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30) 대기업 오너의 ‘신종 리스크’로 부상한 채용절차법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16 11:29   (기사수정: 2019-07-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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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7일부터 구인기업이 구직자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채용절차법 시행령 중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평판'과 '이미지'가 중요한 대기업들에게 비상이 걸리고 있다. [일러스트 제공=연합뉴스]

최근 대기업 입사한 금수저 K씨, “어디 사니”, “아버님 직업 뭐니”에 당혹

‘부모의 가치’ 평가받고 입사하는 ‘부조리’ 경험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연초에 모 유력 대기업에 입사한 K(29)씨는 면접과정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임원 면접에서 한 면접관이 불쑥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무심코 “서초동입니다”라고 답했다. 면접관의 얼굴엔 가벼운 미소가 묻어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K씨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을 받고 다소 기분이 상했다. “부모님 직업이 뭐냐”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K씨의 부모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좋은 직장’의 임원들이었다. K씨는 소위 ‘금수저’였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관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명문대 출신인 K씨는 최종합격했지만,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강남에 살지 않고 부모님 직업이 변변치 않았다면 과연 합격했을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가 부모님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의해 서열화 되는 ‘부조리’를 경험한 것이다.

채용절차법 개정안 17일 시행, ‘개인정보’ 요구하면 최대 500만원 과태료

대기업에게 과태료는 ‘껌 값’, 낙방한 구직자가 SNS에 올리면 비난여론 불가피

앞으로 이런 ‘부조리’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구직자에게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17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대상은 30인 이상 기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채용절차법 개정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기업 리스크’의 부상이다.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같은 대기업이 구직자에게 부모직업을 물었다고 치자. 낙방한 구직자가 앙심을 품고 법류 위반을 신고해봐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만 물어내면 된다. 속된 말로 ‘껌 값’도 안된다.

문제는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인 미디어 시대에 누군가가 SNS, 포털의 카페, 유튜브 등에 ‘대기업 갑질’사례로 올려 버리면 여론은 들끓을 가능성이 높다. MBC나 KBS와 같은 공중파에 제보하는 것보다 구독자가 수 십 만명인 유튜버가 한마디 하면 폭발적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CEO나 오너의 평소 행실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나비 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 [자료=고용노동부 / 그래픽=뉴스투데이]

채용비리가 과태료 높지만, 과태료 적은 개인정보 요구 금지가 진짜 리스크

국내 기업의 85%가 면접서 개인정보 질문?

인사부장이 면접장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 ‘공적 1호’ 전락 가능
면접장에서 인사부장이 무심코 던진 “아버님은 뭐하시죠?”라는 질문이 그 기업을 흙수저들의 ‘공적 1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아주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85%가 채용면접 때 거주지역이나 가족관계와 같은 개인정보에 대해 질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절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구인 기업이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용모·키·체중,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에 관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면 안 된다. 이 규정을 1회 어기면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회 위반하면 4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3회 이상부터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거나 금전, 물품, 향응, 재산상 이익을 수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1회 위반하면 1천500만원, 2회 이상부터는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요즘처럼 채용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눈초리가 날카로운 상황에서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채용 압력을 넣는 ‘정신 나간 갑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부정에 관한 과태료가 훨씬 많지만 기업 리스크는 과태료가 적은 “부모님 직업이 뭐니?”에 존재하는 셈이다.

대기업의 오너나 CEO입장에서는 면접장에 들어간 부장이나 임원들의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더 무서운 칼날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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