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뉴스] 학교비정규직의 '본명'을 부르지 못하는 교육부, 정규직화 정책혼선 초래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7-02 15:39   (기사수정: 2019-07-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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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정규직화’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의 주축세력인 조리사 및 영양사 등의 90% 정도는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화 전환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 조선의 모순 고발

학교정규직을 ‘정규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교육부, 무소신의 결과?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조선의 정치가 허균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서자 홍길동을 통해 당대 신분사회의 모순을 고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된 ‘과거의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대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3일부터 사흘간 임금상승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학교비정규직’ 5만여명의 대부분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기준에 따르면 엄연한 ‘정규직’신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화 플랜을 짜면서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번에 총파업을 하려는 ‘학교 비정규직’ 10명중 9명은 무기계약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 본지와의 통화서 “파업 동참할 학교비정규직의 90% 정도는 정규직 전환자”

2017년 확정된 20만 5000명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서 영양조리사는 포함

정규직화서 배제된 비정규직은 각급학교 기간제 교사와 대학 시간강사들

교육부 관계자는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일부터 총파업에 동참할 예정인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실 대부분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다”면서 “학교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최근에 파악해보니 그들 중 90% 정도는 정규직 전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의 주축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각급학교의 조리사, 교무보조 등 행정·교육지원 담당자들은 ‘교육공무직’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대부분 언론은 ‘학교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교육부 등은 이에 대해 해명하거나 정정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무기계약직화도 정규직화의 한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태도는 ‘무소신 전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 2017년 10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명 규모의 ‘정규직화’ 플랜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각급학교 영양조리사는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41만6000명 중 ▲일시·간헐 업무종사자 10만명 ▲60세이상 고령자(5만4000명), 대학 시간강사·기간제 교사·영어회화 전문강사 등 교·강사(3만4000명), 공공기관 등의 실업팀선수(6000명), 변호사·의사 등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4000명) 등 14만1000명을 제외한 20만 5000명을 정규직화 대상으로 확정했다.

오히려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 교육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혀온 기간제 교사 및 대학 시간강사등과 같은 고학력 근로자들은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돼 ‘고학력자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만명의 시간제 강사 등은 좌절했지만, ‘전환하기 어려운 합리적 사유’라는 게 정부 측의 유일하고도 간단한 설명이었다.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들은 아직도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화 대상에라도 포함시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들은 평균적으로 무기계약직화된 ‘교육공무직’ 근로자들보다 더 고학력이다. 하지만 훨씬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고학력 근로자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영양사, 조리사 등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직 됐지만 ‘비정규직’ 자처

기간제 교사 등 ‘진짜 학교비정규직’은 여전히 찬밥 신세

'역차별' 지속될 경우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형평성'논란 불가피

여전히 찬밥 신세인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들에 비해 ‘교육공무직’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국내 최대의 이익집단인 민주노총의 위력 덕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파업 및 정부와의 임금협상을 주도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연대회의는 비정규직노동조합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들의 구성체인 셈이다. 그러나 연대회의측은 지난 1일 청와대 앞에서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학교부터 비정규직 철회’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영양사, 조리사 등의 ‘교육공무직’근로자들은 무기계약직 신분을 얻은 상태에서 ‘총파업’을 무기로 삼아 교육당국과 ‘임금인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2일 연대회의측과 가진 실무협상에서는 기본급 6.24% 인상,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 시 정규직과 차별해소, 재인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임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연대회의측 3개 요구조건을 두고 절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 협상은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진짜 비정규직’인 시간강사나 기간제 교사문제를 방치한 채 무기계약직 신분을 획득한 ‘교육공무직’의 실력행사에 끌려 다닐 경우,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심각한 형평성 논란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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