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관료주의'로 역주행한 고려대 응원단 '아이돌 공청회'
나지환 기자 | 기사작성 : 2019-06-08 06:54   (기사수정: 2019-06-0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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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고려대학교 응원단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공청회'가 열린 고려대 서울 캠퍼스 교양관 6층의 모습[사진=나지환 기자]

고대 응원단 '축제 비용 공청회',언론 출입막고 재학생에겐 '비밀유지 서약서'받고 참석 허가

세부 내역에 대한 유출 방지책에 반발한 재학생 '경찰 신고' 소동까지

공청회 참석 재학생 P씨, "탈권위 시대에 관료주의 향해 역주행한 느낌"

또 다른 재학생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많아 의혹 풀기 어려워”

이에 장종현 해비치씨앤씨 대표 "사실과 다르다" "연예인 출연료 이외 모든 자료 공개했다"

[뉴스투데이=나지환 기자] 지난 5일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최근 고려대학교 축제에서의 학생회비 지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청회(‘고려대학교 응원단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올해 축제에서 아이돌 그룹 등 유명연예인 초청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됐다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자는 이날 오후 6시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오후 10시까지 4시간 이상 현장 취재를 요청했으나 주최 측은 거부했다. 또 공청회에 참석한 일부 학생들은 응원단의 엄격한 보안통제에 반발해 경찰을 부르는 등 내부반발이 거세지는 듯한 모습도 나타났다.

공청회 참석한 재학생 P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명해야 할 공청회 자리가 응원단과 행사계약을 맺은 민간 기획사의 법적 권리만을 존중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학우들의 알 권리와 민간 기획사의 보안유지 요구중 무엇이 더 소중한 가치인지 혼동이 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 다른 재학생 Q씨는 "우리 시대는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탈권위로 향하는 데, 민족사학인 고려대의 학내 문화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향해 역주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논평했다.


사건 발단은 연대에 비해 '과도한' 고대 축제 입실렌티 행사비용

트와이스와 아이유 부른 연대는 총 비용 1억 7000만원 vs. 청하와 김연우 부른 고대는 총 비용 2억 8900만원

이 중
고대의 연예인 섭외비는 1억 100만원

사건의 발단은 고대 응원단이 최근 진행됐던 축제(제 42회 입실렌티)의 예산으로 2억 8900만원을 썼다고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경쟁 대학인 연세대의 축제예산은 1억 7000만원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연대 축제 아카라카에 초청된 연예인은 아이유, 트와이스, 레드벨벳, 빈지노, 지코 등인 데 비해 고대 축제에는 청하, 김연우, 러블리즈, 세븐틴, 10cm, 데이브레이크 등이 초청됐다. 이에 고대언론사등을 중심으로 "연대보다 지명도나 낮은 연예인들을 초청했는데 비용은 훨씬 더 많이 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연대는 영수증까지 공개하는 투명예산을 실천한 반면에 고대 응원단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회계 자료의 금액 및 거래처를 모자이크해서 공개하는 등 불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인해 의혹을 키웠다. 당시에도 고대 응원단은 "세부 내역을 공개할 경우 법률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명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형석 응원단장은 지난 달 26일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응원단 공식 페이지에 “공청회를 열어 관련된 회계 감사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조차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고려대학교 학내의 여론이다.

한편 장종현 해비치씨앤씨 대표는 오늘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축제예산 2억 8900만원 중 실제 연예인 섭외비는 1억 1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장 대표는 "무대 비용은 다른 언론에서 잘못 보도된 2억이 아니라 8천만원"임을 밝히며 "연대와 고대의 섭외 예산은 비슷하므로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해당 축제의 경우 2013년도부터 금액이 동결되었지만 무대는 두 배 이상 커졌기 때문에 무대예산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장 대표는 '회계 자료 공개 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모 가수는 연대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와주었기 때문에 아티스트 계약서의 비밀유지조항을 지켜야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보안원칙은 행사 업체 해비치씨앤씨의 영업 정보가 유출 방지 목적

주최 측, 비밀유지 서약-휴대폰 금지-퇴장 시 기록검수 등 요구

공청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안전 관리’, ‘행사 매뉴얼 미비’, ‘티켓 판매 방식’ 등 행사 진행 전반에 대한 불만 사항에 대한 질답이 이뤄졌다.

‘입실렌티 결산 세부내역 공개’, ‘현금 인출’, ‘업체 입찰 과정’ 등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성명이 이루어진 것은 2부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회계 감사’가 진행되는 2부는 1부와 달리 학내 언론(고대신문, KUBS, KUTV 등)에 의해 생중계되지 않았다. 이에 응원단, 학내 언론사, 총학생회는 행사를 전담한 업체 해비치씨앤씨의 영업 정보가 유출될 경우 위법의 소지가 우려된다며 공동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학내 언론사(KUTV, KUBS)는 사전에 ‘긴급 공지’를 발표하여, 상세 회계내역이 합의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시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더했다. 장종현 해비치씨앤씨 대표는 이 경우 '하도급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 응원단은 공청회 당일 “협력업체는 세부 내역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학우 분들의 비밀유지 서약 작성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부하였다. 이 안내문을 통해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1)증빙자료 열람 신청서와 비밀유지 서약서 작성, (2)휴대폰 등 전자기기 이용 금지, (3)퇴장 시 기록 검수 등을 요구했다. 이날 고려대학교 응원단은 해당 안내문의 지시에 따라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에게는 입장을 허가하지 않았다.

