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38) 트럼프와 김정은도 못들어간 DMZ천연폭포 속 '일탈의 추억'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7-01 14:32   (기사수정: 2019-07-01 14:32)
1,050 views
N
▲ 군견을 앞세워 DMZ 지뢰밭을 수색하는 모습 [사진출처=국방부]

트럼프와 김정은도 구경 못한 진짜 DMZ의 이야기는 아직도 귓가에

6·25남침전쟁 이후 인적 끊긴 DMZ지역, 격전의 잔해인 철모, 실탄 등이 즐비

DMZ의 천연 계곡물에 몰래 몸을 담그기, 그 '시원했던' 일탈의 추억

화공작전으로 녹은 지뢰 밟은 사고 발생, 인명 피해 없었지만 아찔했던 순간

DMZ소대장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임무 완수'가 중요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30일 역사적인 DMZ(비무장지대)회동을 단행했다. 역사는 이처럼 의표를 찌르는 돌발행동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나 말이 DMZ이지, 북미정상이 실제로 50여분 동안 회담을 가진 곳은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이다. DMZ깊숙한 곳의 비경은 구경조차 못했다. 트럼프와 김정은도 구경못한 DMZ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소근거리는 듯 하다.

필자는 GP경계근무를 마치고 DMZ 수색 매복 작전소대로 임무를 교대했다.

DMZ 작전이 있는 날에는 점심을 일찍 먹고 소대 막사에서 1차 군장검사와 즉각조치 사격을 한 뒤 GOP통문으로 이동한다. 통문 앞에서 2차 군장검사를 하며 소총에 실탄을 장전할 때 ‘철컥’거리는 소리는 유난히도 크게 들리며 다시 한번 더 긴장하게 만든다.

GOP통문 소대장이 투입인원을 확인한 뒤 통문이 ‘끼익’하고 열리면 선두 경계조는 먼저 투입해 통로를 정찰한다. 경계조의 수화 신호가 오면 본대와 후미경계조는 통로로 들어선다. 지뢰밭 DMZ안으로 수색조가 모두 들어오면 GOP통문이 닫히는 또 한번의 ‘철컥’소리는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며 망망대해 안개바다에 표류하는 조난배가 된 기분이다.

그때부터는 모든 작전이 소대장 책임으로 이루어 진다. 태양열이 작열하는 폭염에 두꺼운 방탄복은 온몸에서 땀을 쏟아내게 하지만 지열이 더 뜨거워 온몸이 터질 지경이다. 게다가 비탈길 경사를 오를 때에는 탈진 일보직전이다.

그래도 “간첩잡아 영웅되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투입되어서 인지 모두들 바짝 긴장하며 혹시 침투하여 은거하며 기습 사격을 해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빛은 빛났다.

사실 2년 전에도 소대 작전 구역인 442고지에서 적과 조우하여 1명을 사살한 경우도 있었기에 더욱 주변을 살폈다.

소대의 책임지역은 우리 소대만이 담당한다. 아무도 그 지역을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통로에 실장애물을 설치했다. 매번 수색시마다 선두는 실장애물이 끊어졌나 확인하며 통과를 했고 이상시에는 수화신호를 보내 각별히 주변을 살폈다. 동물이 지나가다 끊어질 수도 있고 진짜 공비가 침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소대 작전 책임지역내의 남대천은 DMZ군사분계선을 따라 북에서 내려온다. 남대천은 6·25남침전쟁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함부로 들어가면 잠자던 지뢰가 숨을 쉬며 언제든지 폭발하여 인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수색작전을 하며 DMZ를 돌아보면 6·25남침전쟁의 잔해들이 널려있다. 총알이 관통해버린 녹쓴 철모, 쏘다 남은 M1소총탄들과 탄띠, 수류탄, 그리고 철조망…. 치열했던 격전의 순간들이 그려진다. 반면 민가였던 곳에서는 평화롭게 살았던 집터와 맷돌 조각들이 “민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 작전소대장으로 DMZ 지뢰밭을 누비던 시절 수색조와 자연수에 목욕 후 기념 촬영모습 [사진=김희철]

능선을 넘어 계곡으로 들어서자 DMZ 계곡 물소리가 폭염에 지친 몸을 달래준다. 나무 그늘을 통과할 때의 시원한 바람은 마치 에덴동산에 온 기분이었다. 그때 후미 경계를 책임지며 따라오던 분대장이 건의를 했다. “소대장님, 잠깐 휴식하시죠? 소대원들이 더위에 지쳐있습니다.”

필자도 더위를 먹어 답답했는데 분대장의 건의를 허락하고 계곡 시냇물가에 앉았다. 바로 앞에는 작은 천연폭포가 있었고 바로 밑에는 작은 호수같은 물덩이가 있었다. 기왕에 휴식을 할 바에는 화끈하게 쉬게 해줄 생각으로 경계병을 배치하고 소대원들에게 시원한 자연수에서 목욕까지 허용했다.

군화를 벗고 아무도 찾지 않았던 DMZ자연수에 발을 담그자 오히려 발이 얼 것 같이 시원했다. 경계병도 교대시켜 전원이 목욕을 한 후 다시 수색작전에 임했다.

통문 방향으로 복귀하기 위해 시냇물을 건너는 중 이었다. 맨 후미에서 실장애물을 재설치하며 따라오던 분대장이 급하게 보고했다. 얕은 시내를 통과할 때는 주로 돌만 밟고 지나간다. 헌데 전 소대원이 밟고 지나간 조그마한 돌이 바로 폭풍지뢰였다.

봄이 되면 울창한 숲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 때문에 북한 민경초소에서는 북풍이 불어올 때 화공작전을 한다. DMZ에 불을 질러 숲을 태워 시야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우리 쪽은 남쪽 군사시설이 피해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맞불도 놓는다. 덕분에 산양 등 천연기념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 화공작전으로 플라스틱 지뢰가 열기에 녹아 뇌관부근이 딱딱하게 굳어져 마치 돌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뇌관이 녹은 지뢰는 폭발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색작전을 계속 했다. 혹시 침투하여 은거하며 기습 사격을 해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적을 찾기 위해……

이 길은 내가 가야하는 길. 나에게 실패나 성공은 중요하지 않다. 필자를 믿고 따르는 소대원들의 두 눈은 나를 보고있고, 필자는 그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대장이라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직 나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만이 남아 있었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