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 인터뷰] ③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의 '마이데이터'가 서울대병원과 삼성화재를 매혹한 이유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9-06-30 07:17   (기사수정: 2019-06-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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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공용오피스 위워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혜원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은 ‘상실 위기’에 봉착해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신주류'가 되고, 산업화시대의 직업들은 소멸된다는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주류직업의 실체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는 신주류 직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의료정보 플랫폼 ‘메디블록’, 의사와 환자 간 관계의 패러다임 변혁

정보 관리 권한이 의사에서 환자로 이양돼

올해 정부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자로 선정…삼성화재·서울대병원과 서비스 공동개발

서울대병원 등이 '환자 중심 의료'에 공감

업비트에 상장된 메디블록의 코인 ‘MEDX’는 의료정보 제공에 대한 '보상'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재로서 가장 잘 알려진 방법으로는 특정 분야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의미를 도출하는 ‘빅데이터’가 있다. 그 반대편에는 빅데이터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마이데이터’가 있다.

간단하게 빅데이터가 ‘기업’ 중심이라면, 마이데이터는 ‘소비자’ 중심의 개념이다. 마이데이터란 그간 기업들이 가지고 있었던 소비자 개인정보의 관리·통제 권한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익명화하고 관리하는 제3의 기업을 경유해 제공된다.

올해 정부는 금융, 유통·제조, 의료, 전력, 통신 5개 분야의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중 의료분야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이 바로 ‘메디블록’이다. 현재 메디블록과 삼성화재, 서울대학교병원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 11월 의료정보 교류 서비스 론칭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메디블록은 그간 각 병원에 분산되어 있었던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블록체인으로 통합하여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지난 2017년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출신 이은솔 대표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고우균 대표가 설립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메디블록의 코인 ‘MEDX’가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됐다. 환자들이 의료정보를 메디블록에 제공하면 메디블록은 그 보상으로 코인을 제공한다. 즉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경험으로 수익을 창출하게 해 기존의 공급자-소비자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지난 27일 뉴스투데이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에서 이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이 대표는 메디블록 사업의 기반을 이루는 마이데이터와 블록체인의 개념 및 메디블록을 통해 변화할 환자들의 서비스 경험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과거 의사는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였으나 최근 의료계에 의사와 환자가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하고 환자가 편리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는 추세”라며 “메디블록은 초연결사회에서 환자와 의사 간의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공학도 출신 의사 이은솔·고우균 대표가 2017년 공동창업

이 대표, “고교 때 공부한 IT기술, 의사되보니 활용법 보여”


서울과학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이 대표와 고 대표는 최근 산업계가 요구하는 ‘융합인재’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와 울산대학교 의학과 석사를 졸업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일했다. 고 대표는 카이스트 컴퓨터과학과 학사와 컬럼비아 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석사를 졸업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에 관해 이 대표는 “고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상태로 의료계에 가니 IT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이 잘 보였다”며 “의료계에 IT 기술을 접목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나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분야를 오가며 쌓은 지식은 결론적으로 이 대표에게 업계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을 제공한 셈이다. 이에 이 대표는 “최근 학계의 적극적인 융합인재 양성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오라클메디컬그룹·경희대 치과병원·한양대 의료원·전남대 병원 등과 업무협약 체결

“환자 위한 플랫폼 개발하려는 병원들이 뜨거운 관심이 인상적”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Q. 메디블록은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셈이다. 기본적으로 의료정보는 왜 가치 있는 것인가?

A. 의료정보란 환자 당사자에게 가장 가치 있는 정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대장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환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 종양이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했고, 향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병원이나 제약회사도 환자들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신약개발이나 치료 시스템 개선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Q. 실제로 병원들이 메디블록 서비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가?

A. 그렇다. 회사를 설립한 이래 국내외 다양한 대형병원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왔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지만 '환자중심 의료'라는 가치에 공감해서 보이는 병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인상적이다.