장종현 해비치씨앤씨 대표는 비밀유지 서약에 대하여 "업체는 단지 보안을 부탁했을 뿐이며, 응원단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공청회의 대상은 재학생, 졸업생, 직원, 교원 등 고려대학교 구성원으로 한정되었다. 이날 응원단은 학생증 및 포털 사이트 인증을 통해 고려대학교의 구성원임을 확인하지 않은 자에게는 입장을 불허했다.


뉴스투데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청회 취재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하지만 뉴스투데이는 해당 사태가 '고려대학교 학내의 문제'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의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음을 주장하며 공청회장 출입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대학교 응원단 한진호 스태프는 "고려대학교 축제는 학내의 문화이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공청회를 갖도록 사전에 합의가 됐다"고 거부했다. 이 스태프는 "우선 고려대학교 내의 언론사를 통해 소식을 접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 지난 5일 열린 '고려대학교 응원단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공청회'에 참가하려는 재학생들이 주최측인 응원단측의 요구에 의해 증빙자료 열람 신청서와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과도한 행사비용 의혹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을 위한 자리에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고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는 응원단측의 모습에 대해 기자가 만난 고대학생들은 "관료주의 문화 같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사진=나지환 기자]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메모지 가지고 나가면 물리력 행사할 수 있다기에 경찰 신고"

응원단 관계자, "위법 문제 우려되어 보호 차원"

하지만 비밀 유지 규칙으로 인해 회계 정보가 학생들 모두에게 알려질 수 없게 된 탓에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뉴스투데이는 공청회 1부가 진행 중인 이날 19시 경 고려대학교 현장에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 신고를 했던 익명의 고대 재학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기록한 메모지를 가지고 나가면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응원단으로부터 들었기에 경찰을 호출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공청회의 (3)번 입장 조건인 ‘퇴장 시 기록 검수’라는 규칙에 대해 의문을 품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학생은 “회계 내역은 당연히 봐야한다. 하지만 경쟁사에서 (해비치씨앤씨의 영업 정보를) 알아서는 안 되니 기밀유지서약서를 받겠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록한 메모지를 가지고 나가면 어떡할 거냐고 묻자 제지할 거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이 학생은 “내가 만약 그걸 다른 회사에 팔면 당연히 고소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메모를 하는 것만은 내 권리다. 검수를 하겠다고 했으니 그것은 곧 주머니를 뒤지는,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로 들렸다.”고 전했다. 한편 “업체 측에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고대 응원단 한진호 스태프는 “학생들이다보니 잘 모를 수 있는 법률관계가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공청회의 내용이 공청회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이 공청회의 특이 사항에 대한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불만은 SNS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KUBS의 공식 홈페이지에 6월 4일 게재된 ‘응원단 공청회 중계 긴급 공지’에는 “회계감사가 메인아니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적 분쟁으로부터의 보호’를 이유로 생중계되지 않은 공청회의 2부에서는 응원단과 함께 행사를 준비한 해비치씨앤씨의 대표 및 직원이 참석했다. 해비치씨앤씨의 장종현 대표는 “공청회 이후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가 이뤄질 경우 배려하지 않겠다”며 학생들에게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학생들의 무차별적인 SNS상 공격에 대해 경각심만을 주고자 한 것"이라며 의도를 해명했다.


고려대 학내 언론사, '공청회에서 의혹 해소되지 않았다' 입장 보도


학내 언론에 의하면 공청회의 2부에서 기존에 제기됐던 의혹 전부가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대신문은 공청회를 마친 지난 6일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여전히...학생들 답답함 남긴 공청회 2부”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고대신문은 “재발 방지책 없이 ‘의견 수용하겠다’는 말만 반복된 응원단 공청회”라면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많아 의혹을 풀기 어려웠다”는 공청회에 참석자의 말을 전했다. 이에 장종현 해비치씨앤씨 대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연예인 출연료의 세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현금 거래’ 논란 당사자 해비치씨앤씨 대표 “소득 신고 여부 답변 의무 없다”

이문수KUBS 국장, 본지와의 인터뷰서 "충분히 검토 후 관련 자료 전달할 것"

한편 이에 앞서 공청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2일 '고대신문'은 당초 3억 원이라고 소문이 돌았던 연예인 섭외비가 견적서 확인 결과 1억 100만원이었다는 점검된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응원단이 해비치씨앤씨 측에 현금으로 행사대금을 지급한 건에 대해서는 “지출 증빙자료까지 확인한 바, 현금수수에 대한 세금계산서가 없어 탈세 정황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대신문은 “회계사, 전문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이정도의 현금 거래가 오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고대신문은 또 응원단이 기획사 선정과정에서 공개 입찰이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는 공개 입찰 과정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KUTV(고려대학교 교육 TV 방송국)는 지난 5일 기사를 통해 ‘탈세 의혹’에 대한 응원단의 입장을 전했다. KUTV에 따르면 응원단장은 “해비치와의 거래 과정에서 어떠한 리베이트와 백마진을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KUTV에 따르면 ‘해비치 씨앤씨가 일부에 대한 현금 인출을 요구한 것은 세액 신고를 피하고 리베이트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 해비치씨앤씨 대표는 “응원단의 회계감사 공청회지, 본사에 대한 회계감사 공청회가 아니다. 받은 돈은 모두 법인 통장에 입금했다. 여기에 대해선 증빙자료도 있다. 소득 신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선 우리가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KUBS(고려대학교교육방송국)의 이문수 국장은 지난 5일 공청회 직후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탈세 의혹이 공청회를 통해 해소되었나’라는 질문에 이 국장은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는 서약서를 작성했기에 공개할 수 없다.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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