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29) '은둔의 경영자' LG화학 신학철, 경제전쟁 시대의 3가지 승리전략 공개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09 15:51   (기사수정: 2019-07-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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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5년 뒤 '글로벌 톱 5 화학기업' 비전 제시, 3가지 알맹이 담겨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은둔의 경영자’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의 승리전략을 밝혔다.

신 부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위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다국적 기업인 3M 출신의 외인구단으로서 LG그룹에 전격 영입된 이후 내실에 힘쓰고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그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이다. 지난 해 연말 잠깐 언론에 모습을 비춘 게 전부이다. 이날도 언론매체들의 사진촬영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날 던진 화두는 LG화학을 2024년 매출 59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 5 화학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조원 돌파이다. 이를 위한 4대 중점경영과제도 제시했다. 여기까지라면 의례적인 행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일본이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다툼을 벌이는 경제전쟁 시대의 구체적 경영전략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①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 일본만 손해 보는 구조

핵심소재 내재화(자체생산) 및 수입선 다변화로 이중 방어막 구축

신 부회장은 우선 일본의 경제보복 및 미중 무역갈등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공언했다. LG화학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이슈에 어떤 영향도 받고 있지 않지만,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게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였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서 세밀한 대응전략을 소개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이다. 신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배터리 소재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수출 규제에 들어간 3가지 품목의 영향은 전혀 없다”면서도 “배터리 소재 등으로의 규제 확대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공급은 반도체에 비해 ‘공급망 안정화’가 이뤄져 있다. ‘내재화(LG화학 자체 생산)’돼 있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업체 2~3곳의 소재를 동시에 사용하는 ‘수입처 다변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보복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의 방어수단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에 대한 배터리 소재 수출심사를 강화하면, 내재화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한국이나 유럽의 기업에게 물량을 몰아주면 일본기업만 손해를 보는 구조인 것이다.

신 부회장은 소재 내재화율 강화 방안과 관련, “청주에 양극재 공장이 있는데 이미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구미 양극재 공장은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이후에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난세에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R&D와 인재영입

올해 신입채용 2000명, R&D인력만 700명

신 회장은 난세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연구개발(R&D)와 인재영입을 꼽았다.

그는 4대 경영중점 과제로 ▲시장과 고객중심주의 ▲핵심업무 표준화를 통한 사업운영 효율성 제고▲제품 오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린 식스 시그마(Lean Six Sigma)'의 전사업장 도입 ▲글로벌 기업 조직문화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들 과제의 실천을 위해서는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구축한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혁신기술, 우수한 인적자원은 LG화학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자 핵심 자산이다”는 설명이었다.

미래시장 선도를 위해 올해 R&D분야에 지난해 대비 2000억원 증가한 1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R&D인원도 현재 5500명에서 연말까지 700명을 추가 채용, 62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이 이날 밝힌 올해 신입인재 채용 규모는 2000명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이 고속성장 할 수 있었던 최대동력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을 꼽았다. “R&D인력은 지난 1979년 중앙연구소 설립 때 7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연말 5500명을 넘어섰고 이중 박사급 인재만 1100여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도쿄에서 ‘굉장한 인재’ 35명을 직접 만나 유치 노력을 펴기도 했다.

③‘기술중심주의’ 함정을 경계하며 ‘시장과 고객중심주의’를 법칙화

시장과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낼 ‘인문학적 상상력’에 승패 달려

신 부회장의 4대 경영중점과제 중 ‘시장과 고객 중심주의’도 4차산업혁명시대의 승리전략으로 주목됐다. 기술력에 맞춰서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설득하는 상품개발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의 니즈(Needs.욕망)을 파악해 이를 정조준하는 상품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35년동안 기업에 몸담으며 깨닫고 체득한 첫 번째 경영철학은 고객과 시장이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R&D 인력이 관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기술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고객중심주의’를 철칙으로 삼아야 4차산업혁명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법칙을 지목한 것이다. 무수한 혁신적 신기술이 저마다 미색을 뽐내면서 경쟁을 벌이는 시대상황에서 유일한 미인 선발 기준은 소비자가 돼야한다. 소비자를 매혹시킬 수 없는 혁신은 무의미한 기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회장의 고객중심주의가 강력한 실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겸비한 융합인재의 영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채용규모인 2000명 중 연구개발 인력 추가채용 규모는 700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볼 때, 나머지 1300명은 비연구개발 인력에 해당된다. 1300명 중 상당수는 증설되는 소재공장 등의 생산인력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CT기술혁신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욕망을 정확하게 판독하고 이를 토대로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들이 충원대상이 될 것인지 여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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