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 효과?..후분양 강수에 분양시장 판도 바뀔까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6-20 16:55   (기사수정: 2019-06-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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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강남 상아2차 재건축 등 다수 단지 후분양 검토

후분양 확산 시 '분양절벽' 우려..일반분양 시 집값 부담도 커질 듯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정부의 분양가 규제 여파로 '후분양' 카드를 꺼내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양보증이 필요 없는 후분양이 확산할 경우 고분양가 관리를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한편으론, 후분양으로 비싸진 주택이 결국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인기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서울 강남구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 대의원회의에서 일반분양 115가구에 대해 준공후 분양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후분양 움직임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당초 이 단지는 지난달 '래미안 라클래시'라는 브랜드로 일반 분양을 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 중이었지만 상호 분양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됐었다.

이 와중에 HUG가 지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이달 24일부터 적용하기로 하지자 돌연 후분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후분양제는 통상 아파트 건설 공정의 80% 이상을 마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것으로 HUG의 분양보증을 피할 수 있다.

HUG는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인 3.3㎡당 4569만원에 맞춰 분양가 책정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입지상의 차이 등을 내세우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이 일대 아파트 시세는 3.3㎡당 6500만원 선으로 HUG가 요구하는 분양가보다 3.3㎡당 2000만원 가까이 높아, 준공 후 시세에 맞춰 분양할 경우 수익금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강남권 등에서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도 사실상 후분양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이주가 시작되는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나 방배13구역, 잠원동 신반포4주구, 반포 우성, 강동구 둔촌 주공 등도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후분양은 선분양보다 사업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다 준공 이후 부동산 경기 등의 불확실성으로 강남이나 여의도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건설사나 조합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후분양 증가로 분양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정부 규제 강화로 서울 재건축 시장은 공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재건축 전체 공급 물량은 239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83가구 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분양 시기가 늦춰져 땅값과 건축비가 오를 경우 집값 부담이 더 높아질 우려도 있다. 결국 고분양가 규제가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을 초래해 무주택 서민보다는 자금력이 풍부한 '부자'들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후분양이 늘어나면 향후 2~3년 간 공급물량이 급감하는 분양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추후 일반 분양가가 더 높아져 서울 집값만 더 치솟게 해,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분양보증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 분양보증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HUG가 분양보증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불만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최근 2020년까지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합의를 서둘러 추진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지난 2017년 공정위와 국토부는 주택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을 추가 지정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국토부는 보증기관 다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HUG에 분양가 심사라는 가격 통제 기능을 부여한 만큼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면 본래 취지가 무력해질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는 공정위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로또 아파트가 양산되고, 이로 인해 투기수요가 유입되며 주택분양이 지연돼 소비자들의 내 집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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