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멈춰선 타워크레인…건설현장 초비상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6-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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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대형 타워크레인에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뉴스투데이]

타워크레인 노조, 임금인상·소형 타워크레인 폐기 등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

전날 오후부터 조종실 점거해 고공농성..소형 크레인만 작업 분주

노조 "소형 크레인, 근로자 안전 위협" vs. 업계 "일자리 지키기"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A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레미콘 차량이나 대형 트럭이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현장의 핵심 장비 중 하나인 대형 타워크레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타워크레인에는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70~8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조정실은 근로자들이 차지했다.

현장 관계자는 "어제 오후부터 노조원들이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에 들어갔다. 총 5대 중 4대가 멈췄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대는 일을 멈출 수 없어 불가피하게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타워크레인은 멈췄지만, 같은 현장에 배치된 3대의 소형 타워크레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이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이틀 정도로 예상됐지만, 국토교통부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파업으로 작동을 중단한 전국의 대형 타워크레인은 1600여대(경찰 추산)에 달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등록돼 운영 중인 타워크레인은 총 6230대로 이중 4385대가 3톤 이상인 대형 타워크레인이다. 최근 6개월 내 현장에서 운영 중인 대형 타워크레인은 2394대로 60% 이상이 멈춰선 것이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은 전체 공사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여서 공사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현재는 크레인 작업을 빼고 전기설비 작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4일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으로 대형 크레인이 작동을 중단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소형 크레인이 건설 자재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타워크레인 노조는 임금인상과 함께 하계휴가의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 조건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쟁의조정 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59.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소형 타워크레인의 폐기다. 국가 자격증 없이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운전할 수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데도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무게 3톤 미만의 자재를 옮길 수 있는 장비로 사람이 올라가 조종하는 대형 유인 타워크레인과 달리 지상에서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다. 대형 타워크레인은 필기와 실기 시험 등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해야 조종이 가능하지만, 소형은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된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사용이 급증하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소형 타워크레인의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은 지상에서 조종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은데다 직접 타워에 올라갈 수 없어 장비 점검도 소홀해지는 만큼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이름만 소형이지 대형 크레인처럼 개조해 사용하면 위험성이 더 커지는데 정부가 불법 개조된 소형 타워크레인을 방치하고 있다"며 "최근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장비의 결함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노조가 소형 크레인이라는 정책을 빌미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곘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건설업계도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정확히 집계된 것도 없고 실제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님에도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가 무인크레인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최근 공사현장에서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고, 특히 장비 임차 비용과 인건비가 절감돼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가 '안전'을 내세웠지만, 사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이 때문에 나온다. 실제 총파업 전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고용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소형이나 대형을 써도 조종사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 지키기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안정성 측면에서 소형 타워크레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장 근로자 뿐만 아니라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 조차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토부는 조종사들의 파업에 대응해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타워크레인 안전 관리에 노력하고, 노조·임대업계·건설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협의해 대화를 통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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