한국·중국·말레이시아 등에 70개 지점을 보유한 오라클메디컬그룹,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한양대학교 의료원,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MGH, 전남대학교 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Q. 그간 병원은 의료정보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갑’의 입장이었다. 병원들이 이 같은 이점을 포기하면서 메디블록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과거에 의사와 환자는 공급자-소비자 관계로, 의사가 중심이 되어 지식을 독점한 채로 진료하고 치료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의사와 환자가 대등한 관계가 되어 환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병원들은 이러한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환자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기를 원한다. 물론 병원이 개발 업무에 많은 투자를 하기는 어렵기에 메디블록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올해 말 메디블록이 서울대병원, 삼성화재와 컨소시엄을 맺어 출시할 예정인 진료정보교류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제공=메디블록]

소아환자·만성병 환자가 주 타깃 될 것

환자들은 서비스 이용만으로도 ‘코인’ 보상


Q. 메디블록을 사용하는 환자와 사용하지 않는 환자의 의료경험은 어떻게 다른가?

A. 메디블록의 주 소비자는 소아 환자와 만성병 환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어른들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으니 필요성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반면 부모들은 자녀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의 모든 접종기록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열람할 수 있다면 향후 어떤 병이 발병해도 관리하기가 한층 쉬울 것이다.

한편 당뇨 환자 같은 만성병 환자들은 당 수치 기록을 일일이 수기로 써서 기록해야 한다. 이는 우선 물리적으로 소실이 쉽다. 또한 수치 자체는 의미가 없고 이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환자가 분석 능력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다. 메디블록을 통해 분석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면 환자도 편하고 의사도 수고가 줄어든다.

Q. 그렇다면 메디블록의 수익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A. 우선 환자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플랫폼을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는 병원에게 서비스를 유료로 공급한다.


현재는 '공익성' 강하지만 차차 '사익'모델 도입될 것

Q. 메디블록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하므로 코인이 발행된다. 환자들은 어떻게 메디코인을 받을 수 있나.

A. 기본적으로 환자는 메디블록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메디블록의 의료정보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므로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이밖에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원할 때 환자 동의하에 정보를 제공한다면 추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Q. 메디블록이 활용하는 ‘의료’와 ‘데이터’는 모두 공공성이 강한 분야나. 메디블록은 앞으로도 플랫폼의 모습을 유지할 것인가? 혹은 향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가?

A. 지금은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플랫폼 안정이 되면 서비스 제공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공익성'이 주류이지만 사업인 만큼 '사익'모델도 차차 추구하게 될 것이다. 카카오도 처음에는 무료 채팅 서비스로 시작해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나.


“공학도로서의 경험이 의료계 시스템 객관적으로 보게 해”

“융합교육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큰 그림 그리는 능력 배양”

Q, 공동창업자 고 대표와 이 대표는 최근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융합인재’의 전형이다. 서로 다른 두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창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

A. 고등학교에서는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그 상태로 의료계에 가니 IT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이 보였다. 의료계에 IT 기술을 접목하여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일대일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주요한 동기부여가 되어 창업을 하게 되었다.

Q. 최근 대학가에서도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융합 학과를 마련하고 있다. 많게는 3개의 전공을 4년 과정의 커리큘럼 동안 이수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오히려 각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약화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의 견해는 어떠한가.

A. 나는 융합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융합 교육 자체에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다양한 학문을 접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학문을 연결하는 인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메디블록에서 의료계와 업무협약을 맺을 때에도, 의료계 배경지식이 있으니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있어서 훨씬 수월하다.

융합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되기보다도 전공 분야 이외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공중보건의 시절에 정보의학인증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유전체를 데이터로 다루고 의료정보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교육인데 그 수업은 의사들이 데이터베이스를 능숙하게 다루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개론 정도를 익힐 수 있게 하고 시야를 넓혀주는 데에 목표가 있다. 의사들이 업계의 문제점을 인지해도 다른 학문을 활용해 개선할 방법을 모른다면 결국 업계 발전은 없기 때문이다. 융합교육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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