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 요건이 성립된다.

본지가 고용부가 제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사례 6가지를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불인정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핵심적인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의 여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들 모두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하고 '고통'을 준 것이 확실했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건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엇갈렸다.

괴롭힘 인정사례...육아휴직 후 복직한 B씨의 책상 치우고 따돌림 지시

책상 치우기, 모욕 등은 '업무 적정성'에 벗어난 행위

우선 괴롭힘 '인정 사례'를 보자.
# A 전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 B씨에게 기존 업무(창구 수신업무)가 아닌 창구 안내 및 총무 보조업무를 맡겼다. A 전무는 직원 B씨가 없는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B씨에 대한 따돌림을 지시하고, 책상을 치워 창구에 앉지 못하게 했으며, B씨를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A전무의 이러한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우울증을 앓았고, 결국 퇴사했다.

해당 사례에서 A씨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한, 이를 무시하고 보조업무를 부여하고, 책상을 치운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행위이고, 따돌림 지시, 모욕적 발언 등은 사회 통념상 맞지 않는 행위였다. A전무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한 것이다.

괴롭힘 불인정 사례...디자이너 C씨의 시안을 수차례 보완 요구해 고통 줘

우울적 지위 이용하고 고통 줬지만 '폭언' 없고 업무상 필요한 행위


다음은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사례'다.

#의류회사 디자인팀장 D 씨는 신상품 발표회를 앞두고 디자인 담당자 C씨에게 디자인 보고를 지시했다. 디자인 담당자 C 씨는 시안을 수차례 보고했으나, 팀장 D씨는 신상품 발표회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며 계속 보완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담당자 C씨는 업무량이 늘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해당 사례에서 디자인팀장 D 씨는 직속 관리자라는 지위적 우위를 사용했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지는 않았다. 판례에 따르면 "디자인 향상을 위해 업무 독려 및 평가, 지시 등을 수차례 실시하는 정도의 행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으며 그 양태가 사회 통념상 상당하지 않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자인팀장 D 씨의 행동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디자인 담당자 C씨가 받은 스트레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결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나 디자인팀장 D 씨의 행위에 악의가 있었다면 이는 '인정사례'로 바뀔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만약 D씨가 다른 직원들에게 평소 C씨가 마음에 안 든다는 발언을 했거나, 직접 폭언을 했다면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돼도 행위양상이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았을 때'에 해당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언 및 폭행, 사적 용무 지시, 의도적 무시, 과도한 업무 부여 등은 '업무 적정성' 이탈한 행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폭행 및 협박행위, 폭언·욕설·험담 등 언어적 행위, 사적 용무 지시, 집단따돌림·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업무와 무관한 일 반복 지시, 과도한 업무부여, 원활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제와 관련, "피해자 자신만의 해석이 아닌, 주변인도 동의할 만한 행위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직장동료도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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