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팩트체크]① 내년 2.9% 인상안, 경총·전경련 등 속으로 웃을까?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14 07:01   (기사수정: 2019-07-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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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8천590원으로 결정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2.87%인상)원으로 의결했다. 사용자 수정안 8590원과 근로자 수정안 8880원을 표결에 부친 결과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핵심쟁점들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다음 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해야 한다는 점을 의식, 불도저식으로 표결을 단행한 결과이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행 최저임금제도의 다양한 문제점과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사실상 거부한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의 타당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표결한 내년인상률 2.87% 두고 당사자 모두 ‘싸늘’ ?

근로자 안 보다는 사용자 안에 수렴, 경제단체들은 속으로 반기면서 ‘딴청’?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첨예하게 충돌했던 사회적 쟁점도 정상적인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되면 이해 당사자들이 나름 만족감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탈 많고 말 많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다가도 표결 처리에 합의하고 나면 화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 인상 안 표결 결과는 희한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7명의 위원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다수 안을 도출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냉랭하다. 반기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왜 그럴까?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8천590원) 인상률 2.87%는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이래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9월~1999년 8월의 2.7%,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8%였다.

2.87%라는 인상률은 수치상으로는 정면충돌했던 근로자 초안(1만원.19.8%인상) 및 사용자 초안(8000원.4.2%삭감)중 사용자 안에 더 가깝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이날 최저임금 의결 직후 “이번 의결의 의미는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노사 대결 속에서 캐스팅 보트를 취었던 공익위원들이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지지하는 경제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마지못한 수용’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경영계 안에 수렴한 내년 인상률을 속으로 반기면서 딴청을 부리는 것일까?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총체적 개선 요구

경총-전경련 등 최저임금 차등화, 최저임금 산정방식 및 산입범위 개선 주문

민노총은 ‘총파업’, 소상공인연합회는 ‘수용불가’
그렇지는 않다. 경제단체들은 이번 인상률과는 별개로 최저임금제도와 관련된 전반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총체적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재계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경제 주체들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이번 인상 안을 ‘감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용’이 아니라 ‘감당’이다. 따라서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돼야 했었다는 것이다. 즉 ‘삭감’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상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향후 제도개선이라는 게 경총의 입장이다. 업종별·규모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최저임금 산정방식 기준 개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지불 능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방소재 기업 등은 대기업이나 수도권 소재 기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최저임금 산정방식 기준 개선은 토요일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다. 현행대로라면 주 48시간(평일 40시간 토요일 8시간)을 분모로 삼아 최저시급을 산출하게 된다. 경총 방안대로라면 주 40시간이 분모가 되므로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현 정부 하에서 미운털이 박혀있다고 볼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경총보다 온건론을 폈다. 전경련은 이번 인상 안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요구사항은 ‘동결’임을 재확인했다.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는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및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인 근로시간에서 토요일 유급 주휴시간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이는 경총과 동일하다. 하지만 추가 요구가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이다. 격월 및 분기별 지급 정기상여금과 현물로 지급되는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산입범위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최저시급을 계산하는 공식에서 분자에 포함되는 항목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이번 인상 안에 대해 ‘안타까운 결과’라고 평하고 기본 입장은 ‘최소한 동결’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제도개선방안으로는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주장했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사업주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물가 수준에 따른 지역별 차등화는 요구하지 않고 있다.


삭감 요구 강도는 ‘경총-중기중앙회-전경련’ 순서

총체적 제도개선 요구 강도, ‘전경련-경총-중기중앙회’ 순

경제단체들 '딴청'이 아니라 '고민 중'
따라서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대한 강도가 경총-중기중앙회-전경련의 순서이다. 최저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 요구의 강도는 전경련-경총-중기중앙회의 순이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충돌했던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는 가장 극단적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 인상 안에 대해서 '수용 불가'입장이다. 요구사항은 산업별·규모별 차등화이다.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기준을 낮추는 것이 제도개선의 영역이 아니라 당장 시행돼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1만 30원이고 여기에 2.87%를 가산하면 내년엔 1만 400원이 된다”면서 “이미 소상공인 사업주 소득과 근로자 소득이 역전된 경우가 많다”면서 “지불능력 없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취약 근로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올릴 수록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인식이다.

반면에 민노총은 이번 인상 안을 ‘최저임금 참사’라고 규정했다. 양극화 해소는 ‘거짓 구호’가 됐고 경제공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노동 개악을 분쇄하기 위한 총파업 등 전면 투쟁을 향후 대응방안으로 발표했다.

이 같은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의 반응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리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인식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제단체들이 속으로 웃으면서 딴청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는 정부 눈치를 보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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