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계속된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장단 불러모은 속내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6-07 13:50   (기사수정: 2019-06-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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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 수사 압박 커지자 위기경영 돌입한 삼성

이재용, “투자·고용 계획 흔들림 없이 추진” 강조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사장단을 불러모아 전한 말이다. 국내 대기업 1위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차질 없는 투자와 경쟁력 다지기를 경영진에 주문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 원 투자와 4만 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면서 “삼성이 4차 산업혁명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133조 원 투자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주말에 사장단을 긴급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다. 재계에선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처한 미증유의 위기를 보면 그럴 만하단 분위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해가는 이중고 상황이라는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4일 또 한 명의 삼성전자 부사장을 구속했다. 앞서 삼성전자 컨트롤타워로 꼽히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팀 소속 부사장 2명에 이어 이번엔 그룹 내 재무통으로 알려진 재경팀 부사장이 검찰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수와 비하면 실제 구속으로 이어진 사례는 적은 편이다. 그만큼 검찰이 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도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 부회장 석방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및 관련 계열사 압수수색은 19차례에 달한다.

특히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문제와 연관성을 찾는 쪽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곧 있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관련 대법원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최악의 경우 삼성이 또다시 리더 부재로 경영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단 지적이 적잖다.

삼성전자 측도 검찰 수사로 인한 추측성 보도와 여론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지난달 23일 이례적으로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관련 임직원과 회사, 투자자와 고객들이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성명을 낸 것.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왼쪽)과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총수 공백 악몽 재현될까 노심초사 삼성

기업 경영 차원 넘어 국가적 손해 지적도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검찰 압수수색이 한 번만 들어와도 기업은 며칠씩 업무가 마비되는 판국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검찰 압박이 심해질수록 그룹 차원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경영 활동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긴급회의를 통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문제없이 진행하라고 강조한 것도 거꾸로 보면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그룹 총수로서 약속한 바는 책임지고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크나큰 경영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그의 공백 기간 회사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기업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총괄할 리더의 공백이 악재가 된 것.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 전 직접 추진했던 글로벌 전장 업체 하만 인수가 그해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인수작업이 됐다. 당시 4차 산업혁명을 맞은 글로벌 IT 경쟁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벌인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삼성의 경영 속도는 더욱 지연된 셈이다.

이 부회장 경영 복귀 후 삼성은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 등을 4대 성장사업으로 낙점하면서 총 180조 원에 이르는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에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와 국내 반도체산업 활성화를 위해 133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년 한 해 국내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 수출액이 약 141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의 투자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의 투자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국내 연평균 11조 원의 R&D 투자가 집행되고, 42만 명의 직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 1위인 삼성의 투자와 고용은 한국 경제와 직결되어 있단 점에서도 재계의 우려가 커진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현재 보여주는 막무가내식 수사가 기업의 경영 활동은 물론 국가 경제를 갉아먹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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