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도입 임박..2007년 데자뷔 우려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7-10 17:19   (기사수정: 2019-07-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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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국토부, 분양가 상한제 기준 손질

강남 분양가 20~30% 수준 낮아질 전망..'반값 아파트' 나올까

2007년 상한제 도입 당시 정부 "전국 분양가 16~29%까지 하락" 예상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 잡겠다는 건 난센스"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가시화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적용 기준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사업을 앞둔 단지들은 시기를 앞당기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이 장기간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는 취지가 충분히 나타나게 기준을 손질해 이르면 이달 중 입법예고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재 국토부는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거쳐 적용 기준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유명무실한 분양가 상한제를 강화하면서 대상 지역을 지방 주택시장 침체를 고려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대전 등 지방 과열지역으로 한정해 상한제를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상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 이런 지역 중에서도 부가 조건을 충족해야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부가 조건은 여러가지다. 우선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이 2배를 초과하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을 초과해야 한다. 또는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월평균 경쟁률이 모두 10대 1을 초과한 지역,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 3가지다.

이 중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더 강화해 물가상승률 초과나 1.5배 초과 정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5~10대 1 요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있지만, 앞선 전제조건까지 충족하는 지역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2% 하락했고, 최근 3개월간 전국의 물가상승률은 4월 0.4%, 5월 0.2%, 6월 -0.2%로 3개월 합계 0.4% 올랐다. 상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서울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4~6월 석달간 0.3% 상승했다.

이에 비해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최근 3개월간 1.0% 하락했고 서울은 0.63% 내려 1차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778만원(3.3㎡당 2천571만원)으로 최근 1년 새 12.5% 올랐다. 분양가 상승률 요건은 충족하지만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대상 지역이 없다는 얘기다.

감정원 통계상 지방에선 대전시의 아파트값이 광역시·도 기준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최근 3개월간 0.5%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최근 3개월간 0.4% 올라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다. 물가상승률 2배 조건을 물가상승률로만 바꿔도 대전시는 상한제가 적용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전국에 일괄적으로 상한제를 적용하면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까지 더 악화될 수 있는 우려에서다. 대전·대구·광주시 등 지방에서 고분양가가 논란이 지역까지 콕 집어 제한을 둘지도 지켜봐야 한다.

시장이 더욱 긴장하는 건 이미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한 단지까지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상한제 시행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상한제 규제 카드가 얼마전 강화된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전환한 단지에 대한 통제인 만큼 정부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준을 바꿀 때마다 적용 시점이 매번 달랐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적용대상을 바꿀 수 있고, 소급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도 도입 당시 일반 사업은 사업승인 신청분,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계획인가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됐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20~30%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상한제 도입 당시에도 정부는 상한제 적용 이후 전국 분양가가 16~29% 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현재보다도 20∼30%나 떨어진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매력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조합원들간 견해차가 커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그랬듯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한다. 실제 2007년 9월 당시 분양가 상한제 도입 당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싼 가격'으로 '많은' 주택을, '빨리' 공급해 확고한 집값 안정세를 이루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 역시 참여정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주변 시세까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그 분양가에 맞춰 주변 시세가 떨어지리라 보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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