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드래곤 길들이기와 혈액 수급의 함수
정동근 기자 | 기사작성 : 2019-05-29 16:04   (기사수정: 2019-05-29 16:13)
310 views
N


[뉴스투데이=정동근기자] 검찰의 책무가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일이라는데 이견을 가진 이는 흔치 않다. 그 임무가 막강한 만큼 사회적 파장과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사회가 건강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이 잘 진행됐을 때 얘기다. 사회의 한 구석 부패한 곳을 말끔하게 도려낸다는 것이 멀쩡한 다른 곳에 커다란 상처를 안기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검찰이 이른바 뼈 빠지게 일하고도 욕을 잔뜩 먹었던 사례가 기록에 멀쩡하게 남아있다.

뼈 빠지게 일하고 욕먹기

21세기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은 2004년, 검찰은 대한적십자사의 부적격 혈액 유통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유일하게 혈액 관리를 맡고 있는 적십자사가 오염된 피를 전국적으로 공급하다니 단죄를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적십자사는 즉각 "수사 결과를 수용한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사과문까지 내보냈다. 여기까지는 무조건 옳은 수사였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무조건 맞았다.

하지만 파장이 만만찮았다. 수사 결과를 급하게 발표하느라 걸러야 하는 몇몇 지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게 문제였다. 국민적 불신이 막대해져 헌혈을 마다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해 연말까지 헌혈 건수는 월별 최고 21.2%까지 급감했다.

전국적인 수급 불일치도 풀어야할 또 다른 문제였다. 부랴부랴 해외에서 수입도 해보았지만 혈액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었다. 혈액 재고가 없어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이는 응급 환자들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응급 환자들이 혈액 부족으로 유명을 달리했는지 별도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응급 환자의 가족과 지인들이 검찰에 쏘아댔던 눈총은 어마어마했다. 검찰 탓에 피 부족으로 가족이 죽었다는 논리비약이 전국을 들쑤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기업의 분식 회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19차례에 달한다고 한다. 고위 임원이 붙들려갔고 곧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다른 임원은 다시 검찰에 소환되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압박 일변도 검찰 수사, 경제적 파장 고려는 없나

이 정도면 검찰의 기업 상대 압박으로는 가히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비어있는 동료 직원 책상과 듬성듬성한 서류, 장부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현대의 기업 활동이 검찰 수사로 멈추게 된 셈이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최근 서초동 법조계에서 유행하는 말이 '검찰의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표현이다. 뭔 말일까. 가수 지드래곤에 빗대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름에 요령을 부린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검찰의 대기업 총수 들쑤시기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요즘 제1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국회를 외면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제 파탄이라는 단어를 쉽사리 입에 올리고 있다. 경제 파탄이 실제 일어났다고 여기는 이들은 없다. 이들의 언행은 정치적 주문을 외는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경제 파탄의 ‘실현’을 위해 가장 발 빠르게 뛰고 있는 게 검찰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어느 대기업의 180조원 투자와 42만명 고용 창출 의지가 무리한 수사와 과도한 피의사실 흘리기 탓에 가로막혀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올들어 국내외를 바삐 오가며 기업인을 만나고 또 매번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일자리 때문이다. 굳이 교과서 내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일자리는 경제의 모세혈관과도 같다. 투자는 그 모세혈관에 혈액을 투입하는 일이다.

투자와 관련 가장 고려해야할 부분은 또 타이밍이다. 적절한 시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혈액이 응급환자에게 적시에 투여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것과 같은 이치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려면, 어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아메리카 인디언 속담이 있다. 기업의 투자 시기가 자꾸 늦춰지는 것을 반기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검찰은 혈액을 필요로 하는, 그리고 제때 공급되기를 원하는 국민의 눈총을 읽어야 한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