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홍남기의 ‘정년연장’이 '살벌한 세대전쟁' 저지할 해결책인 이유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6-03 16:24   (기사수정: 2019-06-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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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23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경등 경제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과 청년층의 노년층 부양부담을 극대화하는 가상의 역피라미드 인구구조. [사진 및 그래픽 제공=연합뉴스]

정부, 이달 말 정년연장에 대한 1차 방안 발표 예정

양질의 일자리 두고 청년층과 기성세대 간의 ‘세대전쟁’ 격화 우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정부가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사회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 중앙에는 ‘세대전쟁론’이 자리 잡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둘러싸고 청년층과 기성세대 간의 세대전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력을 독점해온 기성세대가 은퇴를 늦출 경우,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폭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에서 정년인 60세까지 근무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가 좋은 일자리를 독식한다는 청년층의 불만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남기 구상은 오히려 ‘세대전쟁’ 방지책 성격이 강해

‘정년연장-노년부양비완화-청년층 부담 감소’의 선순환 기대

그러나 정부의 의도는 오히려 이 같은 시각을 뒤집는 지점에 위치한다. 최악의 세대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KBS 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면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의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달 말에 정년연장에 대한 1차 정부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10년 간 저 같은 베이비 부머가 (매년) 80만명씩 고용시장에서 벗어나지만 10대가 들어오는 속도는 40만명이므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언급은 세대전쟁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차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정년연장은 오히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공급 부족을 해소함으로써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역설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계산법인 것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96명, 2067년이면 노년부양비 102.4명

청년 1명이 노인 1.02명 먹여 살려야, 현대판 고려장 등장할 수도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2일 홍 부총리의 정년연장 제기에 맞춰 의미심장한 자료를 발표했다.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중 정년을 5년 연장했을 경우 노년부양비가 현저하게 완화되는 추이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2067년 노년부양비는 102.4명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거의 대재앙에 가까운 시나리오이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04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청년층에게 노인세대는 ‘저주’로 전락하게 된다. 청년 1명이 일해서 자신이 먹고 살아야할 뿐만 아니라 노인 1.04명도 재우고 먹이고 입혀야 하는 세상이 된다.

이런 시대가 된다면 대부분 청년층은 노인부양 의무를 준수하기보다는 이를 거부하는 정치사회운동에 동참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이 노인을 공경하고 예우하는 한국적 문화가 공룡처럼 멸종하지 말란 법은 없다. 현대판 고려장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물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세대전쟁의 격화를 방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한국의 출산율은 하락추세이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출산하는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7년 1.05명에서 2018년에 0.96명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바야흐로 인구감소 트랙에 올라선 셈이다.

정년 연장하면 2067년 노년부양비는 102.4명에서 68.7명으로 급락

청년실업률 악화 등만 방지하면 정년연장은 ‘살벌한 세대전쟁’ 방지책

때문에 정년연장이 손에 쥔 유일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노년부양비는 20.4명으로 예측되는데, 정년 5년 연장을 당장 단행할 경우 올해 노년부양비는 13.1명으로 하락한다. 올해 수준의 노년부양비에 도달하는 시점은 9년 뒤인 2028년(20.5명)으로 늦춰진다. 2067년의 노년부양비도 102.4명이 아니라 68.7명으로 급락하게 된다.

즉 60~65세 구간의 노년층을 생산가능인구에 추가로 편입시킴으로써 노년부양비 증가속도를 낮추자는 게 홍 부총리의 복안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년연장은 또 다른 측면에서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노인 기준을 자연스럽게 기존의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늦출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65~69세 구간의 노인층에 대한 사회복지 비용을 0원으로 감축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대 걸림돌은 ‘청년실업률’이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5%를 기록해 2000년 4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간 노동시장 퇴출인원이 80만명인데 비해 진출인원은 그 절반인 40만 명에 그치기 때문에 정년연장이 청년실업률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책적 조율이 가능하다는 게 홍 부총리의 인식이다.

오히려 ‘일자리 중복’이 더 피부에 와 닿는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년연장이 대기업, 공공기관, 유망한 스타트업과 같이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기성세대가 꿰어 차고 내놓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두 가지 문제만 해결한다면 정년연장은 진짜 ‘살벌한’ 세대전쟁을 예방하는 대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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