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짜 장사’ 논란, 손 놓고 있는 정부·국회
이원갑 기자 | 기사작성 : 2019-06-11 14:19   (기사수정: 2019-06-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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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4일 5G 통신정책 협의회가 '망중립성' 논란에 대한 정답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그래픽=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넷플릭스, 유튜브 등 통신 사용량이 현격하게 많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른바 ‘공짜 인터넷 망 사용 장사’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인터넷 사업자 뿐 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미국의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와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가 있다. 이들은 현재 국내 통신사에게 인터넷 ‘트래픽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 원활한 동영상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한 서버 증설 내지 유지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료로 734억원을, 카카오는 300억원을 지불했다. 해외 기업인 페이스북마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구체적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초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이 같은 트래픽 비용 부담은 왓챠플레이, 곰TV, 판도라TV, 엠군, 아프리카TV 등 국내의 다른 OTT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지고 있다. 망 사용료에 대한 국내외 역차별 논란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풀어야 될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고 법안 발의를 해야 하는 국회는 여야 정쟁으로 상임위조차 열지 못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7월부터 세종시 이전 준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7월 12일부터 사전 이사 작업을 시작해 8월 10일까지 부처 전체와 1000여 명의 인력을 모두 이전하는 목표를 밝혔다.

오는 8월 12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세종시의 ‘새 집’은 ‘남의 집’이다. 세종청사에 남는 자리가 없어 오는 2021년까지 민간 건물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셈이다. 청사 이전에 따라 발생할 업무 공백에 대해서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에 작업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당분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24일 백기를 든 바 있다. 업계와 학계, 소비자, 정부가 모두 모인 ‘5G 통신정책 협의회’는 “망중립성 원칙과 관련해 기존 원칙을 유지”하면서 “별도 연구반을 통해 현행 기준을 보완·검토”한다는 결론을 내는 데 그쳤다.

협의회가 빈 손으로 끝난 데는 5G 망중립성 일괄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5G 통신기술 발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미국은 지난 2017년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했으며 이 나라에서 생겨난 넷플릭스 역시 미국 현지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망중립성(Net Neutrality)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통신망 상에서 유통되는 데이터에 대해 통신 품질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덩치 큰 동영상을 올리고 내린다 해도 통신망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트래픽 비용을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흙탕 탈출’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 10일 방통위는 왓챠플레이, 곰TV 등 중소 OTT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망 사용료 부담을 언급하며 해외 OTT 업체들과의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효석 방통위원장은 “글로벌 차원의 법제도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OTT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필요시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관할 부처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마저 발이 묶였다. 지난 9일 여야 3당이 국회 정상화 합의를 위한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회동을 위한 물밑 협상에 실패했다.

여야가 정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17년 말 야당은 여당이 OTT 업체들의트래픽 비용 부담을 줄이는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며 법안 통과를 막았다. 국회가 ‘식물’ 상태에 머물러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면 여야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논의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 정부·국회 멈춰 서도…학계서는 여전히 토론 중

이처럼 정부와 여야 정당들이 트래픽 비용 문제 앞에 등을 돌린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해당 사안을 둘러싼 찬반 토론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7일 정보통신정책학회는 ‘인터넷망의 최적 이용 모델을 논하다 – 망중립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망중립성 원칙의 수용을 두고 사회자의 질의에 대해 찬반양론의 답변이 제시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용도별로 통신서비스 유형에 차등을 두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타당성 문제와 국내 ISP에 대한 외국 업체의 망 사용료 지급 문제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세미나 패널은 사회를 맡은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학회는 오는 7월 2일 ‘OTT와 미디어 규제 모델을 논하다’를 주제로 후속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9월에는 ‘5G가 불러올 초융합시대의 ICT 정책이슈’ 세미나가, 11월에는 세 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종합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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