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28)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부거래 족쇄, 일본무역보복 '지원사격'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03 07:07   (기사수정: 2019-07-0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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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스마트폰 소재에 대한 수출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삼성전자 등을 겨냥한 무역보복 조치에 돌입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의 재벌그룹인 스미토모가 핵심소재의 90%를 독접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한국기업의 내부거래 및 독점규제를 무색케하고 있다. [그래픽 제공=연합뉴스]


무역보복의 타깃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족쇄', 스미토모는 '자유'

핵심 소재 국산화 전략의 걸림돌은 ‘내부거래 비판론’과 ‘재벌독점론’

일본 재벌그룹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독점공급 해와

삼성전자가 계열사 통해 90% 공급했다면 사회적 비판 불가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카드롤 동원해 ‘무역보복’ 조치에 돌입한 것을 계기로 국내 IT기업들의 ‘내부거래’에 대한 법적, 정치적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위험에 처하게 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일부 핵심 소재의 일본 기업 의존도가 9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소재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계열사를 통해 100%부품 국산화에 성공한다해도 ‘내부거래’라는 비판을 받게 될 한국적 상황을 무색케하는 대목이다.

즉 일본 대기업에서 부품의 90%를 수입하면 정부가 수수방관하지만, 국내 대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부품의 90%를 자체 공급할 경우 내부거래라는 도덕적 시험대위에 오르는 ‘내부거래의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가지 소재에 대한 수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 재료이고, 리지스트는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감광제이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라고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까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3.7%, 91.9%, 43.9% 등에 달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대부분 일본의 스미토모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지스트의 주공급원인 일본회사도 스미토모, 신에쓰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미토모 그룹은 미쓰이 그룹, 미쓰비시 그룹과 함께 일본의 3대 재벌로 꼽힌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의 핵심소재를 일본의 3대 재벌중의 하나인 스미토모가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던 것이다. 만약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나 리지스트 양산에 성공해 계열사를 통해 해당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했다면, ‘내부거래’, ‘재벌 독점’등의 온갖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을 공산이 높다.

반면에 일본의 재벌인 스미토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줄을 쥐고 독점공급을 해왔지만, 아무런 비판이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 외국기업에겐 ‘자유’를 부여하고, 한국기업에겐 ‘족쇄’를 채우는 게 한국적 토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글로벌 IT서비스기업인 삼성SDS가 매년 삼성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하는지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삼성SDS의 기술력과는 무관하게 자칫 잘못하면 재벌독점과 같은 사회적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것은 부당 내부거래에 국한된다. 하지만 내부거래를 재벌독점으로 규정하는 한국적 풍토가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국내 대기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실장, “소재산업 경쟁력 높이기 위해선 전향적 제도 개선 필요”

“보호무역시대에 국내 대기업의 ‘족쇄’는 해외글로벌 기업의 ‘반사이익’돼 ”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김윤경 실장은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내부거래 등의 다양한 규제의 핵심대상이고, 이는 불공정거래를 막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번에 일본 정부가 무기로 사용한 소재부품의 경우도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분야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경 실장은 “중소기업의 IT산업의 첨단 소재 및 부품 개발이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소재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향적으로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미중무역전쟁 격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는 세계무역환경의 변화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해외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양적 팽창을 함에 있어서 자국법상 규모 제한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인데 국내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내부거래 규제 등으로 인해 부품산업을 수직계열화해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 소재산업은 삼성전자 등과 같이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동참하는 상생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일본의 이번 무역보복에서 드러났듯이, 국내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투자 및 기술개발 그리고 필요한 계열사 설립 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선진국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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