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갈등의 밑그림, 대주주 정몽준과 울산 시장 송철호의 ‘대결’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5-31 10:56   (기사수정: 2019-05-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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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 추진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 등 노동계뿐만 아니라 지역민심도 격렬하게 반발해 ‘지방경제 황폐화’가 한국사회의 새 어젠다로 떠오르는 조짐이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로 생기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울산 존치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는 송철호(왼쪽) 울산시장과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그래픽=뉴스투데이]

현대중공업 측, ‘경영효율화’ 일환으로 물적 분할 추진

송철호 울산시장과 지역 민심, ‘지역경제 죽이기’ 수순으로 인식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둘러싸고 격화되고 있는 노사갈등 속에는 이례적인 밑그림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첨예한 이견이 불거져 있다. ‘경영효율화’ 전략을 실천에 옮기려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과 이를 ‘지역경제 죽이기’ 수순으로 이해하는 송철호 울산시장 그리고 송 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지역 여론이 맞대결하는 구도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공동소유관계를 맺기로 했다. 기존의 현대중공업은 사업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대신에 한국조선해양이라는 회사를 신설해 중간지주회사로 삼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조선해양이다. 최대주주인 정 전 의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과 맞교환 함으로써 인수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된다.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은 서울에 자리를 잡게 된다. 배를 건조하는 현대중공업만 울산에 남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의 물적 분할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노총이 물리적 저지에 나서 진통을 거듭했다.

‘고용부-산업은행-현중’과 ‘현중 노조-민노총-울산시’ 간의 맞대결 구도

고질적 노사갈등에 ‘중앙 대 지방’대결구도가 기름 부어

노조는 반대의 명분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알맹이’, 현대중공업은 ‘껍데기’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50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되는데 연구개발(R&D), 경영지원, 기획부문 등으로 구성된다.

이 회사는 부채가 거의 없는 알짜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업회사로 신설되는 현대중공업이 기존 부채의 97%(7조원) 정도를 승계한다는 것이다. 대신에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발생되는 이익을 거의 독식하는 구조가 되고, 이로 인해 경영수치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의 명분을 획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노조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인 셈이다.

지난 29일 삭발식까지 단행한 송 시장 측도 비슷한 시각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신설은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세수’가 대부분 서울로 넘어가 지역경제는 황폐화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인력감축이 없다는 점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2, 3년간 수주가 늘어 오히려 인력증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울산에 남기 때문에 지역세수 감소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송 시장이나 울산시민은 ‘사탕발림’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경남(PK)지역 전반의 정서라고 볼 수 있다. 지방대학균형발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한성 부산대 교수회장은 “한국조선해양 신설은 기업의 서울 이전에 다름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과 인재가 모두 떠나면서 지방은 황폐화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 방점 둔 문재인 정부, 민노총 등 강경노선에 ‘싸늘’

울산민심, “5선의 지역의원이 울산 버리려한다”

PK 지역등도 ‘지역경제 황폐화’ 불안 심각

그러나 정부여당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선제적으로 현대중공업의 파업은 ‘목적’과 ‘절차’상 모두 불법적 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중의 이번 쟁의행위가 임금협상이나 근로조건과 같은 명확한 노동자의 이익 침해를 계기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경영 행위’에 대한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즉 중앙정부와 산업은행, 정몽준 회장은 한국조선해양의 설립과 서울 이전을 추진하는 반면에 노조와 지자체장 및 지역여론은 이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여여갈등’이라는 이례적인 구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세한 차이가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정 회장의 중간지주회사 설립이 울산에 남는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격분하는 데 비해 송 시장과 지역여론은 ‘지방 죽이기’ 플랜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울산 지역의 다양한 이익단체들이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울산의 아들을 자처하면서 지역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 전 의원이 울산을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노조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공언한 것은 여권 핵심부의 기류를 반영한 측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수뇌부는 그동안 정권 창출 과정의 핵심지지 세력으로 여겼던 민노총이 ‘반대 세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기업의 투자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성장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진보적 노동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 사측은 민노총과 울산민심이라는 양대 반대세력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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