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중시한 가업상속공제, 60~70대 창업주 '현금 상속' 고민 해결 못해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9-06-11 16:06   (기사수정: 2019-06-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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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다섯번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60~70대된 중견기업 창업주들, 과도한 ‘상속세’에 기업 매각 고민중

한국 상속세 실효세율 28.09%, 일본(12.95%)·미국(23.86%)보다 높아

당정, ‘가업상속공제 완화 개편’ 발표..사후 유지기간 축소·세율 완화는 빠져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제 손으로 일군 강소 중견기업을 매각하는 창업주가 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이다. 과도한 세금을 내느니, 기업을 매각한 뒤 얻은 현금을 상속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상속세’가 대한민국 강소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막는 셈이다.

모 경제단체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중소 및 중견 기업 창업자들은 60~70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들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가업을 2세에게 물려줘야하는 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 세대들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65%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떠안고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줄 방안을 찾지 못해 결국 매각해서 현금으로 상속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일본 55%, 독일 50%, 미국은 40%다.

게다가 기업들이 실제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인 ‘상속세 실효세율(납부세액÷과세표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28.09%다. 우리와 명목세율이 같았던 독일은 21.58%, 낮았던 미국은 23.86%다. 우리보다 명목세율이 더 높았던 일본마저 실제 납부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12.95%에 그쳤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5%까지 치솟는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경영계 목소리에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을 11일 발표했다.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9월 초 국회에 제출하고, 202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업을 상속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 기간이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이 기간동안 주된 업종을 유지해야 하고, 20% 이상 자산을 처분하지 못한다. 어길 시 상속세와 이자가 부과된다.

개편안을 통해 자산 처분의 예외사항이 추가됐다. 업종 변경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하는 경우, 기존자산 처분이 불가피한 경우 등 추가적 예외를 인정한다. 정규직 근로자수 고용유지 비율도 현행 근로자 수의 120% 유지에서 100%로 완화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기준은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공제 한도는 최대 500억 원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매출액 기준 완화는 추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이번 개편이 가업의 안정적 유지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불안과 투자 저해요인을 해소해 중소·중견기업의 활력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시민단체에 가로막힌 상속세 ‘세율’ 완화 및 공제대상 확대 논의

경총 “규제완화 체감 어려워”

기재부 “공제대상 기업 확대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반박 제기돼”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당정이 시민사회단체에서 가업상속공제는 ‘부의 대물림’이라고 지적한 것에 발목이 잡혀 공제대상·액수·세율 완화 등을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당사자'인 경영계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개편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이번 개편안에는 불성실한 기업에 상속세 지원을 배제하는 방안도 신설됐다.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상속 기업의 탈세, 회계부정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공제 혜택을 배제하거나, 공제액을 추징한다. 이 또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 실효성이 적을 거란 지적의 원인이 된다.

이날 경총은 “이번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은 그간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하여 기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안타까운 입장을 표명했다.

경총은 “기업 상속은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가정신, 기업문화, 고유기술 같은 기업핵심역량의 영속적 발전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동 개편방안을 추진함에 있어 기업 상속세제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세대를 거친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나갈 수 있도록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 및 사전․사후관리 요건 대폭 완화 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공제대상·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원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한편에서는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므로 공제대상 및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대상 기업 확대 여부는 찬반이 대립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 개편안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우량 중견기업의 상속세율 완화, 찬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돼야

이와 관련 3000억원 미만 기업이라는 공제대상을 확대하려는 방안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 등의 반대에 의해 무산됐다고 한다. 당정은 '당사자'인 중소 및 중견기업 창업세대의 '희망사항'인 상속세율 인하문제는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량 중견기업의 상속세율 완화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작용만 발생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체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새로운 구도로 전환시키는 동력이 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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