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4) 1학년 생도생활 시작과 7가지 감상문
최환종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6-18 11:34   (기사수정: 2019-06-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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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사관학교 교훈 [사진=최환종]

가입교 때 엄격했던 선배생도들, '따뜻한' 배려와 지도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입교식인 3월 1일은 토요일이었고, 따라서 입교식 후 그 주말은 비교적 여유로운 휴식시간을 오랜만에 가질 수 있었다. 생도대에서 선배 생도들과 마주친 첫 인상은 가입교 기간 중 만난 내무지도 생도들이나 훈련지도 생도들과는 달리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를 시험해 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하고 긴장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 생도들의 따뜻한 배려와 지도는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중대별로 분위기도 다르고 선배 생도들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관계에서 상하급 생도간 관계는 대부분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가입교 기간에는 예비생도들을 교육 목적상 엄하게 교육시켰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상급 생도들은 무서운 존재로만 각인되었던 것이다.

입교식 다음 주부터 학과 수업이 시작되었다. 1 개월 간의 예비생도 교육을 받은 직후에 학과장(강의실)에 앉아서 강의를 들으니 새로웠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투복으로 각종 훈련 및 교육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중대 임원 생도는 '군기 담당', 3개월 동안 외출 못하는 피끓는 청춘들

선배 생도들에게 사관학교 졸업할 때까지 성적 불량으로 퇴교당하는 생도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생도 규정에 따라 성적 불량, 중대한 규정 위반 등은 퇴교 대상이다.

학과 수업, 체력단련, 주기적인 군사훈련, 정신교육 등등 매일매일 꽉 짜여진 일과를 진행하면서, 사관생도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쉽지 않기에 공군사관학교 생도생활은 젊은 청년들에게 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주말이 지나고 몇 달 간은 신입생에 대한 생도대 적응 교육이 거의 매일 있었다. 일과 후 적절한 시간에 2학년 또는 3학년 중대 임원 생도가 1학년 생도들을 교육했는데, 가입교 교육 이외에도 생도로서 알아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음에 가끔은 심적 부담이 크기도 했다.

중대 임원 생도는 각 중대별, 학년별 대표 생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들이 후배 생도들에 대한 군기 담당 역할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후배 생도들이 마주치기 싫어하는 위치가 되기도 한다.

입교식 이후 당분간 주말 외출은 없었다. 필자가 사관생도 시절에는 보통 6월 경에 첫 외출이 있었는데, 그때까지 부모님이나 친구 등 지인들은 주말 면회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 학교 밖에 나가서 시내구경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데, 학교 안에만 있어야 하니 답답한 마음이야 오죽하랴.


공사생도의 피복관리는 자존심

생도들에게는 여러 종류의 피복이 지급된다. 정복(동, 하복), 약정복(동, 하복), 예복, 겨울망토(외투), 전투복, 체육복(동, 하복), 단화, 전투화, 운동화, 속옷 등등. 정복은 주요 행사나 외출, 휴가시에 착용하고, 평소 학교 내에서는 약정복을 착용한다. 약정복은 상의가 와이셔츠 형태의 제복인데, 예전에는 경찰복과 비슷해서 사람들이 공군 장병을 경찰관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복류가 많은 만큼 이를 손질할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착용하는 제복은 항상 깔끔하게 주름이 잡혀 있어야 하고, 단화나 전투화도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질 정도로 항상 깨끗하게 손질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시간이 마냥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공부, 운동(체력관리), 군사훈련, 청소, 개인세탁 등을 하는 것이 1학년 1학기에는 너무 바빴다. 하계휴가를 마친 2학기부터는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자율학습시간을 활용한 인문교양 서적 독서는 임관 후 자양분 돼

1학년 생도 생활 기간중, 그나마 여유로운 시간은 일과 중 강의가 없는 개인연구 시간과 저녁식사 후부터 일석점호 전까지의 자율학습 시간이었다. 이때는 대부분 도서관에 가서 인문교양 서적을 많이 읽었다.

물론 세계 전사(戰史), 명장(名將)들의 일대기, ‘Jane 연감(Jane’s Yearbooks)’ 같은 유명한 군사, 무기 관련 서적도 많이 읽었다. 이때 읽은 ‘Jane 연감’에 수록된 무기체계 관련 내용과 세계 전사(戰史)와 명장(名將)들의 일대기 등은 후에 지휘관, 참모 업무를 하면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5분간 쪽지 시험' 보고 생도생활 자신감 얻어

그러던 중, 사관학교 첫 중간시험이 다가왔다. 4월 중순으로 기억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없을 줄 알았던 시험이 다가오면서 생도대 내무실은 취침시간 이후에도 늦게까지 불이 켜 있었다. 그 당시에는 중간시험, 기말시험 이외에도 많은 교수님들이 매 수업시간 종료 5분 전에 해당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점검하는 ‘5분간 쪽지 시험’을 보았다.

이 ‘5분간 쪽지 시험’은 생도들에게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배운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그 방법은 필자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관학교에서의 첫 시험을 무난하게 치룬 이후, 필자는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고 생도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살벌한 경쟁의 마당 ‘무용기(武勇旗) 쟁탈전’

중간시험을 마친 후로 기억하는데, 생도대에서는 매년 1학기 중간에 ‘무용기(武勇旗) 쟁탈전’이라고 하는 일종의 ‘생도 체육대회’가 열린다. 체육대회라고 하면 서로 친선을 도모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교 운동회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관학교의 ‘무용기(武勇旗) 쟁탈전’은 글자에서도 보듯이 그런 낭만적인 체육행사는 절대 아니다.

각종 구기, 완전무장 구보, 줄다리기, 기마전 등등이 ‘무용기(武勇旗) 쟁탈전’의 주요 내용이었고, 각 중대별로 종목마다 이기고자 하는 열기는 대단했다.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치열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중대의 분위기는 그 당시 군 생활을 경험했던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대략 상상이 갈 것이다.


그 치열한 경쟁의 속뜻을 일깨워 준 우리 중대 선배 생도들

그러나 ‘무용기(武勇旗) 쟁탈전’에서 우리 중대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쟁탈전을 마친 후에는 결과와 무관하게 너무도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우리중대 선배 생도들은 "무용기 쟁탈전은 연병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충분하다" 면서 "생도대에서는 다시 신사적인 생도생활로 돌아간다"는 취지로 후배 생도들을 지도했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우리 중대를 ‘물(水) 중대’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우리 1학년 생도들은 중대 선배 생도들의 넓은 아량과 인품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음에 계속)



-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 공군사관학교(전자공학), 한양대 대학원(전자공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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