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I] 디플레이션(D) 공포 키우는 ‘일자리 지표’ 이상 징후, 바빠진 홍남기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6-14 15:55   (기사수정: 2019-06-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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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집행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하반기에 민간설비 투자 등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 I]의 I는 Insight(통찰력)을 뜻합니다.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공포 대두, 생산 늘어도 투자 줄면 소비 침체 불가피

미중무역갈등 등으로 인한 세계 경기 둔화, 해법은 일자리 증대 통한 내수 진작

6월 그린북, 산업생산은 ‘완만한 증가’-수출과 투자는 ‘부진’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질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총공급(생산)에 비해 총수요(소비)가 부족해짐에 따라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이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디플레이션 공포는 과도한 시장반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생산이 늘어도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엄습하는 게 디플레이션이다. 특히 수출감소, 세계경기 둔화 등의 부정적 변수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유일한 정책적 수단으로 꼽히는 ‘일자리 증대’ 전선에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의 국내투자는 감소하고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창출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투자 역전’은 ‘일자리 지표’ 이상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내수가 진작돼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데, 경제 현실은 오히려 수요가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동 중인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완만한 생산 증가‘와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라는 두 단어로 경제현실을 압축했다. 4~5월호에서는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에 대해 ’부진‘하다고 했지만 이 달에는 생산을 제외했다. 수출과 투자에 대해서만 부진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상황이 산업 생산측면에서는 호전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셈이다. 지난 4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증가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생산은 두 달 연속 증가했기 때문에 부진이라는 표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긍정 변수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그러나 부정적 변수의 무게감이 긍정적 변수를 압도한다는 지점에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 조정과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으로 5월 수출은 9.4% 감소했다 지난 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하향세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4,5월에 이어 3개월 째 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사용한 ‘하방 리스크 확대’라는 표현을 빼고 “미중 통상마찰이 확대되는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로 대체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석 과장은 “하방리스크는 대외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과장은 “우려가 나오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다소 과한 평가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되고 복지 지출이 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저점과 관련해서도 “통계청이 경기 저점 설정과 관련해서 전문가 의견 수렴을 하는 상황인데 그들의 의견이 각자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보면 총 수요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5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이다.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 등이다. 지난 2015년 2월~11월(10개월) 동안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인 이후 최장 기록이다.

6월 그린북에 나타난 것처럼 생산이 완만하게 증가해도 이처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 위험은 피하기 어렵다.


취업자 수 증가폭 회복세지만 ‘알바’ 일자리가 주도

'가처분 소득' 큰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지속

1분기 국내설비투자 17% 감소, 해외 제조업 투자는 140% 증가

지난 해 1만명대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취업자수 증가 폭은 올해 들어 10만~20만명 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 예산을 투입한 공공일자리, 사회복지일자리 등이 주류이다. 양질의 제조업 취업자수는 여전히 하락세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알바’ 수준의 공공부문 취업자만 늘어난다면 취업자수 증가폭이라는 통계수치가 호전돼도 ‘실제 수요’ 증가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가처분 소득이 큰 제조업 등의 취업자수 증가가 내수 진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14일 제조업 해외 투자가 역대 최고폭으로 증가하고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비상등을 켜고 있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1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4.9% 증가했다. 분기별 투자액으로는 역대 최고치이다.

장도환 기재부 국제경제 과장은 이에 대해 “ 지난 해 1분기 투자(97억4000만달러)가 분기별 평균치(최근 9분기 평균 120억5000만달러)보다 대폭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해외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0.2% 늘어난 57억9000만 달러로, 지금껏 가장 많았다.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으로의 직접투자는 36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5.2% 증가했다. 반도체, ICT 등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중국투자도 156.1% 늘어난 16억 9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반면에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 1분기(-19.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이다.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투여해 취업자수 증가 폭을 키우고 고용율을 높인다고 해도 국내 투자가 부진하면 의미있는 고용증대는 이뤄지지 못한다.


홍남기 부총리 사태 심각성 인식한 듯, “하반기 특단의 대책” 강조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 같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민간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굉장히 부진해서 이런 분야에 대해선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정부도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경기 하방 리스크도 점점 커지고 있어서 이런 분야에 대해 여러가지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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