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21)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토크쇼’가 혁신적인 3가지 이유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5-26 07:11   (기사수정: 2019-05-2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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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칼라일그룹 이규성 공동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선제적 대응' 등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시도하지 않았던 ‘공개행사’

‘은둔’보다는 ‘공개’를 통해 소통의 정상화 시도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2일 ‘혁신적인’ 공개행사를 가졌다.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투자자 자격으로 정 부회장을 초청해 가진 단독대담이 그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중들에게 ‘맨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30분 동안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이끌어가며 미래전략, 기업문화 등의 핵심 현안에 대해 자신에 찬 견해를 밝혔다. 요즘 유행하는 ‘토크쇼’ 느낌이 났다.

국내 재계의 주역으로 부상한 오너 3,4세 중에서 정 부회장이 대중과의 소통에서 테이프를 끊었다는 평가이다. 이재용(3세)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2세) SK그룹 회장 등은 아직 그런 공개 행사를 시도한 적이 없다. 가장 젊은 총수인 구광모(4세) LG그룹 회장은 오히려 가장 ‘은둔자적 면모’를 고수하고 있다.

대중은 재계 총수에 궁금증을 갖는다. 베일에 가린 인물일수록 온갖 억측도 난무하기 마련이다. 언제든지 왜곡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오히려 스스로를 드러낼 때, 재계 총수와 국민간의 소통은 정상화되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정 부회장의 각본 없는 토크쇼 자체가 혁신적이다. 시대의 욕구를 읽어낸 차별화이기 때문이다.

“시류를 따르라”는 조부의 말을 기억하며, 조부와 다른 기업문화 추구

‘상명하복의 리더십’에서 벗어난 ‘수평적 리더십’ 선언

형식만 그런 게 아니다. 내용면에서도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풀풀 풍겼다. 조부 그리고 부친과의 '다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통상 젊은 총수들이 선대와 구별 짓는 세간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우선 기업문화와 관련해서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자신의 지향점을 비교했다. 정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은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리더를 따르도록 지휘하는 리더십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임직원과 함께 논의하면서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리더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상명하복의 리더십’이 과거 문화였다면, 자신은 리더가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스타트업 문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궈낸 ‘신화’인 조부와의 ‘다름’을 부담 없이 역설한 것 자체가 논리적 일관성을 갖는다. 리더와 구성원은 언제나 대등한 자격에서 바람직한 가치를 논할 수 있음을 실천한 셈이다.

단 새로운 기업문화 필요성의 근거를 조부에게서 찾아내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정 부회장은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새벽에 아침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때 수차례 말씀하셨던 '시류(時流)를 따라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차별화 전략이 조부의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의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부친의 ‘품질경영’과 다른 ‘고객중심’을 화두로 재차 강조

‘소유’가 아닌 ‘소비’를 꿈꾸는 밀레니얼 고객을 정조준

정 부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다름’을 공식화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라는 이규성 대표의 질문에 대해 “고객중심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직원이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품질경영’이라는 단어 대신에 ‘고객 중심’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얼핏 ‘품질경영’과 ‘고객중심’은 동일한 메시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고객은 언제나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원하기 마련이다. 급발진하거나 차량화재가 빈발하는 차를 원하는 독특한 인간은 없다.

하지만 두 화두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고객중심’ 경영은 자율주행차, 차량공유서비스 등이 대세로 자리잡게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승자법칙’이 전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좋은 자동차’가 아니라 ‘좋은 모빌리티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주목한 개념이 바로 ‘고객중심’이다.

정 부회장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길 원한다”면서 “제 딸(대학생)은 미국에서 싼타페를 샀는데, 아들(대학생)은 운전면허 딸 생각을 안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청중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자녀를 동원한 정 부회장의 화법은 "젊은 고객들 더 이상 차량 소유를 꿈꾸지 않는다"는 점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2000년대 출생한 인구 집단이다. 연령적으로 20~30대이다. 소비시장의 주역들이다. 그들은 ‘소유’가 아닌 ‘소비’를 꿈꿀 뿐이다. 팰리세이드나 렉서스를 소유하기를 원하는 세대는 40~60대가 끝이라고 볼 수 있다.

부의 지도가 ‘혁신적 기술’과 함께 격변하는 ‘고객 욕구’에 의해 재편되고 있는 ‘시류’야말로 정 부회장의 ‘토크쇼’를 관통한 주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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