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무역전쟁 손익계산서](하) 세계경제 리스크… 中 '어부지리'?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07-06 06:58   (기사수정: 2019-07-0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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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8단 1Tb TLC 낸드플래시 모습. 일본의 견제로 낸드플래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 세계 휴대전화 생산도 영향을 받게 된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일본의 보호무역으로 전세계 위협 가능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보호무역이 세계 경제에 얽힌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4월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미중 무역분쟁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세계 경기 회복을 향한 구로다 총재의 바람에 재를 뿌리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소재 3종을 한국에 수출하는 데 규제를 가하면서 무역 전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계를 희생시켜 반도체 수출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작전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7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3.5%를 차지한 미국 마이크론의 3배를 상회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도합 45.6%의 매출을 차지했다.

일본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메모리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메모리 수요 기업 대부분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IDC) 서버에서는 D램이 부족해지고 스마트폰에서는 낸드플래시 수급난을 겪는 식이다.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12조원, 낸드플래시는 약 71조원에 달한다.

▲ “폭풍전야”…대한국 무역제재 발표 사흘 전인 6월 28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사진제공=연합뉴스]

◆ 아베의 선거전에 말려든 한일 반도체 업계

규제를 발표한 지난 4일은 공교롭게도 일본의 참의원 선거운동 개시일이었다. 임기가 6년인 참의원 구성원은 3년마다 선거를 거쳐 절반씩 새로 선출하며 올해 선거는 오는 21일에 열린다.

지난 6월 연금 부족 문제가 터지면서 궁지에 몰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패하고 지난달 개최한 G20 정상회의도 역사적인 판문점 북미 회동에 묻히면서 지지율 반등의 동력원을 잃은 상황이다. 내부 선거용으로 규제 카드를 꺼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참의원 선거운동 시점에 맞춰 한국을 때려 ‘표 끌어모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일본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업계 뿐 아니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계와 반도체를 소비하는 전자 업계도 함께 희생시켜 정권 연장의 제물이 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명의로 일본의 이번 조치에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일에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라고 경고했다.

◆ 중국, 타이완 ‘어부지리’ 얻을 수도


한국 산업계가 일본의 규제에 타격을 입으면 ‘어부지리’ 식으로 이익을 보는 나라는 중국과 타이완이다. 국산화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을 대신할 소재 구매처로서 재미를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공멸하는 한일 양국의 제조업을 밟고 올라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수입해오던 소재의 종류나 확보 물량에 따라 짧게는 한달 반, 길게는 1년 내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차피 완성품이 남아돌아 골머리를 앓던 기업들에게 오히려 호재로 다가오지만 중장기적 소재 확보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미 중국이나 타이완에 공급처를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또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고객업체에게 이메일을 보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전방위적 공세가 심화될수록 산업 전반의 측면에서 ‘공생 관계’에 있던 한일 양국의 다툼이 ‘공멸 관계’로 변모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지난 4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마찰이 “매우 위험한 악순환에 놓인 갈등 고조 국면”이라며 “한일 양국은 둘 사이의 깊은 골에서 누가 이득을 볼 지 숙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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