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해당될까?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9-07-16 16:24   (기사수정: 2019-07-16 16:24)
593 views
N
▲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중구 서울고용청에 이 법에 근거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16일부터 시행

국내기업 45.5% “괴롭힘 행위에 대한 정의 모호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려면 행위자‧행위요건‧행위장소 충족되어야

행위 요건 충족이 '혼란의 근원', 3가지 동시충족해야 성립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지난 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 45.5%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애로사항으로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꼽았다. 애로사항 응답 중 1위를 차지했다.

개정법에서 정의한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요소는 ▲행위자 ▲행위요건 ▲행위장소 행위자 등의 3가지이다. 이중 행위요건의 충족 여부가 가장 모호하다는 게 기업 현장의 목소리이다.

예컨대 중앙노동위원회(1월)와 서울서부지법(2월)으로부터 '근로자 지위 임시 보전'결정을 받아낸 MBC계약직 아나운서들은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근거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출근했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처우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대목은 '행위 요건' 충족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소 3가지.

판단 요소 중 첫째는 행위자다.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또는 근로자여야 한다.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상황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직장의 대표이사, 등기이사, 인사노무담당이사, 공장장 등이 해당한다.

괴롭힘 행위자가 ‘근로자’일 수도 있다. ‘근로자’여도 직장 내에서 ‘우위’를 이용해 괴롭히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된다. 직장 내 우위는 직급, 근속연수, 연령, 정규직 여부,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감사, 인사부서), 근로자 조직 구성원 여부(노조 등) 등 직장 내 관계 우위성을 통상적으로 인정한다. 개인 대(對) 집단의 수적 우위도 포함된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 간 괴롭힘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기 어려울 수 있다. 두 근로자간 사용자(사업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법이 있기는 하다. 원청 사업주가 취업규칙에 관련 규정을 추가하면 된다. 취업규칙에 소속 근로자가 해당 직장 내 근로자뿐 아니라 하청 근로자를 괴롭힐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요소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직장 내에서 고객에게 괴롭힘을 받는 건 해당되지 않는다.

행위요건은 '직장 내 우월한 지위', '업무 적정 범위 이탈', '정신적 신체적 고통' 등 3대 조건 동시 충족해야

둘째는 행위요건이다. 행위요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동시에 포함되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 등이다. 직장 내 괴롭힘 판결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할 3개의 허들 중 가장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직장 내 우위'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직급, 나이, 영향력, 수적 우위 등을 뜻한다. '업무 범위 이탈'은 우위를 이용해 업무수행을 빙자한 행위를 시키거나, 업무상 필요할 행위라 할지라도 ‘행위 양상’이 적절하지 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업무에 꼭 필요한 행위를 시키더라도 폭행, 폭언 등이 수반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업무 필요성’ 판단은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관계법령에 정한 내용을 토대로 판단된다.

이러한 행위가 상대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된다.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도록 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를 제공하지 않거나 인터넷‧사내인트라넷 접속 차단 등을 할 경우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괴롭힘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행위 장소다. 직장 내 사무실을 포함해 외근‧출장지 등 업무수행이 이루어지는 곳, 회식이나 기업행사 현장, 사적 공간, 통화‧메신저 등 온라인 공간까지 괴롭힘 행위 발생장소로 인정된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 판단 요소 3가지를 포함해, 피해자가 실제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례, 3가지 행위요건 중 '업무 적정성' 두고 논란 예상

이 같은 기준으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례를 따져보면, 행위자와 행위 장소 요건은 분명하게 충족시킨다.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인 지난 2016~2017년 MBC 파업기간 중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입사 후 계약 만료로 퇴사했다가 법원 판단으로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은 아나운서 7명은 당시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을 방송에서 배제하는 데 동원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 같은 정치적 배경과 무관하게 이뤄진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일련의 부당한 조치들이 최승호 MBC사장에 의해 취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행위자 요건은 명확하게 성립된다. 인사권을 쥔 최 사장이 괴롭힘의 주체가 된다. 행위 장소의 경우도 '사무실' 등에 해당된다.

문제는 행위요건이다. 이들의 소송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조항 중 ▲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에서 차별 ▲ 일을 거의 주지 않음 ▲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 집단 따돌림 등을 세부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승진 및 보상의 차별이나 일을 거의 주지 않는 것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조치들이고 그 결과 아나운서들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3가지 행위요건 요소중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섬' 조항을 적용하는 데 논란이 예상된다.

계약만료 통보의 합법성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진행중인 MBC측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신분이 모호한 상태이므로 '업무 배제'가 경영진의 '적정한 업무 범위'내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법의 판결에 따라 직장에 복귀한 만큼 '업무 배제'는 경영진의 '월권 행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지순 고대 교수 “법 시행 초기엔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넓게 판단해야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이나 규모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근로기준법의 성격상 법률조문에 괴롭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관련 판례가 쌓이다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도 괴롭힘 행위에 대해 보수적으로 넓게 판단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