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뉴 리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중) 취임 두 달, ‘소통능력’ 긍정평가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7-12 07:15   (기사수정: 2019-07-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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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두 달여, 조원태 회장이 넘어야 할 부친, 조양호 회장이라는 '큰 산'은 높아만 보인다. 사진은 2008년 7월 서울 김포공항에서 열린 진에어 첫 취항행사에 참석한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의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과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대한민국 경제신화를 이룩한 주요 대기업의 창업주에 이어 2세까지 별세하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창업 3·4세대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3·4세대는 ▲연령 30~40대의 ‘X세대’이자 ‘N세대’적인 특성에 ▲외국 유학을 통한 경영수업, 글로벌 의식을 가진 사람들로 선대가 만든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 각각의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이와 같은 3·4세대 경영시대의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를 해당 기업 현장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대한항공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4.5%를 매입한 바 있는 델타항공에 문의한 결과,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대해 ‘중립’이라는 취지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지난 9일 밝혔다.

KCGI에 따르면 피터 카터 델타항공 부사장(법무팀장)은 답변서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투자는 델타항공이 자주 언급하는 투자전략에 따른 것으로, 사업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 심화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답했다는 것.

또 “이번 투자와 관련해 한진칼 또는 그 경영진, 주주들과 기업지배구조 혹은 장래 이사회 의석을 포함한 문제 등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KCGI는 전했다.

앞서 KCGI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경영진과 지배구조 이슈를 합의한 뒤 투자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KCGI의 설명대로 라면, 델타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에 대해 ‘백기사’가 아닌,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CGI가 델타항공 측의 입장을 오역(誤譯)하거나 왜곡해서 전달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부의 경영권 공격이 있을 경우 델타항공이 확실한 ‘백기사’가 될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게 가장 실질적인 조원태 회장의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진칼 4.5% 매입 델타항공 ‘중립’

‘백기사’ 아닌 ‘트로이 목마’ 될 수도


선친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 따라 경영에 나선 지 두 달여. 조원태 회장의 최우선 과제가 경영권 확립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원태 리더십’을 조기에 확립하고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을 갑자기 승계하기는 했지만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긴 시간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2003년 8월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 2004년 10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14년 1월부터 대한항공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과 그룹 경영지원실 실장, 한진칼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지난 15년 동안 항공사업의 핵심 분야에서 안목을 넓히고 경영실력도 쌓았다.

선친 조양호 회장이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18년만인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으니, 조원태 회장의 경영수업 기간이 짧은 것은 아니다.


리더십 조기확립, ‘경영능력 과시’ 최우선 과제

글로벌 대한항공 만든 선친업적 넘어야 할 ‘큰 산’


조원태 회장이 넘어야 할 부친, 조양호 회장이라는 ‘산’은 높아만 보인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이라는 브랜드를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LG 등 전 세계인이 선호하는 글로벌 한국기업들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한항공이 이룬 도전과 성취, 도약의 역사 곳곳에 그의 발자취가 짙게 남아있다.

조양호 회장은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며 글로벌 항공업계 무한경쟁의 선봉에 섰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위기로 움츠릴 때 오히려 선제적 투자로 맞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소유 항공기를 매각하고 재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으며, 1998년 외환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737 항공기 17대를 구매하는 등 탁월한 경영 감각을 보여주었다. 이라크 전쟁, 9·11테러의 여파로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 가장 큰 여객기 A380 구매계약을 맺었고 이 항공기들이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1969년 8대뿐이던 대한항공의 항공기는 166대로 늘었으며 일본 3대 도시에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운항횟수는 154배, 연간 여객숫자 38배, 화물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다.


조양호 경영철학, 오케스트라 지휘자 ‘시스템 경영’

유학 중 귀국 군 복무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력


조양호 전 회장은 1970년 미국 유학 중 징집 영장이 나오자 귀국, 입대해서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다. 베트남에 파병돼 11개월을 근무한 뒤 강원도 비무장지대로 돌아와 육군 병장으로 36개월 만기 전역했다.

조 전 회장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년 간 50번에 걸친 해외출장, 64만km를 이동하며 110명의 IOC 위원 중 100명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의 압력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중도 하차했지만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가족들과 달리, 조양호 전 회장 자신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은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한편,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시스템 경영론’이다. 또 항공수송업이 안전과 서비스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만큼 현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중시했다. 특히 안전은 규정이나 지시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현장경영을 지향했다.

고객의 불만 등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하지 않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나쁜 영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강조했다.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상의 서비스를 추구해온 조양호 회장의 꼼꼼하고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 때문에 만들어진 ‘가풍(家風)’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취임 두 달, ‘소통능력’ 긍정평가

‘조원태식 공격경영’도 예고


취임 두 달여, 조원태 회장을 지켜본 대한항공 및 재계는 분위기는 ‘우려반 기대반’이다. 미국 유학에 40대 초반의 대한민국 X세대가 가진 특성이기는 하지만, 일단 그의 ‘소통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지난달에 폐막한 제75차 IATA 총회에서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의 인력 부족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과 관련해 “이제는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점차 직원들과 소통을 보다 넓혀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 조원태 회장은 선친 조양호 회장의 장례식을 마친 뒤 출근해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회장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진한 감동과 깊은 감사를 느꼈다”라며 “지난날의 모든 아픔은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 하나 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라고 당부했다.

창업주 조중훈, 선대 조양호 회장이 지닌 도전적 유전자도 보였다.

지난 제75차 IATA 총회 조원태 회장 단독 기자회견에서 “선대에서 물려준 수송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을 받들어서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관찰만 했다면, 지금부터는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 ‘조원태식 공격경영’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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