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24)혁신교육 대가인 김제동의 고액강연료, 오바마도 굴욕당한 진보의 ‘직업윤리’와 충돌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6-05 18:14   (기사수정: 2019-06-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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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성향의 성향의 유명 방송인 김제동씨가 대덕구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혁신교육' 프로그램에서 2시간에 1550만원의 강연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이념공방이 벌어지고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혁신교육’ 2시간 강연에 책정된 1550만원, 시장 논리로 보면 ‘당연지사’

한국당의 공격은 ‘분배론’에 입각한 역설적 정치 공세?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개그맨 출신 유명 방송인 김제동이 또 다시 ‘고액 강연료’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오는 15일 대전 대덕구가 주최하는 중고교생 대상 ‘청소년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서 2시간 이내의 강연을 하는 대가로 155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는 대덕구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 3명이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공개한 사실이다.

이번 논란은 여야정파간의 정치적 갈등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제동은 중립적인 명사가 아니다. 당파성이 강하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올라 활동의 제약을 받는 등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기도 했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이 공격자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의 블랙리스트를 비난하면서 스스로도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친여 성향의 연예인 기용, 공중파 방송 등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제동이 신출귀몰하면서 고수익을 올리는 현상이 현 정부의 정치적 편향성의 증거라는 인식인 것이다.

물론 한국당이 선호하는 시장논리에 따르면, 김 씨가 강연료로 얼마를 받든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지명도가 높은 인물의 강연이 하나의 상품이라면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기 마련이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구입하는 사람이 없다. 2시간 혹은 1시간 30분 정도로 추정되는 김 씨의 강연료로 15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구매자가 나섰다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일원인 김 씨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업아닌 지자체가 국민세금으로 ‘고액 강연료’ 지급은 부적절 지적

자본주의 시장경쟁의 문제점 지적하는 ‘혁신교육’에 고액 강연료는 부조화

그러나 사안은 좀 더 복잡하다. 우선 김 씨 강연에 비싼 값을 지불하기로 한 구매자가 공공부문이라는 사실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대덕구 한국당 의원들은 “좌편향적인 방송인으로 꼽히는 김제동 씨를 강사로 정한 것은 시민단체활동을 거쳐 당선된 박정현 구청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삼성전자가 사내 강연회에 김 씨를 고액 강사로 모셔올 수는 있다. 한 기업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매행위이기 때문이다. 김제동 씨가 시장에서 통용되는 ‘네임밸류’가 아무리 높아도 공공부문이 그 가격을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고액의 행사비용을 책정하면서 ‘같은 편’ 혹은 ‘내부자’에게 지급하는 형국이다. 시장논리로 변명하기 어렵다.

해명은 오히려 불씨를 더 키울 것 같다. 대덕구는 “재정자립도가 16%에 불과한 지자체의 예산낭비”라는 비판에 대해 “지난해 8월 정부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혁신교육지구사업 예산(국비 1억 5000만원)의 일부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 주민살림살이를 축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으로 따낸 예산의 10분의 1 이상을 김제동 강연료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충격적인 대목이다. ‘혁신교육’은 진보세력의 교육개혁 방법론이다. 경쟁과 입시 위주의 과거 교육에서 탈피, 공존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자는 게 핵심 테마이다. 때문에 무상급식과 같은 분배론적 이슈를 주도해온 게 혁신교육이다.

김 씨가 아무리 탁월한 현자라고 해도 2시간 안팎 강연만으로 거액을 지불하는 것은 ‘공존’의 이념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김 씨가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인물이기에 지불하는 대가라고 봐야 한다. 혁신교육의 취지와 고액 강연료는 부조화의 극치이다. 더욱이 김 씨의 강연 주제는 ‘사람이 사람에게’라고 한다.

최저시급의 1000배 이상을 강연료로 챙기면서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상황은 교육효과도 크지 않을 성 싶다. 한국당의 박대출 의원의 지적처럼 김 씨에게 줄 돈으로 1000명 이상의 알바생에게 일감을 줄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김제동 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는 연예인으로서 건실하다는 평이다. 그 흔한 스캔들과도 거리가 멀고 지난해 KBS고액 출연료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후에 미얀마 불우 어린이 보육 및 교육시설 재건 사업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고액 강연료 논란은 진보를 표방해온 인사들이 조심해야할 ‘직업윤리’ 사항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퇴임 이후에 고액 강연 수입을 만끽했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예외가 없다. 퇴임 이후 목수일을 하고 지내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만 소액 강연료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가의 탐욕을 ‘살찐 고양이’로 비판했던 오바마, 퇴임 이후 ‘신입 살찐 고양이’ 오명 얻어

김제동, 고액강연료를 시장논리로 합리화할수록 진보의 입지는 좁아져

그러나 비난의 화살은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이 주로 맞는다. 부시와 같은 공화당 출신들은 재임 시 언행과 정책 방향이 ‘시장경쟁’의 논리를 표방했기에, 퇴임하고 나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켜서 판매한다고 해도 비난할 근거가 없다.

반면에 분배를 강조했던 인물들은 곤욕을 치른다.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렇다. 그는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한 2009년에 취임하면서 뉴욕 월가 자본가들의 부도덕성을 통렬하게 비난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탐욕’으로 세계금융질서가 무너졌지만, 뉴욕 월가의 IB들은 부도가 나서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자, 그 돈으로 수백만달러 규모의 퇴직금 및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IB들은 “우리 펀드매니저들은 유능하고 약속된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런 인재들을 고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직 후 월가를 지배하는 자본가와 고액연봉자들의 탐욕스런 행위를 겨냥해 ‘살찐 고양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살찐 고양이’는 오바마의 촌철살인적 화법을 대표하는 어록이 됐다.

그러나 퇴임 이후인 지난 2017년 9월 IB중의 하나인 캔터피츠제럴드의 건강보험 관련 회의에서 40만 달러(약 4억 5000만 달러)를 받고 기조연설을 하기로 하자, 뼈아픈 역공을 받았다. 보수언론 폭스비즈니스가 “40만달러 가격의 연설을 통해 오바마도 월가의 ‘신입 살찐 고양이’가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김 씨로서는 고액 강연료 논란이 정치적 공격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시장논리로 합리화하려 할 수록 자신의 이념적 입지는 좁아지는 게 진보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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