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69) 김영란법을 고마워하는 대기업 임원의 훈훈한 사연
오세은 기자 | 기사작성 : 2019-06-14 07:33   (기사수정: 2019-06-14 07:33)
694 views
201906140733N

▲ 지난 2016년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은 개인에게 여가시간을 안겨 주었을뿐만 아니라, 회사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주말농장에서 유치원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상추 모종을 심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월화수목금금’이었던 대기업 임원 A씨,
‘김영란법’으로 달라진 주말

골프와 음주로 지쳐갔던 일요일, 주말농장에서 한 해 김장거리 농사지어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대기업 임원 A씨는 요즘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 수도권 인근의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기 위해서다. 4년 전만 해도 그에게 주말농장은 정년퇴직 이후의 삶으로,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으로 마침내 그에게도 주말이 허용돼 주말농장이 가능해졌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의 A씨 근무 요일은 ‘월화수목금금’이었다. 쉬는 요일은 일요일 단 하루뿐이었던 것. 영업 관련 일을 하기에 주말인 토요일에도 불가피하게 사업관계자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요일에 골프 접대가 있는 날이면, 그의 하루는 새벽에 티오프(티잉 라운드에서 제1타를 타격하는 것을 의미하는 골프용어)로 시작했다. 전반 나인 홀이 오전 9~10시 사이에 끝나면, 후반전을 기다리면서 동반자들과 술 한잔을 했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12시를 전후로 식사를 하면서 또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A씨는 “골프를 치면서 술을 마시는 우리 문화 속에서 딱 하루 쉬는 일요일의 골프 행사는 부담스러웠다”면서 “골프 후 술자리가 일찍 끝나도 집에 오면 오후 6시가 넘었고, 분위기가 좋아서 폭음을 하게 되면 밤 늦게 귀가해야 했다”고 말했다.

“일요일 밤늦게 취한 몸으로 돌아와 눈을 붙이면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월요일 출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기업들 접대비 감소로 이어져 회사 수익성 개선에도 영향

자영업자는 울상짓지만 개인의 ‘소확행’ 늘어나


하지만 이런 생활도 마침내 끝이 났다. 2016년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접대하는 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접대는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시간이며 비용이다.

A씨는 요즘 금요일이 되면 수도권 주말농장으로 갈 채비에 분주하다. 지금까지 텃밭의 10% 정도만 가꾸었을 뿐인데, 작년엔 그 힘들다는 김장을 두 번이나 담갔다. 김장 재료인 배추, 무, 고춧가루 등 모든 재료를 그가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 가능했던 것. 그의 텃밭 가꾸기 취미는 아내도 두 팔 벌려 반긴다.

그가 매입한 500㎡ 주말농장 토지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4~5평 정도의 가격이면 살 수 있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은 개인에게 여가시간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단순히 개인 시간 확보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으로 기업들의 접대비가 감소하면서 회사 수익성이 개선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접대비용은 9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2016년 상반기 대비 15.1%(173억 원) 줄어든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을 짓지만, 상당수 개인과 기업들을 웃음지게 만든 셈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