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직업] 축구계 'BTS(방탄소년단) 조련사형' 정정용, U20월드컵 신화 쓴다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6-11 11:34   (기사수정: 2019-06-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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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용 감독(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보조 구장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한국 축구계에 BTS(방탄소년단) 조련사가 출현했다. 정정용(50)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다.

36년만에 ‘멕시코 신화’에 이어 ‘폴란드 신화’를 이룩한 정 감독은 독특한 훈련법과 리더십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엄한 규율’과 ‘독한 훈련’과 같은 축구 훈련의 교범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분방한 요즘 청소년의 정서에 최적화된 방법론을 실천해왔다.

한국의 U20대표팀이 파죽지세를 이어가는 것은 정 감독의 독특함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축구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정 감독은 BTS신화의 숨은 주역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47) 대표와 닮은 꼴 지도자이다.

방 대표는 유명 작곡가와 안무가를 붙여 ‘공장형’으로 생산해온 한국의 아이돌 제작시스템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BTS멤버 개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배려했다. 작곡, 작사, 안무, 랩 등의 모든 음악적 구성 요소들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담아낸 BTS의 노랫말과 기계적이기보다는 감성이 폭발하는 안무동작은 전세계 청년들의 열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정 감독도 비슷한 리더십이다. ‘자율’과 ‘공감’으로 무장한 채 선수들에게 다가섰다.

이런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은 '멕시코 신화'의 주역 박종환 감독(81)과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 박종환 감독의 별명은 ‘호랑이’, 또는 ‘독사’였다. 반면 정정용 감독은 ‘조용한 리더십’으로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정 감독이 경기 때 마다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멋지게 놀고 나와라”다. 실제 정정용 감독의 U-20 대표팀 분위기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다. 훈련마다 선수끼리 장난을 치는가 하면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른다.

10대 초반부터 유럽에서 성장한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형들 사이에서 거리낌 없이 자기 기량을 내뿜고 있다. U-20 대표팀에는 독일에서 태어나고 선수생활을 한 혼혈선수(골키퍼 최민수)도 있지만 정정용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다양한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정정용 감독은 한국 스포츠가 가야 할 리더십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축구에서 유명 지도자가 되려면 국가대표 출신이면서 명문대를 나와야 했다. 정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이었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신암초-청구중·고-경일대에서 수비수로 뛰고 1992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 간신히 입단했지만 부상 등으로 29살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정 감독은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U-14 국가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11년 U-17, 2013년 U-23 국가대표 코치, 2016년 U-20 감독대행, 2017년 U-23 감독대행을 거친 뒤 2017년부터 U-20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14년 K리그 대구FC 수석코치로 잠시 일했던 것을 제외하면 거의 유소년 축구와 함께 했다.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서 갖게 된 철학은 “어린 선수들은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것.

현재 U-20 대표팀 선수들을 10대 초중반 때부터 관찰하고 지도하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4강 신화’도 가능했다.

반면 36년 전 박종환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어린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박 감독의 지론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산소가 부족한 멕시코 고지대 적응을 위해 선수들은 방독면을 쓰고 훈련을 하는가 하면 승리를 위해서라면 ‘손찌검’ 도 서슴치 않았다. 기술보다 정신력을 앞세운 박종환식 축구 스타일은 히딩크 감독 이전까지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지배해왔다.

과연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12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로 예정된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승리해서 ‘멕시코 신화’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온 국민이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과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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