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구미형 일자리’ 참여, 재계 압박하는 ‘정치적 무리수’ 논란

권하영 기자 입력 : 2019.05.27 07:01 |   수정 : 2019.05.27 07:01

LG화학 구미형 일자리 참여, 정부 무리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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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 트윈타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폴란드 증축 검토하던 LG화학에 떨어진 ‘구미형 일자리’

청와대와 지자체는 ‘쇄기’박는 분위기…LG화학 “확정 NO”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경상북도 구미시가 활기를 띤다. 대기업 LG화학이 구미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는 소문이 파다해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미 기업과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민들은 벌써 자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투자 주체인 LG화학은 말을 아끼고 있다. 설립 후보로 함께 거론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배터리업체도 마찬가지다. LG화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구미형 일자리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미시와 온도 차가 확연한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구미공장 소식은 청와대의 ‘제2 광주형 일자리’ 주문에서 시작됐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지난 19일 “지역 일자리 확산을 위해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아마 6월 중 한두 곳 지자체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다.

그리고 며칠 만에 LG화학 참여가 유력한 구미 배터리 공장 설립이 가시화됐다며 ‘구미형 일자리’가 대두됐다. 구미형 일자리가 사실상 광주형 일자리의 속편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역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구미 ‘유인 동기’ 없어…글로벌 완성차업체 몰린 유럽기지 필요

업계 절반수준인 광주형 일자리 비해 ‘인건비 절감’도 없어


그러나 업계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사실상 LG화학이 구미지역에 공장을 지을 ‘유인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 수요는 유럽과 중국이 주축이고, 특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몰려 있는 유럽 생산기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LG화학도 당초 폴란드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장은 완성차업체 인근에 짓는 게 일반적이고, 그래서 국내 배터리 3사도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라인 증축 투자를 해왔다”면서 “특히 LG화학은 국내 생산 허브기지로 충청북도 오창 공장을 이미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구미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 요인이었던 노동자 임금 조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당초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자의 고연봉을 줄이는 대신 신규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부 주도의 지역 고용 활성화 프로젝트였다. 실제 지난 1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업계 절반 수준(3500만 원)의 정규직 일자리 1000개를 만드는 데 극적 합의했다.

이처럼 광주형이 노동자들의 고연봉을 낮춰주는 ‘임금협력형’ 모델이라면, 구미형은 임금 삭감 없이 지자체가 복지·인프라를 지원하는 ‘투자촉진형’ 모델이다. LG화학으로선 구미에 공장을 세움으로써 대대적인 인건비 절감 효과도 바랄 수 없단 얘기다.

▲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19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고용동향과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지역 일자리 창출론에 기업 운신의 폭만 좁혀

‘제2 광주형’ 모델 시급한 정부의 과시용 정책 비판 높아져


일각에선 그래서 정부가 지역 일자리 창출을 과시하기 위해 기업에 공장 설립을 무리하게 종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투자는 전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임에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묶이게 되면서 기업 운신의 폭만 좁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구미시가 올해 초부터 기업들에 구미공장 설립을 설득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업체들이 확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갈팡질팡하고 있단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근 평택 스마트폰 공장을 해외이전한 LG로선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시스템반도체 133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이 있는 SK하이닉스와도 비교될 수 있단 지적이 적잖다.

업계 관계자는 “구미형 일자리가 이렇다 할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분위기만 몰아가는 것 아니겠냐”면서 “청와대 말대로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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