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트럼프의 ‘마이크론’ 반사이익 계산법, ‘삼성전자 반도체 공조’ 변수로 부상
오세은 기자 | 기사작성 : 2019-07-10 17:51   (기사수정: 2019-07-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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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피해가 기회일 수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 일본의 반도체 보복 해결 위해 ‘과거사 정상회담’ 대신 ‘한·미공조’ 등 선택

외교부 및 통상산업부 핵심 당국자들 잇따라 방미해 실무협의 시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생산 차질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 ICT기업의 피해임을 설득

이종호 서울대 교수 본지와의 통화서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미 마이크론의 반사이득”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정부가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한미 공조체제’ 구축을 겨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반도체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한 한국 수출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이 미국의 대표적 ICT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공동 운명체’ 논리를 미국 측에 집중적으로 설득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경제와 일자리’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정조준한 외교적 협의가 막을 올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반도체 보복 카드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작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목적인 만큼 ‘한일 과거사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승소 판결을 근거로 강제징용 피해자 법률 대리인들이 진행하는 법률 행위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에 입각, 세계무역기구(WTO)등을 통한 국제적 여론전과 ‘한미공조’를 통해 아베 총리의 ‘일탈 행위’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한미공조 구축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김 국장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만날 예정이다. 연말 개최 예정인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SED)를 준비하기 회담이지만, 우리측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은 미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긴급한 ‘한미 경제이슈’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과 일본 담당인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회동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주 쯤 미국을 방문 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의 보복 철회 필요성을 설득한다는 전략이다.

9일(현지시간)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한국 측 대표인 백지아 주제네바 대사도 “한국이라는 한 국가를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경제보복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낸드플레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ICT기업이 타격을 입는 대신 메모리 시장 3위인 미 마이크론사가 삼성전자 등의 시장 지분을 잠식하는 기회가 된다면 미측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이와 관련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0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수출 규제 품목 중에서도, 특히 불산(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의 재고가 부족하게 되면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양산에 차질이 생긴다”며 “이렇게 되면 마이크론사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난 8일(현지시간) “일본의 경제보복이 지속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메이저인 미국 마이크론 혜택을 보고, 파운드리 시장의 1위인 대만 TSMC도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주가 흐름은 이런 전망과 일치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2.51%(0.99달러) 오른 40.4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애플, 고품질의 OLED 업체 찾기 쉽지 않아…사실상 선택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철저한 장사꾼’인 트럼프의 손익계산법, ‘한미공조’의 승패 좌우할 듯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로 한국업체, 특히 삼성의 생산 공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애플 등이 다른 업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애플은 OLED폰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다른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플렉서블 OLED패널의 응용기술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터치기술 등에서 다양해지면서 선두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적 지위 유지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미 수출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삼성과 SK하이닉스 메모리제품에 대한 2016년 기준 미국 수출액은 1억4306만 달러, 비중은 7.7%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2016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터와 같은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미국에서 생산을 진행하고 있어 2017년 이후 대미 수출 금액과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철저한 장사꾼’인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이 정부의 한미 공조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 아베의 경제보복이 미국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한일경제갈등의 양상은 부침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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