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무역전쟁 새국면]① 재계와 손잡은 문 대통령, 일본 ‘거짓말’ 정조준하고 ‘소재산업’키운다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11 12:09   (기사수정: 2019-07-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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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광모 LG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사진 제공=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한 한국수출 심사강화를 발표함에 따라 촉발된 한일무역전쟁이 새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이었다면, 10일을 기점으로 한국의 ‘반격작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 반격작전에는 정부와 재계, 국회와 행정부, 여야의 구별 없는 적극적 동참이 예상된다. 그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문 대통령, 10일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 3가지 ‘반격작전’ 정리

‘일본 압박 외교’,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기술 등 국산화’

국내 소재산업 육성,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일본 탈피’라는 일석이조 효과

‘아베의 공습’, 문 대통령과 재계의 의기투합 이끌어 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본격적 대응을 선언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30대 그룹 총수와 간담회를 갖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여론전을 통한 ‘일본 압박외교’, ‘소재산업 육성을 통한 국산화’, 독일 및 러시아 등과 같은 국가로의 ‘소재 수입선 다변화’ 등과 같은 3가지 대응전략을 펴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지난 1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지 열흘만이다. 그동안에 ‘미온적 대응’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단숨에 잠재울만한 흐름이다.

특히 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과 정부의 예산지원 등이 실천될 경우 한국경제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아베 총리가 무기로 사용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리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체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핵심소재 산업의 발전은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실현하는 길이면서 동시에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일본 의존 탈피’를 위한 본질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나아가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가 기술력을 갖춘 중소 및 중견기업이 또 다른 구심점이 되는 ‘경제체질 혁신’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와대 간담회에는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그룹 등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재벌기업 30개 총수와 경총 등 4개 경제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규제 철회 요구에)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를 향한 첫 번째 공식적인 압박 발언을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재계와 거리를 둬왔던 문 대통령이 재계와 손을 맞잡고 ‘한 뜻’으로 일본의 경제공격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 같은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공조’를 주축으로 삼은 국제공조체제를 통해 ‘아베의 보복’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행보는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통상교섭전문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11일(한국시간) 새벽 워싱턴에 도착했다.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격적인 방미이다.

김 실장은 미 행정부 당국자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사안인 만큼 일본 설득에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논리를 펼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일갈등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장기적 대책도 제시했다.

재료와 부품 확보를 위한 ‘수입처 다변화’, 기술·재료·장비의 ‘국산화’ 등을 위한 재계의 노력을 당부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예산지원과 제도개혁을 약속했다. 특히 핵심 기술, 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자고 호소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소재 뿐만 아니라 기술과 부품도 국산화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이는 재계가 가장 원했던 대목이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와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핵심부품과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1등’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하는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거래 규제’, ‘금산분리’ 등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족쇄’를 풀어야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제약이 없어지기 때분이다.

젊은 재계 리더 구광모 LG회장, ‘한국경제 체질개혁’ 의지 피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주 52시간근무제 개선방안 건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재계 총수들도 문 대통령과 같은 방향에서 자발적으로 제언을 쏟아냈다. 구광모 LG회장은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학고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재부품, 장비등 국내 기초산업이 탄탄해야 할 것 같다”면서 “LG도 국내 관련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애플은 소재부품 중소기업을 직접 육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그 동안 방심한 면이 있어 반성한다”면서도 “정부도 지속적 육성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했다. 차제에 한국경제 체질을 혁신하겠다는 젊은 재계 리더의 다짐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R&D분야에서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주 52시간근무제 시행으로 연구에 어려움이 생겼다”면서 “특례(선택적 근로)를 늘리는 등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주 52시간제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지적한 셈이다.

한 참석자는 “장비보다 소재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낮고 전자 분야 소재의 경우 최고급품이므로 이를 국산화하려면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자본이 늙어 부품 및 소재분야로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산업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금산분리’, ‘내부거래’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화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 및 독일 등을 포함해서 대체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보다 30분을 넘긴 12시 30분에 끝났다. 문 대통령은 “제 점심시간은 괜찮다”면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공습’이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재계가 ‘경제체질 개혁’에 의기투합하도록 이끄는 계기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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