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34) 독수리를 간첩으로 오인한 부하를 격려하는 목민관(牧民官)이 필요
김희철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5-27 16:02   (기사수정: 2019-05-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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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근무하던 DMZ내 GP를 위문 방문한 당시 연대장(예비역 대장 박세환), 대대장(중령 전성수)과 기념 촬영한 모습이 게재된 당시의 전우신문[사진제공=김희철]

힘이 됐던 박세환 대장의 GOP수칙, “충성, 효도, 영웅!”

리더의 약속 이행이 조직 사기 높여

독수리를 오인 관측해 전 GOP부대가 투입하는 소동, 연대장은 오히려 격려

'적극적 실패'를 격려하는 리더가 조직의 '창의성' 키워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GP장 근무 시절 연대장은 박세환 대장(前 재향군인회장)이었다. 그분은 체구가 크셔서 짚차로 이동하실 때에 차가 한쪽으로 기울여져서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었다.

GP투입 후 GP 현대화 공사로 소대원들은 경계근무에 공사 지원까지 힘들게 근무하여 거의 지쳐 있었다. 때마침 군사령관이 현대화 공사 GP 중 한 곳을 지도방문하여 격려한다는 연락이 왔고, 소대는 VIP 방문을 대비해 각 진지와 교통호 보강 공사, 생활관 환경 조성 작업 등에 불철주야 전력투구했는데, 방문 당일 기상 악화로 연기가 반복되다가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소대원들은 실망했지만 최종 VIP 방문 예정일에 위 사진처럼 연대장이 대신 GP를 격려 방문하여 그나마도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박 연대장은 대대장 시절부터 GOP부대를 지휘할 때에는 “경계잘해 충성하고, 무사고로 효도하며, 간첩잡아 영웅되자!”라는 구호를 강조 했었다. 당시 철책을 담당한 모든 부대는 연대장의 구호를 매일 복창하여 각오를 다지며 이를 생활화 했다.

▲ 동부전선의 현대화 된 GP와 통문 모습 (사진제공=국방부)

그러던 중 어느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오침을 하고 있는데, 관측병이 긴급 보고를 하여 눈을 비벼 뜨며 전망대에 올랐다. 보고장소를 쌍안경으로 확인하니 새까만 복장의 미상 한명이 북쪽에서 안보이는 산 계곡에 앉아 있었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연대장의 구호처럼 “간첩잡아 충성할 기회”를 포착했다 싶어 바로 상급부대에 보고를 하고 소대원들을 전원 투입 후 일부 분대는 의명 현장으로 투입할 준비를 한 상태에서 계속 관측하였다. 발견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야간에 월남하여 귀순하려는 탈북자 또는 침투한 간첩으로 판단했다.

경계강화 지시가 하달되어 GOP 전부대는 전원투입하고 상급부대 수색조도 비무장지대(DMZ)로 투입할려고 GOP 통문에 대기하는 와중에 그 물체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필자는 빨리 투입 못한 작전조가 답답했는데, 바로 그때 관측된 지점 하늘로 날개 펼친 모습이 2미터가 넘는 새까만 독수리가 날아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덩치 큰 독수리가 앉아 있던 모습을 사람으로 잘 못 판단한 것이었다. 난감했지만 즉각 상급부대로 수정 보고하고 일련의 긴급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야간 근무 후 피곤함을 풀기위해 오전 취침 중에 긴급 투입된 소대원과 인접 다른 부대원들에게는 죄송했고 상급부대 상황근무 선배들의 정확히 판단해 보고하라는 쓴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GP를 방문한 연대장은 오인 보고 상황에 대해 핀잔 보다는 보고 시기를 놓치지 않은 것을 칭찬을 하면서, 덕분에 훈련 한번 잘했다며 독수리를 오인 보고한 병사를 질타하지 말고 격려해줄 것을 지시하셨다. 사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독수리의 모습은 완벽히 사람이었고 필자가 확인했을 때에도 똑 같이 보였기 때문이었고 이를 배려해주신 연대장이 감사했다.

▲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온 독수리가 숲과 전신주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줄기차게 도전할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여 인류 과학역사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는 발명왕이 됐다. 만약 관측병의 보고를 묵살하거나 오인에 대해 질책을 했다면 아마도 다른 병사들도 보아도 못 본 척 할 수 있었을 것이다.

軍도 마찬가지이지만 사회의 CEO나 리더들도 부하가 최선을 다했지만 성과가 미흡할 때에 조치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부하 직원들도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해 창의적이고 적극인 도전적 자세로 임할 수 있다.

작금에 공무원들에게 “철밥통 공무원 호봉제를 깨고, 직무급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청백리로 훌륭하게 근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일부의 공직자들은 자리에 연연하여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는 자세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들을 포함한 정치인 등 CEO나 사회 리더들도 이 이런 이기적이고 나태한 관행과 태도를 과감히 버리고, 국민들과 해당 조직을 위해 어려운 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목민관(牧民官)자세가 된다면 더 잘살고 행복한 국가가 되는 길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동국대학원 외교국방(1995년, 석사), 8군단 참모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교수, 합참자문위원.

주요 저서 및 연구논문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1995.6)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1,500부 발간)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1)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4,000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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