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60세에 김성수 풀어주는 한국사법부, 그 두려운 '관용의 역사'

박혜원 기자 입력 : 2019.06.05 12:14 |   수정 : 2019.06.05 13:33

60세에 김성수 풀어주는 한국사법부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지난 4일 재판부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 씨에게 징역 30년과 전자장치 10년 부착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의 심신장애 상태를 근거로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을 감형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잔혹' 살인범 김성수‘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김성수의 '인권'을 위해 제2,제3의 피해자 발생 가능성 열어둬

재판부의 '실정법 논리'와 '국민적 법감정' 간의 괴리 심각

한국 사법부, 국민적 분노와 공포감에 대한 진지한 성찰 요구돼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지난 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성수(30)에게 징역 30년과 전자장치 10년 부착 판결을 내렸다. 징역을 마치고 나와도 김 씨는 60세에 불과하다.

그가 수감생활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강력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1심 판결은 결과론적으로 김성수의 '인권'을 위해서 제2,제 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치인 셈이다. 이를 재판부가 모를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구형량인 '무기 징역'을 대폭 감량해버렸다.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생(28)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10월 김성수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바 있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피해자인 PC방 아르바이트생을 뒤쫓아가 안면과 두부 등을 집중적으로 80여차례나 찔러 살해한 범죄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사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김호인 변호사도 4일 “나는 일개 변호사지만 판결 소식을 들은 유족들의 심정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게 사형을 구형, 동생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감형하면서 ‘심신장애’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가정폭력·학교폭력으로 인해 오랜 기간 만성적 우울감과 불안에 시달려 왔던 점, 이런 정신적 문제가 사건에 영향을 미친 점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생에 대해서는 “형의 폭행 범행을 도왔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지난 10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록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장애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마감일까지 청원자 수 118만 9000명을 기록해 당시에 최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 글은 김 씨를 심신장애로 감형하지 않고 엄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재판부가 주취나 우울증 등 피의자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유로 내려온 감형과 관대한 처벌은 이번만이 아니다. 때문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실정법 논리'와 '국민의 법감정'간의 괴리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최근 10년간 주취, 발달장애 등을 이유로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재판부에서 감형된 주요 사례

재판부의 ‘역대급’ 감형 사례들…‘주취’ 감안이 가장 많아

전과 18범 조두순, 성폭행 살인범도 모두 '주취'로 감형받아

강서구 PC방 김 씨는 판단력 완전히 상실한 ‘심신상실’로 분류

고의로 만취해서 성폭행하고 살인해도 감형 받을 가능성 상존

최근 10년간 살해 및 성폭행 등 중범죄 사건 중 피의자가 심신장애로 감경을 받은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심신장애는 판단력이 없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심신미약’과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한 ‘심신장애’로 구분된다.

심신미약에 해당하는 ‘주취’는 대표적인 감경 사유다. 강서구 PC방 사건과 같이 무기징역이 내려졌음에도 재판부에서 감형된 사례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인 ‘조두순 초등생 성폭행 사건’은 전과 18범이었던 조두순이 8세 초등생을 성폭행하고 신체 일부를 훼손한 사건이다.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 판결을 내렸으나, 법원에서는 조두순이 주취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12년으로 감형했다. 중국 동포가 동료를 성폭행하고 신고 당할 것을 우려해 살해한 사건인 ‘중국 동포 성폭행 살해 사건’ 역시 주취 상태였다는 점을 근거로 무기징역에서 25년형으로 감형됐다.

음주운전은 가중처벌되는 데 음주 살인은 감형 사유가 되는 게 한국적 재판의 현실인 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교통사고를 내면 가중처벌되고 음주운전 3진 아웃까지 도입되는 등 주취상태의 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취 상태에서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르면 감형 사유가 되고 있는 게 한국의 실정법 현실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 이 같은 불일치의 이유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면서 "음주운전해서 실수로 사람죽이면 가중처벌되지만, 일부러 만취한 상태에서 성폭행하고 살인하면 감형받는 한국의 사법적 현실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섬마을 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강원 횡성 성폭행 사건’, ‘창원 유치원생 성폭행 사건’도 주취를 근거로 5년에서 16년까지 감형을 받았다.

조현병과 발달장애, 정신분열은 심신상실로 분류된다.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30년까지 감형된 ‘강남역 살해사건’이 이번 강서구 PC방 사건과 비슷한 감형 사유이다. 다만 강남역 살해사건과 달리 김 씨는 사형까지 구형됐음에도 두 피의자가 비슷한 수준으로 감형됐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고 지적된다.

발달장애나 정신분열 같이 심신상실의 정도가 매우 심각할 때에는 무죄 처분을 받기도 한다. 2세 영아를 아파트 3층에서 던진 ‘부산 영아투기 사건’의 피의자는 발달장애인이었다. 딸에게 악령이 씌었다며 살해한 ‘시흥시 모자 친딸 살해 사건’의 어머니는 정신분열과 조울증 등 심신상실 상태였다.

심신장애 감경 처분은 지난해까지만 해 헌법상 의무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강서구 PC방 사건을 계기로 심신장애 감경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면서 형법 10조2항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책임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한다’는 문구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지난해 경찰대 최이문 교수와 이혜랑 판사의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심신장애가 언급된 1597개의 판결문 중 심신장애가 인정된 판례는 305건으로, 20% 정도다.

모든 심신장애 피의자가 감형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중범죄에 재판부가 10년 내외의 감형을 내려오면서 국민적 공분은 이제 '공포감'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뉴투분석] 60세에 김성수 풀어주는 한국사법부, 그 두려운 '관용의 역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