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27) 트럼프 정조준한 '부유세’ 논쟁, 청년유니온'최저임금 공세’ 와 결이 달라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6-26 19:05   (기사수정: 2019-06-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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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혈맹'인 한미양국에서 ‘극단적인 양극화’ 해법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국에서는 ‘빈자 간의 전쟁’이 미국에서는 ‘부자 간의 전쟁’이 진행중이다. 사진은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인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 준비한 '모두에게 평등한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엽서'와 부유세를 징수해달라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미국의 78위 슈퍼리치인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 [사진 제공=연합뉴스, 포브스 프로필 캡처]

한미양국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양극화' 해법 논쟁

청년유니온의 ‘평등한 최저임금론’은 ‘빈자 간 전쟁’ 심화

美 슈퍼리치 19명의 ‘부유도 도입’ 주장은 ‘부자 간 전쟁’의 신호탄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경제 혈맹'인 한국과 미국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 차등제’논란과 미국 슈퍼리치들의 ‘부유세 도입’ 주장이 그것이다. 이들 논쟁은 극심한 양극화 해소를 둘러싼 다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전투는 완전히 상반된 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자는 ‘빈자(貧者) 간의 전쟁’인 반면에 후자는 ‘부자(富者)간의 전쟁’이다. 때문에 전자는 안타깝고, 후자는 흥미롭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돌발사건이 발생했다. 근로자 위원인 김영민 청년 유니온 사무처장이 “지난 5일간 거리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담은 엽서를 받았다"면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청년 352명의 엽서가 담긴 상자를 전달했다. 엽서들은 서로 다른 글씨체였지만 최저임금 차등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은 동일했다.

정부와 사용자측이 ‘최저임금속도조절’로 이미 방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기습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대선공약대로 1만원을 차별 없이 시행하라”는 메시지를 회의장 테이블 위에 던진 셈이다. 일명 ‘모두에게 평등한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엽서'였다.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온 최저임금 차등제의 핵심은 지역(지차제)별로 실정에 맞게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자는 것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대기업과 차등적용된 최저임금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들은 최근 2년 간 30%에 육박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이후 소득하위계층인 1,2분위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에 최상위층인 5분위 소득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1,2분위 가계 구성원들은 일자리를 상실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치솟은 최저임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었다.

이에 비해 5분위 가계 구성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렸다. 그들을 고용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두 자릿수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 폭은 감내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핵심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빈자 간의 전쟁’을 촉발시켜 버렸다.

‘흙수저 청년’에 맞선 것은 재계 아니라 ‘소상공인’

따라서 청년유니온의 편지 전달식에 까칠한 반응을 보인 것은 사용자 위원중 재계측 인사가 아니었다.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측 위원이었다.

김영수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회의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이 가장 좋은 게 뭐냐면 시간이 많고 기회도 많다는 것이지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시간과 기회가 굉장히 적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근로자 중심으로 구성된 민노총이나 한노총 측 위원이 유사한 행동을 했다면, 김 이사장이나 정 이사장은 훨씬 격하게 반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흙수저 청년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청년유니온 측의 도발에 온건하게 반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자 간의 전쟁'은 심화되고 있는 게 한국사회의 풍경이다.

美 슈퍼리치 19명,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와 손잡고 트럼프의 ‘감세정책’ 정조준

미국에선 재산규모 상위 0.1%인 슈퍼리치 간의 전쟁이 점화되고 있다. 미 슈퍼 리치 19명은 최근 미 대선주자들에게 ‘부유세(Wealth Tax) 도입’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크리스 휴즈 등이 이 그룹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미국은 우리의 부에 세금을 더 내도록 할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라”고 호소했다.

19명 중의 한 명인 엘리 브로드(미국 내 78위 부자)는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연방정부의 감세 정책 때문에 내 재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그 사이에 보통 사람들의 임금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빈곤율이 치솟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제발 내 세금을 인상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연방정부가 부유세를 걷어 보건, 보육, 공교육 등 사회경제적 계층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에 투명하게 지출해야 ‘아메리칸 드림’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게 브로드의 주장이다.

이 슈퍼 리치들은 26일 TV토론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되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수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전략적 제휴’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 5000만달러(579억원) 이상의 슈퍼리치에게 연간 2%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이 실행될 경우, 10년간 2조7500억달러(3183조원)에 달하는 추가 복지재정이 확보될 것으로 추산된다. 19명의 슈퍼리치들은 자신들의 주장의 ‘탈당파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워런의 구상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슈퍼리치들과 워런 의원의 칼끝은 정확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부유세 도입 논쟁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슈퍼리치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슈퍼리치간의 전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담긴 민주당 측은 승산이 있는 것일까. 트럼프는 집권 이래 줄기차게 고수해온 감세정책 및 반 이민정책을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시키고 일자리를 늘렸다. 그 결과 백인서민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계산서만 놓고 보면 워런 의원과 19명의 슈퍼리치들은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밑바닥 민심은 다르다. 지난 2월 힐-해리스엑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중 74%, 공화당 지지자 중 65%가 각각 부유세 도입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일자리가 늘어도 경제적 양극화의 고통은 깊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극단적 양극화는 지구촌 공통분모, 8명의 부호가 세계인구 하위 50%와 재산 같아

해결능력 가진 부자간의 전쟁이 ‘생산적 논쟁’
통계를 살펴보면 양극화라는 단어로 현실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경제계층의 ‘극단적 양극화’가 더 적절해 보인다.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 최근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0.1%에 달하는 슈퍼리치들의 재산은 미 전체 소득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부의 극단적 양극화는 미국만의 고통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현상이다. 지난 2017년 1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공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처음으로 세계 1%의 상위소득자가 나머지 인구 전체보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이 전 세계 인구의 소득 하위 50%인 36억명분의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의 극단적 양극화는 미국과 한국이 모두 직면한 고통스러운 현실이면서 가장 뜨거운 정치적 이슈로 부상중이다. 부유세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최대 악재 중의 하나가 될 공산이 크고, 집권 중반기를 넘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최저임금논쟁의 향배에 따라 일정부분 좌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양극화를 해결할 능력은 빈자가 아닌 부자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논쟁의 생산성은 미국쪽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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